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흩뿌리기 시작한다. 해안 경치 좋은 전망대에서 커피 한잔 끓여 마시다. '엄마손' 과자와 함께. 저 깊푸른 바다, 비, 커피, 달달한 과자.....
더니든은 스코틀랜드풍의 도시, 그들이 이주해서 만들어놓은 도시란다. 도시 입성에 맞게 잠시 복잡하게 나 있는 고속도로를 통해 더니든으로 들어오다. 언덕에 집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예쁜 집들이 빽빽이 들어서 있다. 뉴질랜드에서 빽빽하다는 말을 처음 써본다. 홀팍을 예약해 놓고 바로 시내로 나간다. 비가 계속 흩날려 약간 쌀쌀하고 기분도 가라앉는다. 1800년대 처음 생겼다는 ‘퍼스트 교회’에 들어가 잠시 묵상하다. 스테인드글라스가 예쁘다는데 날이 흐려 색감은 잘 살아나지 않으나, 적당한 규모에 품위 있는 분위기가 교회의 역사를 알려주는 듯. 맘을 조용히 내려놓다.
더니든 시립 도서관.
나라 밖을 돌 때 기회되면 도서관을 찾는다.
역시 자유롭게 드나드는 구조다. 읽고 컴퓨터 하고 와이파이 쓰고 쉬고 잠도 자는 듯, 푹신한 의자들이 곳곳에 비치되어 있다. 소박하고 편안한 도서관이다. 이런 도서관이 옆에 있으면 책을 읽으라 할 필요도 없이 그냥 책이랑 가까이 지낼 수 있을 것이다. 어린이 도서관은 따로 있는데 놀이터와 함께 있다. 읽다가 놀다가, 아님 읽든지 놀든지. 우리는 도서관은 뭔가 진지하고 정숙하고 조심하고..... 이런 곳으로 알고 있지. 그러나 꼭 그렇지 않아도 되겠구나. 이런 조용한 자유와 여유가 있는 곳이 도서관이면 좋겠다.
어제는 더니든 시내를 싸돌며 힘들었는지 일찍 곤하게 떨어져 자다.
오늘은 아주 큰 정원 보타닉 가든을 보는 것이 주요 일정이다.
나라 전체가 정원인데 굳이 정원을 다녀야 하나 생각도 하였으나, 안 왔으면 어쩔 뻔... 참 아름답다.
정원 곳곳에는 대학생쯤 되는 젊은이들이 꽃과 나무를 다듬고 있다. 아주 정성이다. 곳곳의 꽃들을 자세히 보게 되다. 이름 아는 거 하나도 없다. 이름표를 봐도 모르겠다. 나무는 역시 우람하고 멋지다. 이 나라를 돌면서 나무의 아름다움을 알게 되지 않았을까. 훤칠하고 잘 생겼다. 나무가 잘 생겼다는 생각도 처음 하게 된 듯.
보타닉 가든은 어퍼가든, 로우가든 이렇게 있다. 처음 로우가든을 찾아 가는데 꽃들을 정돈하고 있는 젊은이가 친절하게 솰라솰라 해댄다. 감을 잡는다. 이번 여행에서 나는 영어를 더 못 알아듣고 더 못하겠다. 단어만 빨리 알아듣고 다 알아듣는 것처럼 고개 끄덕이고 있다. 썩 불편함은 없으나 썩 확실히 알아채는 것도 아니어서 조금 아쉽기는 하다. 어쨌든 꽃만큼 나무만큼 예쁘고 멋진 젊은이들이다. 이 정원을 가운데 두고 펼쳐진 더니든의 가옥들 풍경이 그림이다. 로우 가든을 찬찬히 너무 오래 돌았다. 시간상 어퍼가든은 차로 한 바퀴 비잉 돌다. 이것도 길더라~.
오타고 대학!
의과대학이 유명하며 이 도시의 1/5이 이 대학교 학생이란다.
들어가면서부터 기분이 좋다. 커다란 나무들로 입구를 장식하고 있고 걷거나 자전거 타고 다니는 학생들의 모습은 마침 쏟아지는 햇살 아래 싱싱 상큼하다.
건너편에 박물관이 있다. 오타고의 역사박물관쯤 되는 것 같다. 남극기지에 대한 전시실에 ‘장보고기지’를 돌아보는데, 관람 온 모녀, 딸이 몇 번이나 '코리아'라는 이름을 사용하며 엄마에게 설명한다. 흠~ 국뽕 작렬.
오늘 머물 와나카 호수로 달린다. 약 270km. 가는 길의 풍경도 여행의 중요한 몫을 담당한다는 것, 7시 반 홀팍에 도착하다. 호수로부터 좀 떨어져 있으나 깨끗하고 공간 널찍하고 키친도 샤워실도 가까이 있어 좋은 평을 받는 홀팍이다. 저녁을 해 먹다. 요리로 말이다.
저 호수까지 산책 나간다. 20분 정도 걷다. 어두워지기 전에 돌아와야 하는데... 호수끝자락에는 아무도 없다. 저쪽에 불빛이 있는 곳이 시내이리라. 내일 나와볼 것이고...... 다시 걸어 돌아오는 길. 그냥 걸어오기 힘들고 어두움이 약간 재미없어지려 한다. 맘 좋은 뉴질랜드 아저씨가 차를 세워준다. 역시 키위! 들어와 일기를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