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편한 마음으로 주변 공원을 오르는데, 한 아주머니의 모습이 확 다가와 마음에 담아놓았다.
<가을 맛>
간편한 복장을 한
여인이
붉은 화살나무 앞에서
멋지게 사진을 찍는다
그리고
돌아서서는
파랗게 날 선 소나무잎을
똑 따
이를 쑤신다
떨이로 나온 가을을
맛나게 드셨나 보다
후문 앞이 장사진이다.
2번을 쓴 피켓 든 여학생들이 두 줄로 쭉 늘어서고, 그 사이를
자전거를 끌고 가는, 머쓱하게 뒷머리를 긁으며, 하이 파이브 환호성을 지르며 등교한다.
남학생들에게는 e스포츠 대회를 개최합니다.
여학생들에게는 화장실에 여성용품을 비치하겠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 매점을 운영하겠습니다.
노후 운동기구를 교체하겠습니다.
자유복 입는 날을 늘리겠습니다.
프리마켓을 열도록 하겠습니다.
공약사항을 상대에 따라 적절하게 외쳐대는 아이들이 대견하다.
추울수록 더 위로 올라가는 치마의 길이.
반바지라도 딸딸 말아 더 위로 위로.
대한민국은 여인 천국.
맨 뒤에서 뻘쭘하게 서 있는 머슴 같은 몇 놈.
1번과 3번은 어디 갔을까?
첫날이라 도와준다는 아이들이 깜박했나 보다.
선거라, 잘해야 할 텐데.
“책상에 앉아 책을 펴놓고 끙끙 앓고 있느니, 아들이 더 공부할 것이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36년 학생들과 살았는데, 고3보다 중1이 훨씬 어렵습니다. 초등학교 선생님들이 존경스럽습니다. 제가 식으로 명확하게 보여주려면 여러분들이 여러 단계를 더 공부해야 합니다. 오늘은 구의 겉넓이와 뿔의 부피에 대해 제일 이해하기 쉬운 실험 몇 개를 보여드리겠습니다. 잘 보아주세요.”
내 호소가 간절했는지 아이들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구의 겉넓이는 원 넓이의 4배, 뿔의 부피는 기둥의 삼분의 일 이라는 것을 적분이 아닌 모래나 물을 부어 직관으로 알아야 하는 답답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