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ìa 23 FelizCumpleañosParaMi

Happy Birthday to me

by 여행하는 루나씨



2025년 7월 24일 목요일



1. 아침부터 뜬금없이 어떻게 살 것인가, 고민이다.


하루를 시작하기 전에 유투브 예능을 보면서 뒹굴거리다가 좋아하는 배우가 일에 대해 고민하는 모습을 보며 떠오른 질문. “나는 일을 통해 성취감을 많이 느끼는 사람인데 너무 놀아서 지쳤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세계여행 152일차, 하지만 직장으로 돌아가고 싶은 건 아닌데 말이죠. 아니다,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다. 신나는 일을 하고 싶다. 즐거운 일은 무엇이었나? 누군가를 성장하게 하는 일. 누군가를 웃게 하는 일.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일. 고객이든 팀원이든 좋은 사람들과 일할 때 행복했다. 사람이 중요하다. 예능 보다가 갑자기 인생 고민 시작하기. 연예인 걱정 하는 거 아니라지만 세상 어느 누구도 실존의 고민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게 유일한 진리인가 봐. 그렇다면 다음 질문은 늘, 어떻게 살 것인가.



2. 오션 레이스 박물관, 인간은 목숨을 걸고 미친 짓을 한다



어학원에서 갑자기 외부 활동이 생겨서 오션 레이스 박물관에 다녀왔다. 공부하기도 바쁜데 이게 무슨 일이냐, 하는 생각과 공부하기 싫었는데 잘 됐다, 라는 생각이 공존하는 상태였다. 오늘 박물관에 가는 일정이 생긴 이유는 날씨가 좋기 때문이다. 알리칸테의 여름에서 모두가 좋은 날씨라고 칭찬이 자자한 날은 오늘처럼 흐리고 바람이 부는 날이다. 아, 진짜 햇살 없으면 죽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구름 끼고 바람 불고 비 온다는 소식에 이렇게 신이 날 줄은 몰랐다. 역시 언제 어디에서 사는지가 참 중요하구나. 역시 사람은 자연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구나.



박물관 자체는 크게 기대하지 않았는데 의외로 재미있는 포인트가 많았다. 특히 함께 간 M선생님의 학생인 프랑스인 A가 실제로 세일링(요트여행)을 하고 있다고 해서 더 흥미진진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오션 레이스는 엔진이 있는 요트를 타고 1년 가까이의 시간 동안 넓고 넓은 바다를 횡단하는 스포츠였는데, 사실 그냥 로잉 정도라고 생각했다가 계속 깜짝깜짝 놀라면서 박물관을 즐기게 되었다. 처음에는 인간이 얼마나 미친 짓을 많이 하는지에 대한 대화를 시작했다가 배 위에서 생활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지고 결국에는 정말 멋진 여행일 수도 있겠다, 라는 깨달음으로 마무리가 되었다.



스쿠버 다이빙을 시작하기 전에는 우주여행을 하고 싶은 사람도 이해할 수 없었다. 대체 왜? 하지만 전에는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깊은 바닷속에서 우주여행을 가고자 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100% 이해하던 순간이 있었다. 오션 레이스도 마찬가지인 것 같았다. 누구도 가보지 않은 곳에 그 어느 때보다 힘들게 도달해 보는 감정은 겪어 보기 전에는 절대 알 수 없다. 인간은 재미를 위해 또는 무언가를 위해 자신의 인생을 걸고 목숨을 바치며 미친 짓을 저지른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미친 지점을 안고 살아가는 거겠지.



3. 한 달은 너무 짧은 시간이야


목요일, 스페인어 그룹 수업 시간에 다이어리 이야기가 나왔다. 내가 매일 다이어리를 쓴다고 말하자 E선생님이 깜짝 놀라며 자기 얘기도 있는지 설레는 표정으로 물었다. 첫 그룹 수업시간에 굉장히 말을 빠르게 한다는 내용만 썼던 것이 기억이 났다. E는 굉장히 좋은 선생님이고 또 재미있다. Me gusta(좋아)를 말할 때는 항상 가슴 앞에 하트를 만들고 Me odio((싫어)를 말할 때는 항상 그 하트를 깨뜨린다. 그녀에 대해 가장 좋아하는 점은 수업시간에 절대 영어로 쉽게 넘어가 주지 않고 누군가 모르는 낱말이 있어도 옆사람이 스페인어로 설명하도록 이끌어 주는 것이다. 그래서 그룹에 있는 학생들은 자주 마임의 천재가 되기도 한다. 모르는 말이 있으면 옆사람이 스페인어로 설명을 해 주기도 하고 몸짓으로 보여 주기도 하고 그래도 해결이 되지 않으면 구글 번역에서 각 나라의 말로 들려준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영어를 할 줄 알지만 종종 영어로도 모르는 단어들이 생기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룹에는 미국에서 온 H와 우크라이나에서 온 V가 있고 오늘은 D가 새로 왔는데 그도 우크라이나 사람이라서 구글에서 우크라이나 단어를 몇 개 들어 봤지만 정말 낯설다. 나머지 모든 사람들에게 한국어도 그렇게 들릴 것이다. 오늘 새로 온 D는 부산에 가본 적이 있다고 해서 깜짝 놀랐다. 김치와 부대찌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미국인 H는 김밥을 좋아한다고 했다. 다들 제대로 된 한국 음식을 먹어 본 건 아니었지만 한국 음식이 맛있고 건강한 음식이라는 사실은 전 세계에 소문이 나 있는 듯하다. 루나씨의 한국 이름이 미정이라는 걸 알려주었는데, D는 자꾸만 채영이냐고 물었다. 그래서 모두 웃으며 도대체 채영이는 누구냐며 그를 놀렸다. 그룹 수업은 필수가 아닌 옵션이라서 큰 목표를 세우지 않고 그저 사람들과 수다를 떨다가 오는 시간이다. E선생님을 점점 알아갈수록 수업은 더 재밌어지는데 다음 주면 떠난다고 생각하니 정말 아쉽다. 한 달은 너무 짧은 시간이다.




4. 생각이 많은 날이었네


걸어서 집에 돌아가는 길, 강한 바람이 불어서 아주 시원하다. 가끔 빗방울이 떨어지기도 한다. 적당히 선선한 날씨면 바다에 가려고 했는데 아마 내일은 비가 올 것 같은 하늘이다. 햇볕 뜨겁다고 한 달 내내 불평했는데 떠날 때가 되니 새로운 모습을 보여 주는 알리칸테의 끝없는 매력에 반한다.


오늘은 내 생일이었다. 뜬금없이 남미 여행을 검색하다가 어느새 자정이 넘은 시간. 또 한 살 나이를 먹으며 브런치 발행을 시작했다. 글 쓰는 사람으로서의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까? 새롭게 시작될 1년의 삶이 기대되는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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