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ìa 25 ¡Buen fin de semana!

편안하고 여유로운 주말

by 여행하는 루나씨



2025년 7월 26일 토요일



지난 화요일이었나, 제법 심각하게 주말 계획을 세웠었다. 더운데 영국에 잠깐 다녀올까? 스페인 북부 빌바오? 그라나다? 모로코까지 생각해 봤다. 영국 멘체스터나 노팅엄까지 꽤 저렴한 항공권이 있었고, 날씨도 맘에 든다.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데, 스페인 북부 한 번 갔다 와야지. 모로코 재밌겠다. 오, 그라나다까지 카풀이 가능해? 교통편 찾다가 차량공유 웹사이트를 찾았다. 오오, 재밌겠다. 그라나다까지 4시간 미만, 25유로 정도에 다른 사람의 차를 타고 이동할 수 있다. 금요일 필라테스 수업을 오전으로 옮기고 오후에 바로 출발하면 2박 3일 여행이 가능하다. 필라테스 선생님께 왓츠앱 메시지를 거의 다 쓴 참이었다. 잠깐, 그라나다 날씨 어떻지? 일일최고기온 36도... 아아... 이건 살아남을 수 없는 날씨다. 크게 끌리지 않는 여행지를 모두 제치고 그라나다를 선택했는데 너무나 안타까운 소식이었다. 이래저래 고민해 봤지만 다른 옵션들도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아서 결국 느긋한 주말을 보내기로 했다는 이야기.



1. 벌써 한달살이를 돌아본다


오늘도 하루 평균 최고 기온은 27°로 운동하기 완벽한 날씨였는데 아침에 암막 블라인드를 열자마자 강렬한 햇살이 들이치길래 러닝은 포기했다. 햇빛이 너무 강해! 라고 핑계를 대지만 결국엔 귀찮은 거다. 아, 여행하면서 러너로 사는 건 불가능한 일인가. 매일 오전 어학원에 다니니까 평일은 매우 바쁘다는 느낌에 시달리고, 그래서 그런지 주말이 직장 생활하는 사람처럼 아주 달콤하게 느껴진다. 나무늘보처럼 느릿느릿 달걀을 삼고 토마토를 자르고 염소치즈를 꺼낸다. 딸기맛 요거트까지 건강하고 맛있는 아침식사. 평일에도 비슷한 식단을 유지하려고 하는데 평일에는 보통 늦게 일어나서 부산스럽게 아침 준비를 하고 허겁지겁 아침을 먹게 되는 게 안타깝다. 어학원 수업 시간을 좀 더 여유 있게 잡았어야 했어. 이제야 뒤늦게 깨닫는 것들. 심지어 둘째 주까지는 어학원 수업 9시에 들었다. 대단하네 나.


퇴사여행을 시작한 후 계속 이동하다가 정착하는 게 처음이라서 시행착오가 많았다. 수없이 여행을 했지만 한달살이는 진짜 처음이라서. 뭐든 처음 시작할 땐 욕심을 많이 부리게 되니까. 내려놓는 게 인생의 최종 목표인데 여행을 하면서 만나게 되는 수많은 색깔과 모양의 욕심들에 놀라곤 한다. 겪어 보기 전에는 절대 깨닫지 못하는 게 내 인생에 가장 큰 걸림돌이기도 하고, 겪어 보고 나면 확실히 깨닫고 변화할 수 있으니까 이게 내 인생에 가장 큰 축복이기도 하네. 8월 1일부터 체코 프라하에서 열흘동안 머무르기로 했다. 필라테스랑 바차타는 원데이 클래스라도 할 예정. 스케줄 관리 잘해서 알리칸테처럼 바쁘게 사는 일은 없도록 신경 써야겠다고 다짐했다.

건강한 아침을 먹고 신중하게 스트레칭을 하고 8월 말부터 시작하는 아프리카 투어를 위해 항공 및 보험 정보를 전송하고 필요한 규정 등을 숙지하는 과정이 생각보다 피곤했다! 여행사가 매우 체계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에서 안심할 수 있기도 했다. Good to go라는 이름으로 투어를 시작하기 한 달 전까지, 비행, 보험, 비상 연락처, 건강 상태, 투어 규칙 등을 확인하고 동의하는 과정이 있었고 그 과정이 끝나자마자 27일간의 총일정이 정리된 바우처가 날아왔다.


한국 여행사를 선택했다면 더 쉬웠겠지? 하지만 여행을 하면서 전 세계 사람들과 소통하는 기회를 포기할 수 없다. 더불어 루나씨는 한국 사람과 여행하는 것을 좀 더 어색해하는 편이다. 한국말을 하는 캐릭터와 영어를 말하는 캐릭터가 많이 다른 편이기 때문이다. 다만 영어는 늘 피곤해... 여행 일정이 정리된 바우처는 총 28페이지였고 첫날부터 8일차까지의 일정을 (영어로!) 읽고 나서 정신이 혼미해졌기 때문에 내일이나 다음 기회에 좀 더 읽기로 하고 메일창을 닫았다. 8월 23일부터는 독일에 사는 친구와의 터키 여행이 계획되어 있어서 카파도키아 호텔을 비교해 보느라 또 한참의 시간이 지나갔다. 더더더 쉬어야 하는데 아침부터 꽤나 생산적인 시간을 보내 버렸군.



2. 편안하고 여유로운 주말 보내기


오랜만에 집에 있어도 덥지 않은 날이라서 하루 종일 침대에서 뒹굴거렸다. 점심은 어제 먹다가 조금 남은 치킨과 감자를 먹었고 시시콜콜한 유투브 예능을 시청했다. 디저트로 초콜릿이 들어간 시리얼을 야금야금 먹고 늘어지게 낮잠을 잤다. 주말 한낮의 낮잠은 늘 달콤하거든요. 최근 며칠 동안 히어로는 아닙니다만, 이라는 드라마를 시청하고 있고 저녁에는 라면 스틱을 이용해 베이컨과 냉동 채소를 넣은 파스타 라면을 끓여 먹었다. 오전에 할 일을 마친 게 정말 다행이었다. 오후에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고 죄책감 없이 편안하게 쉬었다.



매일 아침 자꾸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무의식적인 강박에 시달린다. 사실 아무것도 안 해도 되는데. 어쩌면 아무것도 하지 않기 위해서 백수가 된 건데. 여행을 하면서도 뭔가 생산적인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 즐거운 일을 벌여야 한다는 느낌. 하루하루 적어도 하나쯤은 추억은 만들고 지나가야 한다는 강박 같은 것들이 존재한다. 그러지 않을 수 있는 날이라서 평화롭고 고요했다.


아, 왜 평화로운지 생각해 봤더니 옆방 Z가 방을 비우고 떠났기 때문이다. 알리칸테 대학에서는 연구가 마무리되어 바르셀로나로 간다고 했다. 바르셀로나는 좀 더 시원할 거라서 너무 행복하다는 그녀의 얼굴에서 진심이 보인다. 그녀가 나쁜 사람은 아니었지만 아침, 저녁으로 들리던 격앙된 목소리가 완전히 사라지자 마음속 깊이 안정이 찾아왔다. 누구랑 그렇게 통화를 하는지 매번 정말 궁금했다. 아마도 중국어 엑센트 때문이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매일 싸우는 것 같았는데.


L에게 물어보니 그 방은 한동안 비어 있을 예정이라고 한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주방이나 욕실을 쓰는 시간이 겹쳤었는데. 또 하나의 편안한 소식! L은 일을 세 개나 하고 있어서 남은 며칠간은 거의 나 혼자 큰 집을 차지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L은 거의 매일 저녁 여섯 시쯤 출근해서 자정이 넘어서 집에 오기 때문에 여유 있게 저녁을 만들어 먹고 나만의 음악을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는 시간이 생겼다.


날씨가 선선해지면서 몸과 마음에 충분한 여유가 생기고 있다. 다음 주 목요일, 곧 떠난다는 게 아쉬울 정도이다. 돌아보면 충분히 재미있고 넘칠 만큼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아직 4일 정도, 시간이 남았는데도 불구하고 뭔가 한달살이를 정리하는 마음이 잔잔하게 흐른다. 내일은 일요일, 내일도 특별히 해야 하는 일은 없다. 오늘과 비슷하게 보낼 것 같은 예감이 드는데요, 정말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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