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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숲에는 무엇이 살까

사려니숲, 물영아리오름, 서귀포올래시장

by 고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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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25. 화 >

야자수 나뭇잎이 흔들리지 않는다.

어중간하게 빗방울이 날릴 뿐.

우도 들어가는 것을 포기하고 좀 더 자기로 한다.


8시 30분. 사려니국수집(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 산 34-17)으로 출발.

네비가 웬일인지 중산간으로 자를 인도한다.

넓고 한적한 도로, 안개에 묻힌 끝도 없는 숲.

42분 만에 도착, 시내만 통과하지 않으면 여러 가지로 좋은데.

아직은 네비를 따라갈 수밖에 없다.

조금만 더 기다려, 네비 너 혼내줄 거야.

고기국수는 진한 사골국물에 쫄깃한 중면을 썼다.

돔베고기는 된장 기를 잘 머금은 삼겹살 수육이다.

맛있지만 양이 좀 적다.

제주도 토속음식 하나 더 추가요.

깍두기나 김치는 어느 음식점이나 비슷한 것이 제공하는 공장이 같은가?

주인아저씨의 오묘한 눈빛과 자꾸 먹는 것을 훔쳐보는 것 같아 신경이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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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려니숲길(조천읍 교래리 산 137-1)

사려니 라는 말은 신령스럽다 혹은 실타래들을 흩어지지 않게 감는다는 뜻이다.

하늘을 가리는 삼나무가 주종을 이룬 비교적 최근에 알려진 한적하고 원형이 잘 보존된 곳이다.

우산 하나가 어디로 숨었는지 도저히 찾을 수가 없어 노란 비옷을 아내에게 입힌다.

잘 정돈된 데크 위를 걷는다.

차는 너른 갓길에 주차해야 하고, 사람들이 무지 많으니 성질 급한 사람은 일행들을 추월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안개가 깔려면 정말 신선이 금방 튀어나올 것 같다.

시선을 어디에 돌려도 그림 한 장이다.

열심히 사진을 찍는데 배가 우글거린다.

뱀이 우글거린다는 숲속으로 달린다.

천연 거름을 열심히 주고, 아까운 손수건으로 따뜻하게 덮어주었다.

향긋한 나무 향에 내 냄새를 하나 추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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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영아리오름(제주도 서귀포시 남원읍 남조로 988-1)

영아리는 신령스러운 산이란 뜻이고, 앞에 ‘물’이 붙은 것은 분화구에 물이 고인 습지를 품고 있어서 그렇다.

빗방울은 더 굵어지고 있다.

정상 쪽으로 몰려가는 구름은 꼭 만년설을 뒤집어쓴 후지산을 연상케 한다.

젖은 풀을 먹이면 소가 설사한다고 들었는데, 빗속에서도 소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다.

소몰이 길을 돌아 계간을 오른다.

끝도 없이 오른다.

천 개도 넘는다니, 이 계단 끝에는 천국이 있으려나.

경사진 비탈길이라도 나무는 똑바로 하늘을 향하고 있다.

빽빽한 숲, 넘어진 나무들 사이로 안개가 짙게 깔리면 음산한 느낌이 온몸을 감싸고 팔에는 소름이 쫙 돋는다.

안타깝게 분화구에는 물이 없다.

능선길을 따라 약 6km 둘레길을 한 시간에 주파.

오늘도 특전사 훈련은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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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여누(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조천읍 남조로 1842)

청귤에이트당근케익.

중산간의 멋진 풍경을 바라보며 느긋하게 보내는 시간.

비는 언제까지 오려나?


서귀포올레매일시장

주차장이 넓고 깨끗하게 잘 정비되어있다.

동문시장과 딱 닮은 분위기, 옛 맛이 아쉽다.

흑돼지김치말이, 족발에 잘 익은 깍두기는 천생연분.

거기에 청보리막걸리면 금상첨화.

시간은 잘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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