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즈타운 자전거 트레킹

by 순쌤

어젯밤은 등이 좀 시렸다. 느지막이 일어난다. 마운트쿡이 보이는 앞마당에서 아침을 먹는다.

두부된장국, 계란프라이, 김, 총각김치, 쌀밥 그리고 숭늉까지...

등도 위로하고, 뼛속까지 한국인으로 꽉 채우기.

아침에 우리가 제일 느긋하게 출발한 듯하다. 오늘은 퀸즈타운에 가면 된다. 약 240km 달린다.


되돌아오는 푸카키호수 내내 마운트쿡은 등 뒤에서 손을 흔들어준다. 중간중간 작은 마을에 들러 점심도 먹고 연어도 또 먹고 퀸즈타운에 들어왔다.

호수를 끼고 있는 예쁜 도시, 중심가에는 여느 유럽의 여행자 거리처럼 여행객들로 붐빈다. 분위기 자유롭고 거리가 깨끗하다. 이런 느낌이 좋다. 여기서 2박을 하고 밀포드사운드로 갈 거다. 여유로운 오늘은 페북과 카톡으로 사진들을 올리고 소식을 전한다. 뭔가 이로운 내용이 되었음, 눈요기 또는 눈의 휴식이 되었음 좋으련만 자랑질이 되면 어쩌나....


퀸스타운 내 홀리데이파크에서 상쾌한 아침을 맞는다. 오늘은 여기를 둘러볼 예정이다.

cbs 레인보우를 틀어놓고 커피를 마시며 지금까지 다녀온 여행 이야기를 한다. 거의 매년 여행을 다녔다. 아이들과, 우리 둘이... 잘도 다녔다. 둘이 받는 월급은 다 여행에 쏟는다. 뭐 염려가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우리가 사는 방식은 '지금'을 '싸돌며' 사는 것이라는 생각에 의견이 일치한다. 우리 너무 아름다운 곳을 많이 봐서 죽을 때 여한이 없을까, 오히려 아쉬울까? 이런 얘기도 했다. ㅎ.


퀸즈타운을 자전거로 돌다. 호숫가를 1시간 30분, 왕복 3시간 정도 돌기로 한다. 자전거 대여료 1대당 5시간 40불 싼 가격은 아닌데, 난 오늘 이 여행을 끝내고 그냥 가도 좋을 정도로 아름다운 길을 달렸다.

안내책자 어디에도 없는 자전거 하이킹, 지금 다리는 심히 뻐근하고 에구소리가 날 정도지만, 그렇게 달렸다. 목적지까지 1시간 반 여 달릴 동안 가게 하나도 없음. 그냥 호수와 예쁘고 멋진 집과 하나하나 아름다운 나무들만 있을 뿐이다. 아스팔트나 시멘트 길이 없이 잘 다듬어진 흙길은 걷거나 달리거나 자전거로 달리거나 아무거나 해도 좋은 길이다.


자전거가 튼튼하고 든든하다. 오르막길도 다리에 힘만 준다면 거침없이 오를 수 있다.

상표를 보니 자이언트 자전거, 사진을 찍어놓는다. 서울 가면 흠, 요런 거 하나 장만해야지... 우리가 그동안 탔던 자전거와 질이 다르다. 그마저도 자꾸 잃어버려 자전거는 잠시 놓고 있었지만 오! 새로운 놀이를 다시 시작해야겠어...


반환점은 힐튼호텔, 호수 주변에 유일하게 있는 거기 카페에서 빵과 커피로 점심을 한다.

돌아오는 길, 같은 길을 또 달리는 데도 좋다. 자전거와 달릴 수 있는 것이 행복하다. 호수를 보며 천천히 페달을 밟는다. 길이 이렇게 예쁘고 아름다울 수가 있을까.


퀸즈타운 가든에 들르다. 사진으로 담을 수 없는 크기의 아름드리나무가 몇 그루나 있는지... 나무 하나하나에 연륜과 사람의 정성이 깃들여 있는 느낌이다. '자연에게 이렇게 정성을 쏟는 나라는 사람에게 얼마나 정성을 쏟을 것인가' 행복한 나무를 보며 든 나의 생각.

정원은 정원의 기품이 있다. 엄마오리와 아주 작은 아기오리가 물가를 종종거리며 가는 것도 그렇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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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팍에 들어와 샤워를 하다. 2달러 넣으면 8분 샤워가 가능하다. 8분 샤워가 딱이다.

차에 들어와 잠시 쉬고 저녁에 곤돌라를 타고 전망대에 가서 뷔페를 먹기로 예약을 해놨다.


퀸즈타운이 다 내려다보이는, 산과 호수와 낮은 집들이 어울린, 자연과 인간이 거스르지 않고 서로를 배경으로 존재하는, 그 도시를 내려다보며 저녁을 먹다.

먹는 것에 큰 의미를 두고 살지는 않으나, 여기 넓은 목초지에 뛰노는 양들과 소들에게서 나오는 치즈, 유제품으로 만든 후식들이 부드럽고 살살 넘치게 맛이 있다.

그래서 과식, 그러나 예상한 과식이어서 불편하지 않음, 화이트와인 한 잔에 플러스 천국.


오늘 퀸즈타운의 마지막 밤, 시내로 밤구경 하러 간다.

불빛 아련한 너른 호수를 보고 있는데, "When you say nothing at all"!

등 뒤 바에서 생음악으로 흘러나온다.

이런... 우연히도 여행지에서 버스킹으로 듣곤 했는데, 요상하게 마음을 아련하게 만드는 노래다.

맥주 한 잔 아니할 수 없는 이 노래. 가게에서 맥주 한 병씩 사들고 나오다.


12시를 향하는 이 밤. 바람이 거세게 분다. 차 안은 조용하다. 내일 드디어 밀포드사운드로 떠난다. 이 여행의 백미로 기대되는 곳... 늘 감사드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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