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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으로 고귀한 것

문장/ 헤밍웨이와 킹스맨

by 자씨




"타인보다 우수하다고 해서 고귀한 것은 아니다.

과거의 자신보다 우수한 것이야 말로

진정으로 고귀한 것이다."

헤밍웨이​


나는 오랜만에 깊게 생각하게 만드는 문장을 만났을 때의 희열을 즐긴다. 그래서 그런 문장을 만났을 때는 의도적으로 한 단어, 한 문장을 두고 더 오래 깊게 생각하게 된다.


이 문장은 영화 <킹스맨>을 보다가 수첩에 적어둔 글귀이다. 후에 찾아보니 책 <노인과 바다>로 유명한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남긴 말이었다.


“과거의 자신보다 우수한 것”


쉽지 않다.


과거의 나보다 우수하려면

일단,


밥 먹고 과자를 먹고 싶어 하는

달콤한 습관도 버려야 할 것 같고,

있다가 하려고 미뤄둔 일들을

지금 바로 당장 나우! 처리해야 할 것 같고,

장바구니에 담아둔 사실은 욕구가 담긴

구매 희망 리스트도 삭제해야 할 것 같고,



다 적어보자니 끝도 없다.

내가 과거의 나보다 우수하려면

해야 할 것들이 이렇게 끝없이 술술 나오다니!


그렇기에 “고귀하다”는 단어를

사용할 수 있는 것인가 싶다.


고귀함.

우리나라 말로 이 문장을 해석하신 분이

탁월한 단어 선택을 하신 것 같다.


나도 그 범주 내에 들어가고 싶게

만드는 단어다.


한번 생각해 보자.

일단 타인보다 절대적으로 모든 면에

우수한 사람은 없다고 본다.

모두는 각자의 우수한 점과 부족한 점이

있기 마련이니까.


그렇다면 타인이 더 우수한 부분에 대해

박수를 치지 못할 이유도 없고,

내가 더 우수한 부분에 대해 우쭐댈 수도 없다.


나의 우수한 부분이

타인을 고귀하게 만들지는 않듯이,

내가 타인보다 우수한 부분이

나를 특별하거나 고귀하게 만들어주지 않는다.


그렇지만 “나”라는 한 존재에 대해서는

비교가 가능하겠다.


과거의 나는 해내지 못했지만

지금의 나는 해내는 것.

과거의 나는 지키지 못했지만

지금의 나는 지키는 것.

과거의 나는 이겨내지 못했지만

지금의 나는 이겨내는 것.

과거의 나는 참지 못했지만

지금의 나는 참아내는 것.

과거의 나는 사랑하지 못했지만

지금의 나는 사랑할 수 있는 것.


생각해 보니 있다. 많다.


그것들이 나를

고귀하게 만들어주는 것들이구나.


부딪치고 노력하고 해내는 과정에서

내가 얻고 느끼고 깨달은 것들이

나를 고귀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나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지금의 나는 해내지 못하는 것

지금의 나는 지키지 못하는 것

지금의 나는 이겨내지 못하는 것

지금의 나는 참지 못하는 것

지금의 나는 사랑하지 못하는 것


이것들을

미래의 내가


해내고

지키고

이겨내고

참고

사랑하기 위해


지금의 내가

부딪치고 노력하고 해내야겠다.


땅땅!


결론적으로

다른 사람과 나를 비교하지 않고,

지금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


그것이 나를 더 성장하게 하고

고귀하게 만든다는 것을 잊지 말자.



자 먼저 집에 과자부터 치워야겠다.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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