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ìa 27 Pasé un día perfecto

나에게 딱 맞는 루틴

by 여행하는 루나씨

(26일차는 간식&넷플릭스와 함께 흘려보냈다><)



2025년 7월 28일 월요일



주말을 게으르게 보낸 관성 덕분에 눈은 일찍 떴는데 침대에서 엄청 늦게 일어났다. 샤워를 하고 나갈 준비만 하기에도 매우 부족한 시간이었다. 그나마 10분 정도 시간 여유가 있어서 매우 빠르게 삶은 달걀 2개를 먹고 하루를 시작했다. 아, 나 이제 교통카드 잔액 없어서 학원까지 걸어가야 한다. 오늘 기온은 31도지만 최근 2-3일 정도 시원했던 공기 덕분에 걷기에 나쁘지 않은 날씨였다.


마지막 주에 완벽한 하루 루틴을 발견했다. 이런 젠장.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알리칸테 도착일)에도 알았어야 했는데. 아침과 저녁 모두 고정된 스케줄이 있는 건 매우 불편하다는 사실을. 오전에 어학원과 필라테스를 한 방에 다녀오니까 남은 하루가 너무나 여유로웠다. 이렇게 또 하나 알아간다. 직접 시행착오를 겪지 않고서는 단 하나도 허투루 배울 수 없는 운명을 타고난 인간이라서 자주 곤란하네.



1. 스페인어 수업 루틴


첫째 주에 함께 공부한 M선생님과 다시 한번 수업을 하게 되었다. 중간에 2주 정도 못 본 사이에 많이 늘었다는 걸 보여줄 수 있어서 기뻤다. 첫째 주에는 교재에 나온 문제를 거의 이해하지 못해서 단어 하나하나 질문했어야 했는데 이제는 교재에 나오는 질문 정도는 스페인어로 수월하게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게 되었다. 기본 단어도 거의 다 마스터했고 오늘은 A2 레벨에서 B1 레벨로 넘어가는 과거 시제를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했는데 또다시 산 너머 산이네.


ar, er, ir 동사 구분하고 1, 2, 3인칭에 복수형까지 구분하려면 머릿속이 엉망진창이 되고 정확하게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매번 실수를 했다. 하아, 이 놈의 스페인어 진짜 복잡하다! 머리를 쥐어뜯다가 결국 마지막 주라서 너무 힘들게 공부하고 싶지 않다고 공표했다. 나답지 않은 결심이었다. 첫째 주 수업에서 나눴던 대화가 떠올랐다. 내가 너무 열심히 하려고 스스로를 괴롭히는 타입의 학생이라는 이야기를 했고 선생님은 어떻게 조절하고 있냐고 질문했다. 그래서 전혀 조절하지 못하고 있다고 대답하고 우리는 함께 깔깔 웃었다. 선생님이 오늘은 좀 괜찮아 보이는데 어떻게 조절했냐고 물어서 지난주에 너무 피곤해서 어쩔 수 없이 조절했다고 말했다. 피곤해서 강제로 쉬어야 하기 전까지는 뭐든 조금 무리하는 타입의 인간이라 부끄럽네요. 열심히 사는 사람들에 비하면 되게 많이 하는 것도 아닌데 기본적으로 체력이 약한 편이라 3주 만에 나가떨어져 버렸다. 이번 주는 숙제도 안 하고 복습도 안 하기, 도서관도 안 가기로 선생님과 약속했다. 나의 휴가를 나보다 더 응원해 주는 선생님, 감사합니다.




2. 필라테스 수업 루틴


오랜만에 혼자 필라테스 수업을 들었다. 비즈니스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V코치는 개인 스케줄이 가능하면 내가 편한 시간에 맞춰줘서 아주 좋았다. 다만 버지니아와 함께 수업을 들을 때는 조금 늦게 따라오는 버지니아를 케어하느라 나에게 많이 집중하지 않아서 다소 편안하게 운동을 했었는데 오늘은 완벽하게 퍼스널 트레이닝이라서 매우, 매우, 매우 힘들었다ㅠ 이번 달 운동한 날 중에 가장 강도가 높았던 것 같다. 허벅지를 너무 털려버림. 게다가 주말 동안 전혀 움직이지 않은 상태에서 아침 스트레칭까지 빼먹었더니 여기저기 쥐 나고 난리도 아니었다. 10여 년 전 연배가 꽤 있으신 선배님께서 매일 아침저녁으로 스트레칭을 하셔서 굉장히 유연하셨는데, 대단하세요! 라는 반응에 허허허 웃으시던 모습이 생각났다. 스트레칭 안 하면 생활이 어려운 나이가 가까워지고 있는 것 같다;; 하 하 하. 정말 힘들었는데 힘들게 운동한 만큼 끝나고 나면 더욱 개운한 기분이 들어서 보람이 있었다.



3. 완벽한 하루


도서관에는 아주 잠깐 들러서 오늘의 스페인어 공부는 듀오링고만 하기! 요즘 시스템이 바뀌어서 250,000 만큼의 에너지를 제공해 주는데 너무 불편하다. 다섯 개의 하트를 제공해 주던 지난번 시스템에서는 오답 없이 너무 오랫동안 공부하는 사람이 있어서 그랬던 걸까. 새롭게 바뀐 시스템에서는 15분 이상 공부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게다가 배터리 잔량처럼 보이는 에너지 숫자가 사람을 굉장히 긴장하게 만든다. 물론 수익구조를 위해 결제를 유도하기 위한 변경이라는 게 확연히 보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료결제 할 생각은 없습니다만. 오늘은 딱 15분 정도 필요한 만큼 공부를 하고 한 챕터인가 두 챕터를 점프해서 드디어 어학원 수업 진도와 비슷하게 과거 시제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공부를 할 때는 항상 내가 원하는 것보다 느리게 성장하기 때문에 늘 답답한 마음으로 하루를 보내곤 하는데 그래도 한 달 정도의 시간을 돌아봤을 때 많은 발전이 있었던 것 같다. 스페인어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알리칸테 생활 점수 몇 점 정도 줄 수 있을 것 같아요?” 라고 질문했을 때 더위 빼고는 모두 만족스러워서 9점을 주겠다고 대답했다. 스페인어를 공부하고 싶었고 편안하게 정착하고 싶었고 요리를 하고 싶었고 운동을 하고 싶었다. 몸과 마음과 뇌까지 건강해지는 시간을 계획했고 계획한 모든 것들을 성실하게 실천했다. 스페인어 수업도 필라테스도 바차타까지 단 한 번도 결석하지 않았고 술을 많이 마시거나 게을러지지 않았다. 그래서 후회가 없다. 게다가 마지막 주는 시원해지기까지 해서 100 점의 마음으로 홀가분하게 알리칸테를 떠날 수 있을 것 같다.


스페인어 공부를 하고 필라테스 수업을 듣고 간단한 점심 식사를 한 후 듀오링고 공부를 하고 1시간 정도 삼체를 읽었고 낮잠을 잤다. 베이컨과 치즈를 사서 뇨끼를 넣은 크림 파스타를 만들어 먹었다. 오늘 하루가 나에게 가장 완벽한 루틴이었는데 너무 늦게 깨달아버렸네. 많이 편안해진 날씨 덕분에 버스를 타지 않아서 만보 이상 걸을 수 있었던 날이었다. 몸과 마음이 건강하다. 지금 여기 있는 그대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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