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스커트가 내 취향인데?
아이 출산 전, 키가 작은 내가 즐겨 입던 외출복은
미니스커트를 입고 굽 높은 하이힐 신는 것이었다.
왠지 키가 더 커 보이고, 다리도 예뻐 보여서 외출을 할 때면 나의 자신감은 커진 키만큼 하늘을 찔렀다.
그러다 임신을 하면서 하이힐 신는 것은
불가능했고, 아이 출산 후 아이가 어릴 때는
아이를 케어하기 위해서는 미니스커트는
꿈도 꿀 수 없었다.
걸어 다니는 아이를 따라다니려면 무조건
움직이기 편한 통이 넓은 바지와
오버핏 면 티셔츠가 배도 가려주고 최고의 코디였다.
엄마들이 왜 펑퍼짐한 원피스만 선호했는지
알게 되었다.
나의 몸매도 가려주고, 편해서. 그리고 아이를
케어하려면 코디할 시간 따윈 없다.
그렇게 나의 몸매와 나 자신조차도
펑퍼짐한 원피스 안으로 감춰진 시간을 보냈다.
펑퍼짐한 원피스, 통이 넓은 바지를 입은 내 모습을 볼 때면 항상 마음에 들지 않았다.
키가 더 작아 보이고, 자신감이 떨어졌다.
진짜 내 모습이 아니라는 마음뿐이었다.
아이가 어느 정도 자란 후, 잃어버린
나를 찾고 싶은 마음들이 간절해졌다.
이상하게도 나를 찾고 싶은 마음이 많이 들수록,
미니스커트 생각이 계속 났다.
나의 옷 스타일부터 찾기 시작했다.
나에게 있어서 옷은, 현재 내 모습과 감정을
나타내주는 도구라고 생각을 해서
나를 찾는 가장 쉬운 시작이었다.
나의 옷을 본 친정엄마는 바로 타박을 하셨다.
“아이 엄마가 무슨 미니스커트이냐?
나이에 맞게 입어라.”
나이에 옷을 맞춰 입어야 한다는 건가?
나이에 맞는 옷은 무엇일까?
나이가 들수록 나를 감추고 가려야 하는가?
나이에 맞는 우아함.
나는 우아한 사람이 아니다.
우아한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한 적도 없었다.
나이에 맞춰 옷을 입으라는 말은,
나이에 나를 끼워 맞추라는 이야기로 들렸다.
내가 30대라서 30대들이 주로 입는 옷을 입고,
내 나이가 몇 살이니 몇 살처럼 살아야 한다.
내 나이가 50대이니 50대같이 살아야 한다.
아까 말했지만, 옷 스타일이 나를 나타내는
도구라고 생각한 내가 나이에 맞는 옷을 입고,
나이를 생각하며 지내다 보면 나 자신을
나이에 한정을 두게 되는 것 같았다.
내 나이가 몇 살이니까 이런 일은 못 해.
내 나이가 몇 살이니까 시도하면 안 돼.
내 나이가 몇 살이니까 이렇게 해야지.
내 나이가 몇 살이니까 이렇게 살아야지.
라고 나이에 맞추어서 살게 되는 내가 되는 느낌.
나는 우아한 사람이 아니고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인데, 왜 나이에 맞춰서 우아하게 살아야 하나?
나에게 어울릴까? 아니, 그건 내가 아니다.
나이 때문에 나를 버릴 순 없다.
나이 때문에 포기하는 게 많아서는 안 된다
생각한다.
나의 건강이 허락하는 한 나이는 그냥
주민등록상 나타내는 숫자일 뿐.
내가 살아가는 현재 모습이 진짜 나의 나이다.
엄마란 이유로, 나이가 많다고
내가 좋아하는 나를 포기할 순 없다.
다른 사람들이 애 엄마가 미니스커트 입고 다닌다고 쑥덕대더라도 나의 만족을 포기할 수는 없다.
그건 나를 포기하는 거니까.
참고로 나는 미니스커트 입는 것은 좋아하지만,
학교 상담 갈 때는 미니스커트를 입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