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떠나다, 둘이서
지난 한 해는 어떻게 보냈는지 모른다. 꽉 짜인 일정대로 꽉 채우고 살았다.
무슨 일이든 100% 힘을 다 쏟거나 진을 빼지 않기로 했었다. 그러나 지나고 나니 그렇게 산 것 같고, 그렇게 힘을 쏟아 살았다.
이 여행은 여름부터 계획했다. 새해 벽두부터 여행을 떠나자.
학교 일과 가사, 크리스마스 때 연극 공연까지, 나에게는 여행에 쏟을 여유와 시간은 없었다.
대부분 그랬듯이 이번에도 그가 많은 것을 준비를 했다. 일단 준비는 그가 하고, 난 가서 때우는 걸로...
우리는 집을 떠나왔다. 둘이서.
첫날 (2015.1.5)
인천에서 4시 15분발 약 3시간 30분 걸려 광저우 공항에 도착. 그리고 밤 12시에 오클랜드행 비행기를 탈 것이다.
광저우 공항 라운지에서 간단한 군것질과 맥주 한잔 하며 쉬고 있다. 여행은 갈수록 나이를 먹는다. 젊은 날에는 이런 여유는 없었다. 그때는 그때로 좋았을 것이다. 지금도 지금대로 그냥 좋다. 몸이 지침을 싫어하고 예전 같지 않음을 감지한다. 우리는 나이 듦도 인정하고 몸이 곤해짐도 인정하고, 이렇게 노는 것도 인정하기로 한다.
테카포호수 (fairlie 홀리데이파크)
크라이스처치에서 캠퍼밴을 받다. 2인승인데 생각보다 폭이 넓고 크다. 안에 모든 게 준비되어 있어 한 달간 짐을 싸지도 풀지도 않아도 되는, 그래서 자고 싶은 곳에서 자고 아침에 일어나 나오면 되는 작은 집이라 보면 된다.
한인마트에 가서 여러 가지 필요한 재료를 사고, 큰 마트에 가서 스테이크와 또 이런저런 장을 본다. 마치 먹고사는 문제가 제일 중요한 것처럼, 인생이 잡다한 것 다 빼고 나면 사실 그것인가? 어떻게 보면 호화로운 여행일 수도 있고, 아니면 정말 호화로운 사람은 이렇게 다닐 것 같지는 않지 싶다.
테카포 호수가 나타난다. 무슨 색이라 해야 하나, 빙하 흐른 물, 그래서 초록빛 나는 넓은 호수, 그리고 멀리 만년설, 뉴질랜드의 풍경이 이럴 것이다. 예약해 둔 캠퍼밴의 숙소 홀리데이파크(홀팍)에 차를 세운다. 많은 캠퍼밴이 오늘 여기에 머문다. 전원을 넣고 밥을 짓고 바비큐를 만든다. 호숫가에 식탁을 펼친다. 와인을 한 잔 하며 우리는 만찬을 즐긴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사진을 보낸다. 어찌 감동이 없겠는가... 역시나 행복한 신음이 나올 지경이 아닌가. 커피를 타 가지고 호숫가를 거닌다. 9시가 넘었으나 어둡지 않다. 내일은 마운트쿡 공원으로 들어가 트레킹을 한다. 정말 여행을 온 것일까. 차 안에서 잠을 잔다. 뒷자리는 침대로 변했다. 여름인데 쌀쌀하다. 그러나 히터도 나온다. 처음인 이런 여행, 정말 신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