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쓰는 디자이너 Jul 19. 2024

상하이 육아

해외사는 엄마들에게 시터님은 어떤 존재일까?

처녀였을 시절 나는 중국이 아기 키우기가 좋은 나라라고 생각했다.

이 생각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것 같다.


중국은 아이를 봐주는 사람을 중국어로 아이(阿姨)라고 부른다. 아이(阿姨)는 이모, 아주머니라는 뜻이다.

상하이에 사는 외국 사람들은 청소만 하는 아이든 보모 아이든 어떤 형태로 든 지 아이(阿姨)를 채용한다. 말이 통하지 않아도 아이(阿姨)를 쓴다. 언어는 중요하지 않다. 내 집만 깨끗해진다면 언어는 중요하지 않다.

청소하는 아이(阿姨)는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다.


보모 같은 아이(阿姨)는 아기를 잘 본다고 소문난 경우라면 더 비싸고 자리 내기가 쉽지 않다. 워킹맘이라면 태어나서부터 학교에 입학하고 나서도 그 아이(阿姨)를 쓰기 때문이다. 여기 사는 엄마들은 풀타임 아이(阿姨)도 많이 쓰지만 하원 후 반나절 아이도 많이 쓴다. 월, 수, 금 이렇게 3일만 쓰면서 자신만의 시간도 갖는 것 같다. 한 아이(阿姨)가 한집은 오전만 한집은 오후만 다니면서 두 집 아기를 봐준다.

위챗에는 아이(阿姨) 구하는 그룹방이 있어서 그곳에서 엄마들은 서로 시간이 맞는 아이(阿姨)를 찾아서 셰어 하기도 한다.


두 번째 아이(阿姨)를 구할 때 나도 면접을 10명을 봤었는데, (아는 한국 엄마는 27명의 면접을 보기도 했다.) 정말 제 각각이다. 그분들은 한집에서 오래 일을 한 것을 훈장으로 생각하는 것 같았다. 면접 보고 트라이얼 두 시간 혹은 반나절 보는 것도 진이 빠진다. 같은 내용을 얘기하고 또 하고. 하고 또 하고.

외국 집에서 일하는 아이(阿姨)는 일 만족도가 높다. 외국인들은 아이(阿姨)에게 친절하고 존중해 준다. 모든 외국인이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보통은 그렇다. 유럽이나 미국은 시터가 일단 비싸기 때문에 그들은 중국의 아이(阿姨) 문화에 대해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한국 엄마들도 아이(阿姨)를 많이 쓴다. 한국 엄마들은 정말 깔끔하다. 한국 문화가 좌식 스타일이고 집에서 신발을 신지 않기 때문에 매일 청소기, 물걸레질을 한다. 우리에게는 익숙한 일이지만 중국 아이(阿姨)에게는 ‘저렇게까지 유난스럽다고?’라고 생각을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한국 집에서 일했던 아이(阿姨)들은 ‘그 집 엄마가 엄청 깔끔해서..’라고 말하더라. 그래서 좋았다고? 피곤했다고?

어찌 보면 한국 집은 일하기 좀 까다로운 집 같기도 하다. 주인의 기대치가 너무 높기 때문에 아이(阿姨) 입장에서는 해야 하는 일이 배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내가 원하는 대로 청소를 하고 아기를 봐주기 원해서 조리기구 위치, 옷장에 옷 넣는 순서, 세탁 방법 등등 모든 것을 내가 살림하는 것처럼 알려주었다. 그리고 그렇게 안 되어 있으면 다시 다시 다시 설명해 주었다.

이건 생각보다 힘든 일이다. 본의 아니게 지적하게 되면 상대방은 민망해하거나 나의 작은 의견(?)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말하는 사람도 진이 빠지고 듣는 사람은 지겹다.

그들은 본인의 살림 혹은 육아 방식에 엄청난 자부심이 있기 때문에 내 말을 듣기만 한다. 그리고 한 귀로 흘려보낸다. 내 살림이 다른 사람의 손을 타면 어느 정도는 그러려니 해야 내 맘이 편한데 그 당시엔 그게 잘 안되었다.


아기가 나보다 아이(阿姨)를 좋아한다고 느끼는 순간이 있다. 초보 엄마였을 적엔 내가 분유를 먹이면 치치는 먹지 않았다. 아이(阿姨)가 먹이면 잘 먹었다.

‘치치가 아이(阿姨)를 엄마로 인식하는 건 아닐까?‘

-여보, 레아가 나를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아… 흑흑흑…

울면서 얘기했다. 엄마 싫어하는 아기도 있냐면서 남편은 내가 생각이 많다고 했다.

가끔 남편은 이걸로 나를 놀린다. 지금이야 웃으면서 말할 수 있지만 그 당시엔 아이(阿姨)를 질투했던 것 같다. 나 없이 아기와 까르르 웃는 모습이 좋기도 하면서 질투가 났었다. 이래도 걱정 저래도 걱정.

엄마의 마음이 그렇다. 늘 아이의 마음속에서 늘 1등이고 싶은 마음.


상하이에 사는 엄마들은 친정, 시댁 찬스 없이 혼자서 아기를 돌봐야 하기 때문에 아이(阿姨)는 필요한 존재이다.

엄마 혼자서 아기를 키우는 것은 불가능하다. 좋든 싫든 나는 그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다시 아이(阿姨)를 쓴다면 조금은 넉넉한 마음으로 내 자리를 내어 주고 싶다.

나는 치치가 프랑스어와 한국어가 모국어로 자리 잡히면 다시 아이(阿姨)를 쓸 생각이다.


지금은 오직 나와 치치만의 세상을 즐기고 싶다. 이 시간도 금방 스쳐가겠지.

이전 07화 멈추지 않는 질문과 눈물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