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하루 보내세요 고객님
남자는 갖가지 빵들이 늘어선 진열대를 무표정한 얼굴로 한 바퀴 빙 둘러본다.
오른쪽 진열대를 돌아서 중앙에 위치한 평대를 지나 왼쪽 진열대까지 꼼꼼하게 둘러본다.
오늘은 어떤 빵을 고를까?
환상의 치즈 수플레!
그가 내민, 빵을 담는 쟁반 위에는 치즈 수플레가 달랑 한 개 담겨 있다. 언제나 이런 식이다.
그 남자가 눈에 들어온 것은 장대비가 하늘을 가려 어둠이 가득한 어느 날이었다.
적립해 주세요.
에그타르트 한 개, 초코 트위스트 파이 한 개를 적립 카드와 함께 내밀면서 그가 한 말이다.
알뜰하기도 하지.
그는 그다음 날도 또 그다음 날도 빵을 사러 왔다.
나이는 오십 대 초반? 아님 사십 대 후반? 언제나 후줄근하게 목이 늘어난 옥색도 아니고 연두색도 아닌 빛바랜 반팔 티셔츠를 전혀 어울리지 않는 회색 줄무늬 양복바지와 함께 입었다. 머리칼은 제멋대로 뻗쳐있고, 입 모양은 아따맘마의 토인 입처럼이나 크게 자리하고, 두꺼운 밤색 뿔테 안경 속에서 피곤한 듯 껌뻑이는 두 눈은 그나마 선해 보여서 그의 인상을 조금은 부드럽게 바꾸어 주고 있었다.
크렌베리 치킨 롤 샌드위치, 아침 & 햄에그 샌드위치, 넛츠와 메이플 페스츄리, 베이비 슈, 애플파이, 진한크림치즈 파이...
그 남자는 그렇게 매일 와서 인상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빵들을 한 개, 아님 두 개 정도를 포인트를 적립하고는 사갔다. 딱히 빵을 좋아하는 것 같지도 않다. 퇴근길에 습관처럼 와선, 습관처럼 오른쪽 진열장부터 쭉 훑어본다. 빵 한 번 보고 이름표 한 번 쳐다보고 멍하니 잠깐 멈추어 있기도 했다.
하루, 이틀 그 남자가 안 보인다. 무슨 일이 생긴 걸까.
삼일이 지난 어느 토요일, 남자아이와 함께 왔다.
그들은 한 참을 신중하게 고르고 또 골랐다. 단편적으로 들리는 말로는 아픈 엄마를 위해서 빵을 고르는 것 같기도 했다. 그들은 에그타르트 한 개와 생크림 소보루 빵 한 개를 포인트 적립하고는 사갔다.
그 남자는 그 뒤로도 여전히 지친 어깨를 늘어뜨리고 매일 빵을 사러 왔다.
요즈음 나라 경제가 최악이란다. 어느 지붕 아래나 살기 어렵다고 아우성이다. 그래서일까 그 남자의 뒷모습엔 삶에 지친 우리네 아버지들의 모습이 가슴 아프게 함께 한다.
기승을 부리던 무더위도 한 풀 꺾이고, 제법 선선한 기운이 감돈다. 이번 가을엔 모두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오늘은 그가 아내의 생일이라고 생과일이 가득 토핑 된 생크림 케이크를 처음으로 골랐다. 그동안 알뜰히 적립한 포인트로.
포장된 케이크를 받아 들고 행복한 표정으로 돌아서는 그의 뒷모습에 나의 희망에 들뜬 목소리도 한결 높아진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고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