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0.6. 월요일의 '나' 육아 일기

by 호영

식사 : 버섯볶음 + 계란 + LA갈비+상추쌈+잡곡밥(아침)

빵 + 감 (점심)

과자(간식)

옥수수 + 치즈 (저녁)

운동 : 비가 와서 쉼.

건강상태 : 계속 잠이 온다.

오늘 나에게 해 준 일 : 명절인데 아무 데도 안 갔다.


나의 감정상태 : 슬픔.


추석이다.

장녀로 자라왔고, 맏며느리인 '나'라는

아이는 이번엔 아무데도 가기 싫다 했다.

이번이 처음이다.


항상 집안일에 앞장서서 신경 쓰고,

양가 부모님 기쁘게 해 드리려고 노력해 온

'나'라는 아이가 이렇게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


이렇게 한지는 좀 되었다.

명절에 가지 않은 건 처음이다.


양가에서는 이 아이 욕을 엄청 하셨다.

충분히 이해한다.


한 집안의 장녀, 큰 며느리가 손 놓고

아무것도 안 한다는 것은 욕을 먹어야 하고, "서운해."라는 말을 듣는 것이 맞다.


'나'라는 아이는 본인이

지금 왜 그러는지 잘 알고 있다.

그래서 하나도 미안하지 않다.

그리고 죄책감이 없다.

이 아이는 그동안 가족들과의 관계에서

최선을 다했다.


시댁에서는 매번 요리조리 피해 가는

동서 스트레스 안고 그냥 남편에게

하소연하면서 묵묵히 내 맏며느리 일 했다.

하지만 시어머니는 동서네를 더 예뻐하시더라.

그리고 '나'라는 아이는 한번 못하면 욕먹고,

동서는 한번 잘하면 고마워하시더라.


동서네는 '큰 며느리이니까 당연히 해야지.'라는 마음 가짐이 크고, 시부모님도 그런

마음 가짐이 크신 가부장적인 분이었다.


그래서 나의 노력은 고마운 것이 아닌,

당연한 것들이 되었다.


그리고 친정 식구들은

어릴 적부터 '나'라는 아이를

감정 쓰레기통으로 삼아왔었다.


내가 첫 아이를 출산하고,

눈을 뜨자마자 엄마는 알코올 중독 아빠 때문에 속상했던 하소연을 '나'라는 아이에게 쏟아냈다.

그리고 나의 큰 아이가 유치원에서

선생님께 학대를 받은 날에도

엄마는 나에게 본인 하소연만 했다.


그리고 나의 아이가 그렇게 된 것이

다 '나'라는 아이의 탓이라고 하셨다.


그리고 아빠는 술을 마시고 나면 항상 나에게

"엄마는 불쌍한 사람이니까

네가 잘 보살펴 줘야 해."라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본인의 힘듦을 계속해서 털어놓으셨다.


하지만, 힘든 줄 몰랐었다.

그게 당연한 일이었으니까.


그런데 '나'라는 아이에게도

죽을 만큼 힘든 일이 생겼는데,

이 아이는 말할 곳이 없었다.


이 아이는 그때 참 많이 울었고, 서글펐다.

그리고 허무했다.


그러는 동안,

어쩌다가 해외로 나가서 살 일이 생겼고,

몇 년간 이 상황에서 벗어나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이때 '나'라는 아이는
처음으로 다른 가족이 아닌
오롯한 자신을 느낀 그 시간들을
너무 행복해했다.

그렇게 행복한 시간을 보내다가

한국으로 돌아오게 되어서,

가족들과의 관계를 보게 되니,

관계가 객관적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가족들에게 그동안 어떤 존재였는지 알게 되었다.

이게, 너무 마음이 아프고 허무하고 힘들었다.


그리고 "가족들과의 관계도 인간관계구나."

라는 것도 깨달았다.


지금 이 아이는 가족들과 거리를 두고,

자신이 어느 자리에 서야 하는지 알고 싶었다.


나는 이 아이의 결정을 밀어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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