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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 또 고민

2024.03.14. 목

by 고주

<고민 또 고민>

내 나이 또래의 아저씨가 손수레에 종이상자를 가득 싣고 지나간다.

짐이 가지런하다.

검은색 머리카락의 수가 훨씬 적고, 허리는 꼿꼿하다.

아직은 아침 날씨가 쌀쌀한 북방의 짠한 풍경이다.

고등학교에 다니던 딸이 교장 선생님을 존경한다는 말을 듣고 이유를 물으니,

매일 아침 교문에서 웃는 얼굴로 반갑게 맞이해 주신다고 했단다.

새겨 두었다 교장 임명을 받고 바로 교문에 나오기 시작했는데, 나중에는 괜히 시작했다 후회도 했단다.

고생한다는 이야기는 들었겠다, 날씨는 더워지고 때로는 추워지고.

이것이 예방 교육이고 임장 교육이라고, 살레지오학교에서는 개교 이래로 쭉 이어져 오는 전통이라는 말에 고개를 끄떡이신다.

서로 힘이 되는 후문 앞 학생 맞이다.

제법 잘 따라와 주던 녀석들이 끝 종이 울리자 휴 하고 한숨을 내쉰다.

“어렵다.”

소인수분해를 하고 소수의 지수를 보면 약수를 빨리 구할 수 있다는 방법을 설명하면서 좀 빨리 달려나?

멀미를 한 모양이다.

다음 시간에 천천히 뒷걸음질해야겠다.

어디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지 고민, 또 고민.

나태주 시집을 반납하고 신경림 시인이 즐겨 암송한다는 “내 인생의 첫 떨림, 처음처럼” 시집을 들고 나온다.

사서 선생님이 “시를 좋아하시네요” 하면서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 나태주 시집을 선물로 준다.

아이들이 많이 찾는 책이라면서.

아즘찮이 선물까지, 어디서나 책 많이 읽으면 자다가도 떡 얻어먹는다고 했다.


점심시간에 운동장 가득 축구하는 아이들.

헛발질하는 망아지, 우르르 몰려다니는 양 떼.

내일은 운동복 준비해?

이것들 신화를 보여줘?

선수 같은 아이들이 없다는 것은 선수 같은 선생님이 없다는 것.

보는 것이 있어야 배우는 것도 있다.

앞에 보이는 목표가 있어야 욕심이 생긴다.

슬슬 몸이 근질거리는데 확 저질러 버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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