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블랑 주변을 걷는 이 코스는 의무적으로 전문 산악인을 가이드로 함께 해야 하며, 6일간 하루 7시간 정도의 산행을 하고 산장에서 묵는다.
몽블랑 길목인 샤모니 숙소에서 가이드와 미팅을 하는 날, 나를 이곳에 이끌게 한 그 TV 프로그램에 나왔던 프랑스인 가이드 '비'가 우리의 가이드로 나타나는 바람에 트레킹은 깜놀과 함께 시작한다.
이들의 산, 몽블랑. 4810m.
내가 좋아하는 산 지리산 1915m. 첩첩이 겹친 지리산은 오르기 전부터 설렌다. 한 봉우리를 넘어 오르면 거기서 맞는 바람과 확 트인 풍광. 이것이 이름하야 호연지기일 터. 그리고 물과 구름과 함께 한 사람들... 이렇게 난 산과 지리산과 우리나라 산을 사랑했다.
몽블랑. 이건 또 다른 차원이더라. 구름 한 점 없는 정상에는 눈이 몇 미터일까 아주 깊이 쌓여있다. 그리고 무수한 꽃들, 원색의, 하나같이 작고 수수하고 예쁜 꽃들이 지천에 펼쳐있다. 볼 것들이 너무 많다. 인간을 좀 작게 만드는 몽블랑. 다양한 봉우리와 산군들이 가지고 있는 풍경이 모두 다르다. 오늘 눈을 뜨면 오늘은 또 어떤 풍경이 날 기다리고 있을까 기대되는, 카메라의 한 컷에 담을 수 없는 장엄한 광경들은 어찌해 볼 수가 없다. 산을 오르면서 계속 경탄하게 만든다. 똑같은 풍경이 없다. 매우 높은 산이면서도 숨이 헉헉 막히거나 힘들지는 않다. 계속 오른다. 꽃들과 인사하며, 사람들과 인사하며 자전거를 타고 내려오는 젊은이들과 인사하며, 함께 오른 사람과 얘기 나누며....
빙하가 있다. 만년설이 있다. 거기를 걸어온다. 처음 경험하는 것들이다. 산이 깨끗하다. 햇빛이 강렬하다.
마터호른 트레킹
몽블랑 트레킹을 마치고 수료증을 받고 한국어를 열심히 배우고 있는 가이드와 포옹하고, 우리는 일행과 헤어져 따로 스위스로 넘어와서 마터호른 트레킹을 하기로 한다.
이곳은 가이드 없이도 체력이 좀 딸려도 충분히 3000m 이상에서 알프스산을 트레킹 할 수 있다. 자신의 체력이나 입맛에 맞게 즐길 수 있도록 산을 얼마나 잘 개발해 놨는지, 다니는 내내 "얘네 좀 미친 거 아냐?" 혀를 내두를 정도다. 사방이 4000m가 넘는 알프스 산맥을 빙벽을 하고, 크레바스 옆에서 텐트를 치고, 밑에서부터 기어오르고, 트레킹을 하고, 산악자전거를 타고 이것 다 안 되는 분들을 위해서 산악기차나 곤돌라 리프트 로프웨이 등을 타고 오르고... 어쨌든 원하는 대로 산을 즐길 수 있게 잘 만들어놨다.
산을 대하는 이들의 자세
산을 정복하고자 하는 마음은 아닌 것 같다. 그저 이 대자연을 어떻게 하면 많은 이들이 보고 감동하고 함께 활용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라고 추측한다. 수많은 케이블과 등산로와 자전거길과 산장들... 산의 경관만을 보호하려면 그렇게 많은 전선줄을 달고 풍광을 해치면서까지 편의시설을 설치하지 않았을 것이다.
단순히 관광목적이나 돈을 벌고자 하는 자세도 아닌 것 같다.
그곳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열려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게 아닐까.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온다.
가족들이 높은 산에 오른다. 자리를 펴고, 혹은 바닥에서 식사를 하고 얘기를 나누고 햇볕을 받는다. 그리고 케이블을 타고 내려간다. 산 위에서 파라솔에 앉아 그 장엄한 광경을 보면서 맥주를 마시고 식사를 하고 차를 마시며 대화를 나눈다. 노인들, 특히 노부부들이 그 높은 산에 올라와서 마터호른을 보면서 식사를 하고 차를 마시고 맥주를 마시는 장면, 젊은 부부가 아이들을, 젖먹이까지 유모차에 싣고 와서 그 높은 산에서 피크닉을 즐기는 장면, 젊은이들이 입이 하얗게 질릴 정도로 빙벽을 하며 올라오는 장면, 두 발로 가기도 헉헉인데 자전거를 타고 오르락내리락하는 젊은이들... 내게는 다 경이로운 장면이다.
많은 이들이 산이 주는 혜택을 누리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여기도 처음에는 개발하는 것에 많은 저항이 있지 않았을까. 어떻게 그 과정을 지나왔을까. 서로에 대한 신뢰가 있었을까.
개발이 소수에게 주는 특혜가 되거나 환경을 훼손하는 난개발이 아닐 것,
최소한의 개발로 더 많은 이가 산을 즐길 수 있도록 만들 것, 이런 신뢰.
마터호른을 앞에 두고 햇살을 받으며 맥주를 마시며 드는 착한 추측이다. 천국이 따로 있는가?
사람들의 삶
집들을 보면 정말 사람답게 산다는 생각이 든다. 같은 인간으로 태어나 어떻게 이렇게 삶의 질이 다를 수 있는가. 예쁜 집들, 넓은 안마당, 사방이 우거진 숲, 그리고 멋있는 산, 여기저기 나무들, 작은 건물들,
이런 자연환경에서 마음이 복잡할 리가 없다. 기본적으로 여유로운 듯. 집집마다 꽃들로 장식한 것을 보면 그 삶의 여유가 그냥 느껴진다. 깨끗한 거리, 늘 웃으며 여유 있게 인사하는 그들... 참말 부럽다.
하도 강추를 했더니 알뜰히 돈을 모으고 있는 친구들 모임에서도 가자고.... 우리 형제들과도 같이 가고 싶고, 좋은 사람들과 같이 또 가고 싶을 여행.
아끼고 아껴서 언제가 한번 꼭 가보셔요. 조금 나이 들어서 가도 괜찮아요. 서양 아이들은, 아니 서양노인분들도 그렇게 해요.
마터호른과 에델바이스를 선물로 드립니다. 보이시죠? 2013
2. 뉴질랜드를캠버밴으로
여행 이야기
누군가 어릴 때 집을 떠나 여행 다녀온 이야기를 해준 사람이 있었다면 침을 삼키며 들으며 행복했을 것이다. 그리고 꿈꾸었을 것이다...
여행은 무엇으로 하는가?
제자 녀석들은 "돈이요!" 한다. ㅋ
여러분의 대답은요?
뉴질랜드 자연 이야기
자연과 인간의 공존이 이렇게 평화로울 수 있을까.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며 서로를 배려하고 배신하지 않는 마음이, 연인들을 보는 것 같다.
그래서 생기는 아름다움이다. 보이는 곳이 그냥 그림이어서 입이 벌어진다.
한 도시에서 자전거길로 조성한 길을 3시간여 달리는 동안, 아스팔트나 시멘트가 없다. 운치 있는 흙길을 달리며 감탄, 흥분.. 이런다.
돈 때문에 자연을 생채기 내는 천박함이 없다.
산길 트래킹코스는 샛길이 없다. 길 잃을 염려도, 버려진 휴지 하나도, 놓치고 싶은 풍경 하나도 없다...
캠퍼밴 이야기
차에 캠핑할 수 있도록 장비가 구비되어 있어 이 나라 어디서나 편리하게 머물 수 있도록 준비된 움직이는 값비싼 텐트라고 하면 되겠다. 비 쏟아지는 밤에 사면 창으로 우두두둑 떨어지는 빗소리를 날로 들을 때 운치 끝내줍니다.
꼭 해보고 싶던 여행
이런 여행을 하고 있어요.
차 하나 빌려서 싸돌다 머물고 싶은 곳이 나타나면 차를 세우고 그 안에서 해 먹고 자고 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