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든 해보세요

[실천 편] 나에 대해 아는 방법 2

by 꿈마

"그래서 이제 뭐 할 건데?"

퇴사를 앞두고 있는 저에게 직장 동료들이 가장 많이 하던 질문입니다. 고정된 출퇴근, 정해진 월급, 통제된 시스템을 벗어나 저는 무한한 자유를 얻었습니다. 자유에는 책임이 따릅니다. 그동안 따박따박 들어오던 월급을 대신할 일을 찾아야 했지요.


외국학생들 속에 적응하는 건 나였다


처음에는 한국어를 가르치기 시작했습니다. 오전 시간만 일을 하고 비교적 자유로운 시간, 지금껏 해오던 일이랑 비슷한 일. 이 두 가지가 새로운 일에 쉽게 뛰어들게 한 이유였지요. 제가 근무했던 곳은 한국어센터였어요. 우리나라에 들어온 외국인의 자녀를 대상으로 학습 겸 적응을 시키는 곳이었습니다. 엄마, 아빠를 따라 갑자기 낯선 땅에 와서 한국 학교를 들어가게 되니 얼마나 당황스러웠을까요? 말이나 문화, 모든 것이 달라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이 많았습니다. 학교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였겠지요. 방글라데시어만 할 수 있는 아이가 반에 있다면요? 학교에서 저라면 어떻게 해야 할지 답답했을 것 같아요.

한국어센터에서 맡았던 반은 주로 초등반이었습니다. 분기별로 다른 아이들이 들어왔는데, 방글라데시, 러시아, 우크라이나,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중국... 국적도 모두 다르고 영어도 모르는 아이들이 10명 정도 있었지요.

'안녕하세요? 고맙습니다, 안녕, 가, 나, 다, 라... '

아이들에게 손짓, 몸짓, 그림을 보여주며 이야기를 합니다. 무슨 말인지 몰라도 비슷하게 따라 말하는 아이들은 그저 신나고 재미있어 보였습니다. 학교에서 한국말 속에 지내다가 서로 다 다른 말을 쓰는 자기들끼리 있으니 얼마나 자유롭고 웃기고 신났을까요?

그렇다고 신난 아이들만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상처받고 혼란스러운 마음을 격하게 표출하기도 했고, 제가 전혀 몰랐던 러시아욕을 알아듣게 만들어 주기도 했지요.


초등학교에서는 경험하지 못했던 다채로운 아이들과 지내다 보니 배운 것이 있습니다.

-방글라데시 친구들은 교재의 돼지 그림도 보기 힘들어한다는 것, 급식시간에 "이거 돼지 아니야"를 항상 알려줘야 한다는 것

-우크라이나,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친구들은 공용어인 러시아말과 함께 이중언어를 쓸 수 있다는 것

-좋으면 안고 만지고 매달리며 스킨십이 매우 자연스럽다는 것

-이미 알던 말도 하기 싫으면 못 알아들은 척할 수 있다는 것

-서로 언어, 문화, 생김새가 달라도 어떻게든 소통이 가능하다는 것


애증의 사업자


두 번째로 시도한 일은 사업입니다. 정해진 월급을 꼬박꼬박 받던 저에게 인생은 더도 덜도 없이 너무 정해진 일 같았어요. 그에 반해 사업은 멋지고 매력적으로 보였지요. 유튜브에서 방법을 찾아가며 온라인 판매 사업자를 등록했습니다. 그림을 그려 엽서를 만들고 쿠팡에서 판매자 등록도 마쳤습니다.

처음엔 달콤한 꿈을 꾸었지요. 주문이 너무 많이 들어올까 봐요. 택배를 어떻게 다 싸지? 걱정을 하며 상품을 업로드했습니다. 업로드된 엽서가 상품 페이지에 잘 떠있는지 궁금했습니다. 물건을 사기 위해서만 페이지를 들락 걸렸지 판매자로서 보는 것은 처음이라 두근거렸습니다. 그런데요, 1페이지, 2페이지, 3페이지... 아무리 상품 소개 페이지를 수십 장 넘겨도 작고 소중한 저의 엽서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결국 찾기를 포기했지요. 세상에 엽서는 많고도 많았습니다. 당연히 단 한 장도 팔리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저의 열정은 몇 달 뒤 다시 사업자 해지 방법을 찾으며 막을 내렸습니다.

이제와 생각해 보면 저는 사업과는 전혀 맞지 않는 사람이었습니다. 사업이란 것도 소비자의 마음을 얻기 위한 치열한 공부가 필요한 분야였지요. 계획이 철저히 필요한 일이었습니다. 절대적으로 신봉하지는 않으나 MBTI에서도 특히 P(계획적이지 않은, 즉흥적인) 성향이 극도로 강한 저에게는 더더욱 힘든 일이었습니다. 막연한 생각만 가지고는 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어느 분야든 마찬가지겠지만요.


하지만 저는 알게 되었습니다.

-카카오뱅크에서 사업자계좌를 등록하면 멋진 라이언 블랙 카드를 준다는 것,

-쿠팡의 로켓 배송은 쿠팡에서 사들인 물건이 배송되는 것이며, 판매자 로켓은 사업자들이 쿠팡 창고에 넣어둔 물건이 배송되는 것이며, 일반 배송은 각 사업자가 따로 택배 배송을 한다는 것을,

-송장 출력용 라벨 프린터기는 무조건 좋은 걸로 사야 안 걸린다는 것,

-사업자도 매출에 따라 간이과세자와 일반과세자로 나뉘며 세금의 차이가 굉장히 크다는 것

-나와 사업은 안 맞다는 것


이것저것 해보면 알게 되는 것


이외에도 청년문화제(청년 나이제한 마지막 턱걸이) 작가로 참여, 도서관도우미, 고양이집사, 유튜버 등 얼핏 보면 전혀 어울리지도, 연결되지도 않는 여러 가지 일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실패와 놓쳐버린 기회 또는 이루지 못한 일들의 합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큰 승리와 우리가 원하는 대로 달성된 몇 안 되는 일들로 이루어진 것도 아니다... 우리는 우리가 하는 모든 시작의 합이다.
-[지금 당장 시작하는 기술] (베키 블레이즈 지음/이현경 옮김)


'나'를 몰라서 해본 일들은 저에게 배움의 기쁨을 주었어요. 몰랐던 일, 전혀 해보지 않았던 일, 절대 할 수 없다고 생각한 일을 시도해 보며 스스로를 알게 되기도 합니다.

'아, 이건 나와 맞지 않아.'

'이거 좀 재밌는데?'

멋있어 보였던 일이 막상 해보면 내게 흥미를 주지 못할 수도 있고, 전혀 관심 없던 일이 의외로 계속 재미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다 흥미를 잃으면 다른 재미있는 일을 찾아도 괜찮아요.


하지만 내가 직접 해보고 알게 되는 것은 아무것도 경험하지 않은 때와는 다른 시선을 갖게 해 줍니다. 가령 자동차를 운전하다 버스만 타도 자동차에서는 보이지 않던 저 아래 냇물이 보입니다. 운전한다고 보지 못했던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보입니다. 버스만 타다가 자동차를 타도 눈앞에 훅 하고 가까워진 도로가 낯설게 느껴지지요.

달라지는 경험에 따라 내가 보는 것, 듣는 것, 느끼는 것이 모두 다릅니다.



<그림>

사람들은 돌아다니다 작은 산을 만나게 됩니다. 산을 올라갈지 말지는 각자의 선택이에요.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올 수도 있습니다. 아무 산도 올라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작은 산을 조금이라도 밟아본 사람은 땅에서 돌아다니는 사람보다 높은 곳에서 볼 수 있습니다. 높은 곳에서 보면 더 멀리 볼 수 있습니다. 그것은 땅에 있을 때에 보이는 것과는 다른 것이지요. 예를 들면 이런 생각들을 하게 되지요.

'앗, 저기 저런 게 있었나? 저기도 한 번 가볼까?'

'바로 옆에 이런 길이 있었구나.'

한편 묵묵히 하나의 산의 끝까지 오른 사람은 흔히 말하는 고수가 될 수 있는데, 그는 제일 높은 곳에서 가장 멀리 내다볼 수 있게 됩니다. 다른 산으로도 쉽게 점프해서 이동할 수 있습니다. 그는 다른 분야에서도 쉽게 고수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다른 이들이 오를 수 있는 나만의 산을 만들고 싶어질 날도 오겠지요.


제가 산에 비유한 그림처럼 이 산, 저 산 가리지 말고, 시도하고 올라가 경험해 보시기를 추천합니다.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배우고 새로운 눈을 갖게 되는 일, 그건 어쩌면 '일상의 여행자'로 살아가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여행을 하는 목적이 다른 시선으로 보기 위한 것이라면 우리 일상에서도 내가 해 보지 않은 일을 함으로써 여행 못지않은 설렘과 색다름을 느낄 수 있습니다. 다른 시선으로 볼 수 있게 됩니다. 그때 보이는 것은 나를 풍부한 사람으로 만들어줍니다. 풍부한 내가 되면 '나'라는 사람을 조금 더 여러 각도로 들여다볼 수도 있게 되겠지요.




오늘의 요약

무엇이든 시작하고 해 본 일은 '나'를 알게 하고, 배움을 줍니다


오늘의 질문

오늘은 어떤 새롭고 사소한 일을 하나 시작해 볼까요?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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