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ìa 24 Mis cosas favoritas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들

by 여행하는 루나씨



2025년 7월 25일 금요일



바다 들어갈 때는 늘 행복했어! 바다를 찾자!! 바다를!! 오늘 최고기온 26도 오호호!! 아침부터 기분이 굉장히 좋고 예전에 일하던 직장으로 돌아가도 괜찮을 것 같은 느낌이다. (컨디션 최고일 때 나타나는 사고 오류) 날씨가 좋아서 그런가 대단히 긍정적인 하루의 시작.



1. 사실 여행은 좋지만 계획은 싫다


어젯밤부터 여행 계획 세우느라 또 바빠졌다. 8월에는 체코, 베를린, 터키를 여행할 계획이고 9월에는 아프리카, 10월에는 남미로 출발할 것이다. 아직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베를린 친구집에서 지내는 기간과 8월 말 터키 여행을 가는 기간을 확정했다. 베를린과 터키 사이에 어디를 가야 할지 고민하다가 베를린에 좀 더 길게 머무르기로 한다. 다만 맘에 드는 숙소가 없어서 조금 더 고민해 볼 예정이다. 남미는 페루에서 시작할 것 같은데 가장 저렴한 항공권을 사서 알뜰하게 갈지 적당히 몇십만 원 추가해서 편안하게 갈지 살짝 고민하는 중이다. 여행이 길어지면 비행기 세 번 타는 것도 매우 피곤하니까. (결국 국적기 타고 멕시코에 가는 걸로 결정됨)


장기 여행이라는 건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아서 자유롭고 융통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자주, 생각보다 매우 자주, 다음 여행 계획을 머리 싸매고 고민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미리 계획한 건 없습니다만;; 대륙만 정해둔 나는야 파워 J 호소인..?) 각 나라마다 교통, 숙소, 맛집, 투어, 명소 등 공부할 게 얼마나 많은지. 사실 루나씨는 여행은 좋아하지만 여행 준비는 싫어하는 사람이라서 누가 계획해 주는 여행을 제일 좋아한다는 사실. (그건 바로 내 베프, 고맙다 JD!)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 그냥 돈 쓰기만 하면서 사는 게 좋은 건가(!) 물론 돈이 무한대로 있다면 여행을 계획하면서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나도 여행 초반에는 예산 같은 거 크게 걱정하지 않고 동해 번쩍 서해 번쩍 여행을 다녔다.(그래서 태국, 필리핀에서 돈을 엄청 많이 썼다.) 세계여행 153 일차, 조금씩 예산에 신경 쓰기 시작하는 시기다. 물론 돈이 없는 건 아니구요, 돈이 다 떨어질까 봐 고민하는 것도 아니구요, 조금이라도 더 길게 여행하고 싶어서 고민하는 거지.



2. 소소한 행복의 비밀


알리칸테 와서 괜스레 피곤하고 뭔가 하고 싶은 열정도 잘 안 생기고 여행도 좀 지겹고 이래저래 다운되어 있었는데 비로소 오늘 행복의 비밀을 찾았다. 어찌나 예민하고 까칠하고 바람 부는 날의 갈대처럼 줏대 없는 인간인지. 오늘 낮 최고기온 26°, 어학원 수업 끝나자마자 바다 갈 생각하니까 인생이 갑자기 아름다워졌다. 하하하. 매번 새롭게 깨닫는 인생의 진실, 행복해지는 데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아. 적당한 날씨와 바다만 있으면 된다. 이렇게 단순한 사실을 매번 정기적으로 까먹어서 한참을 인생의 의미에 대해 고민하다가 이렇게 문득 다시 행복해진다. 물론 적당한 날씨를 쉽게 만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알리칸테 24일차, 아주 오랜만에 시원해진 날씨 덕분에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기분이었다.



3. 스스로 불러온 재앙, 내가 부슨 부귀영화를 얻겠다고


또다시 위기다! 어학원에 도착해 보니 내가 어제 날씨 표현 과거형을 공부하고 싶다고 요청을 해 놓은 상태였다. 그래서 잠이 좀 덜 깬 것 같은 이른 아침에 골치 아픈 과거형 수업이 시작되었다ㅠ A선생님은 문법 설명에 매우 진심이라서 항상 1부터 10까지 깔끔하게 설명해 주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가장 대표적으로 공부하는 세 가지 과거 시제 중에서 두 개는 어느 정도 이해를 하고 있는 거 같은데 나머지 한 가지가 너무 어렵다. 스페인어 공부를 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뭔지 알겠지. ar로 끝나는 동사와 ir로 끝나는 동사, 그리고 er로 끝나는 동사마다 달라지는 어미 변형 퀴즈를 끊임없이 풀어야 했다. 하다 보면 머리가 뜨거워지고 스트레스가 높아지면서 머릿속으로는 영어로 욕을 하고 있고 선생님과 함께 있으니 인상은 쓸 수 없는 아주 위험한 상태가 된다. 언어 공부를 좋아하고, 매우 좋아하고, 언어 공부에 재능이 있다고 생각하는 편임에도 불구하고 동사 어미 변형은 인생에 있어서 흔치 않은 크나큰 도전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현재 시제도 그리 완벽한 상태는 아니야. 일단 규칙은 파악했지만 수많은 불규칙 어미 변형 안에서 허우적대고 있는 중. 정말 너무 힘들었다.


게다가 선생님은 내가 열심히 하는 학생이라는 걸 아니까 두 번째 시간에 과거 시제 연습을 또 출력해서 가져오셨다. Oh, madre mia. 공부를 하는 사람은 공부를 좋아하고 또 잘할 수도 있지만 두 가지 상태를 왔다 갔다 하면서 사는 것 같다. 첫 번째 상태는 공부하는 것이 너무 즐겁고 나는 지금 내가 좋아하는 것을 공부하고 있고 그러니까 열심히 해서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다. 반면 안식년인데 왜 공부를 하겠다고 마음먹었는지 나 자신을 이해할 수 없고 천천히 여유 있게 하면 되는데 왜 열심히 하는지 가장 이해할 수 없는 게 내 마음이고 그냥 다 때려치우고 지금 있는 그대로 살아도 충분할 것 같은 마음도 있다. 어쨌든 시작했고 나는 이미 강을 건넜고 돌아가거나 멈추기에는 지금까지 걸어온 길이 아까운 지점이라는 걸 매우 잘 알고 있는 상태. 이 벽을 넘으면 신나게 대화할 수 있는 실력을 가지게 되겠지만 이 벽이 너무 높다@.@ 그래서 두 번째 시간에는 오랜만에 좀 게으름을 피웠다(!)


두 번째 시간을 시작하면서 10월에 가게 될 페루 여행을 언급했는데 이게 라틴아메리카 각 나라의 액센트에 대한 대화로 이어졌다. 선생님은 열정적으로 유투브 예시도 보여 주고 그러다 보니 페루에서 어느 도시에 갈 건지도 이야기 나누게 되고 페루 지도도 함께 보고. 한국과 독일과 페루의 인구 밀도를 비교해 보기도 했다. 선생님은 한국의 인구 밀도에 정말 깜짝 놀랐는데 페루의 수도인 리마의 인구 밀도도 만만치 않은 것 같았다. 역시 수도는 패스하고 쿠스코로 바로 들어가는 계획을 세워야 할 것 같다. 가끔 수업시간에 한국 이야기를 하게 되면 항상 선생님의 이름을 한글로 써서 선물하는데 아나 마리아 선생님의 이름에는 ‘ㅏ’가 많아서 굉장히 흥미로워했다. 아나인데 왜 A 앞에 다른 알파벳(‘ㅇ‘)이 있냐는 꽤 예리한 질문을 받기도 했다. 한글로 쓰인 자기 이름을 사진 찍어서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 주겠다고 한다. 콜롬비아 엑센트가 가장 맘에 든다는 선생님의 추천에 따라 유명한 콜롬비아 팝가수도 한 명 알게 되었다. 수업시간에 뽕 뽑는 게 아주 중요한 루나씨는 보통 수업이 삼천포로 빠질 때 적당히 대화를 끊고 문법 수업으로 다시 돌아가는 편이지만 오늘만은, 정말 오늘만은 더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1시간 내내 라틴 아메리카의 문화에 대해 깊은 이야기를 나눴다. 반 정도는 선생님이 이야기하는 스페인어를 이해할 수 있었고 반 정도는 영어로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제 딱 나흘 간의 수업이 남아 있다. 이쯤 되니까 하루 두 시간씩 매일 공부하던 스케줄이 너무 피곤하게 느껴지고 대충 수다 떨다가 집에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 이미 돈 낸 것만큼은 충분히 뽕을 뽑은 것 같구요, 다음 주에는 좀 더 편안한 M선생님을 다시 만나게 될 예정이다. 더듬더듬 스페인어로 못 본 동안의 근황을 이야기 나누면 좋을 것 같다. 이제 근황 정도는 스페인어로 말할 수 있죠, 암요. 대강 알아듣는 정도지만 대화의 주제가 넓어진 것도 매우 자랑스럽다!



4. 적당한 날씨, 아름다운 바다, 건강한 몸과 풍요로운 마음으로


날씨는 중요하다. 그동안 날씨가 너무 더워서 살아남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었다는 걸 몰랐다. 날씨가 선선해지니까 주변 풍경도 다르고 밥맛도 좋고 갑자기 스페인 명물 추러스 먹고 싶어지는 밤. 샐러드 맛집을 발견했고 바다에도 잠시 다녀오고 걸어서 필라테스 수업에도 다녀왔다. 딱 적당한 햇살이 주변을 비추고 있는 알리칸테 풍경이 매우 달라 보였다. 날씨가 좋아서 그런가. 떠날 때가 되어서 그런가. 기온이 2-3도만 낮았어도 알리칸테 한달살이 바이브가 달랐을 텐데. 비로소 이 곳의 아름다움이 진하게 다가오는 날이다. 아무튼 이제 딱 6일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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