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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주 Jun 04. 2024

청춘

2024.05.08. 수

     

자전거 한 대가 구름다리 오르막 경사로를 오른다.

낑낑거리면서도 끝까지 가는 것이 수컷의 본능인 것을.

곱게 내린다.

건너편 오르막에서 긴 머리가 보인다.

다급하게 뛰어 내려온다.

반갑게 손바닥을 마주치더니 한 방향으로 나란히 걸어 올라간다.

수컷은 주머니에서 자그마한 곰돌이를 꺼내 암컷에게 준다.

받아 들더니, 고개를 뒤로 젖히며 와하고 외치는 것 같다.

왼손으로 옮겨 든다.

한쪽만 걸쳤던 등에 멘 가방끈을 양쪽 어깨로 올린다.

끈에 접힌 후드티 모자를 바르게 펴주는 수컷의 왼손.

그리고는, 내려오지 않고 암컷의 어깨에 머문다.

비 갠 후 서늘한 공기

아침이 되기를 얼마나 기다렸을까?

하루가 부풀어 오른다.

상큼한 바람 속에 젖는 청춘.

학교는 점점 다가오는데, 건너편 고등학교.

     

네 칸으로 나누어 놓은 칠판에 아이들이 껌딱지처럼 붙어있다.

서로 하겠다고 튀어나온 아이 중 선착순.

잘 나오지 않는 물 분필을 연신 뿌리면서 열심히 풀이를 적고 있다.

앉아있는 아이들은 어떤 문제를 자기가 풀게 될지 몰라 손이 보이지 않도록 연필을 굴리고 있다.

나는 교실 뒤에 서서 좌우로 눈알을 돌리고 있다.

천천히 복도를 지나가는 교장 선생님.

나도 모르게 눈알이 빨라진다.

“왜 너 혼자 문제를 푸느냐”라고 혼이 났다는 교장 선생님의 친구 이야기.

개념은 충실히, 문제는 스스로 풀게 해야 한다는 내 이야기.

기억하고 계시겠지.

공연히 옷매무새를 살피게 된다.

교실 바닥에 휴지가 있는지 두리번거린다. 

이런 기분이었겠구나, 우리 선생님들.    

 

수학을 포기했다던 승원이라는 놈, 보통이 아니다.

식을 일목요연하게 쓰고, 등식의 기본성질을 이용한 깔끔한 설명.

한 수 위인 놈이 분명하다.

변형된 도형의 넓이를 구해내는 문제에서는, 눈을 반짝이던 시연이와 진아가 책의 풀이와 다른 방법을 제시한다.

산만한 시우와 윤주는 무슨 말인지 통 알아먹을 수 없도록 풀이를 써놓았다. 

기질과 글씨가 왜 그렇게 닮는지?

뾰족하고 뭉툭한 모서리들이 동글동글해지려면 얼마나 많은 세월이 넘어가야 하는지?     

금요일에 체육대회다.

순둥이 4반과 까불이 6반 중 어디가 더 좋은 성적을 거둘까?

꼬물거리며 발버둥 치는 녀석들을 보게 되다니.

많이 궁금해진다.

축구라도 휩쓸려 뛰어봐, 말아.

두 골 정도는 따 놓은 당상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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