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감정 쓰레기통. 나만의 감정 쓰레기통.
감정 쓰레기통이란,
감정적으로 불쾌하거나 해로운 감정들을
담는 마음의 통.
본인의 부정적인 감정들을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에게 쏟아붓는 행동이다.
대부분 대한민국의 K 장녀들은 친정엄마의
감정 쓰레기통 역할을 많이 하게 된다.
다른 사람에게 본인의 부정적인 감정을
하소연하자니, 체면이 서질 않고 누워서
침 뱉기라 생각하고 가족 중 사정을 잘 알고 있고,
부차적인 설명을 할 필요 없는 공감을 잘해주는 딸을 본인과 동일시시켜서 본인과 같은 감정이라고
생각하고 부정적인 감정들을 일기장에 써 내려가듯 토로하고 위로받고 싶어 한다.
아마, 친정엄마 역시 엄마의 엄마에게 그렇게
부정적인 감정을 받아오면서 자란 듯하다.
감정 쓰레기통 역할을 하면서 자라온 사람들의
특징은, 정작 본인이 힘든 일이 있게 되면
아무에게도 본인의 감정은 이야기하지
못하게 된다. 본인은 다른 사람의 부정적인 감정만 들어보기만 해 봤지, 표현해 본 적은 없다.
그리고 자기 자신의 부정적인 감정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배워보질 못해서 감정을 잘 다룰지도 모르고, 자신이 감정을 표현하면 그 사람이 얼마나 힘들지 알기 때문에 쉽사리 이야기하질 못한다.
착한 아이 콤플렉스도 생긴다.
다른 사람의 부정적인 감정을 받으면서
그들로부터 인정받고 싶은 미성숙한 인정욕구.
그래야 사랑받을 수 있을 것 같다.
감정 쓰레기통도 대물림이다.
나에게도 딸이 있다.
어느 순간 무슨 일이 생기면 나 역시 엄마처럼 딸에게 나의 감정을 뱉어낸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정말 소름 끼치게 아차 싶었다.
사랑하는 나의 딸에게 부정적인 감정을
물려줄 수 없다.
이 부정적인 감정 쓰레기통의 대물림을 끊어야겠다.
나는 부정적인 감정을 해소하기 위해
많이 고민했다.
어찌어찌 나만의 감정 쓰레기통을 만들었다.
바로 크기가 크지 않은 작은 일기장이다.
들고 다니면서 틈틈이 나의 감정을 거기다 버린다.
가끔은 즐거운 감정을 기록도 하기도 한다.
그리고 즐거운 감정은 자기 전에 큰 일기장에
옮겨 적는다.
부정적인 감정이 들면 작은 나의 일기장에 머릿속에 생각 나는 말, 감정 그대로 다 적어낸다.
물론, 입에 담지 못할 욕들도 낙서처럼 적혀있다.
나의 눈물 자국도 많다.
그리고 시간이 될 때 한 번씩 읽어 본다.
다시 읽어 보면 그렇게까지 심각한 일이
아니었는데, 혼자 심각한 일도 있었고,
내가 예민해져서 느껴진 감정들도 있다.
나의 감정들이 객관화되면서 다시 그런 상황이 생기면 부정적인 감정들이 덜 느껴지기도 한다.
심지어 웃기기도 하다.
나의 이 1,500원짜리 작은 감정 쓰레기통이 꽤
든든하다.
감정 쓰레기통이 꽉 차면 쓰레기통에 버려버리고
새로 사면 된다.
이 좋은 감정 쓰레기통.
엄마에게도 선물하고, 아들 둘만 있으신 시어머니, 아이들에게도 선물해줘 봐야겠다.
그리고 이제 엄마나 시어머니 전화는 3번 중
1번만 받을 거다.
이 1,500원짜리 쓰레기통이 내가 많은 감정을
지닌 소중한 사람이란 것을 알게 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