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음악을 연주하는 것과 감상하는 것이
주는 쾌감이 다름을 좋아한다.
음악을 직접 연주한다는 것은
기술과 아름다움이 합쳐진 고귀한 체험이다.
직접 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내 안의 뜨거운 무언가를 끓어 올린다.
그중 나에게 피아노 연주는 특별하다.
나에게 피아노는
가장 먼저 배운 악기이자
지금은 그래도 편안한 영역이자
여전히 힘들게도 하는 큰 덩어리다.
쉽게 도전할 수 있지만
뛰어난 영역까지 가기에는
참 어려운 악기다.
피아노를 연주하다 보면
아무리 연습을 해도
마음처럼 안 되는 부분이 생긴다.
그럴 때면 방법이 없다.
사실 알고 있다.
모든 일이 그렇듯.
될 때까지 하면 안 되는 것은 없다는 것을.
손가락에 화가 담길 만큼 안되다가도
그다음 날, 또 다음날, 안되면 그다음 날
신기하게도 언젠가는 된다.
꼭 그날은 안되는데
그다음 날 되더라.
그렇게 하나 둘 채워가다 보면
어느 순간 짠 하고 아름다운 순간을 만난다.
틀리지 않을까 조마조마하지 않고,
손가락이 내가 원하는 그 건반을
정확히 눌러 줄 것이라는 신뢰가 생기고,
온전히 즐길 수 있는 때를 만나면
나는 음악과 하나 되어 아름다운 전율을 느낀다.
음악에 완벽한 완성이 있으랴.
그래도 완성과 가까운 어느 지점을 향해 가다 보면
가는 길 위에서 삶의 가장 예술적인 순간을 만난다.
만날 수 있다고 믿는다.
믿으면 만날 수 있다.
삶 또한 그러하리.
아니 그랬으면.
아니 그런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