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비가 내리고 우박이 내리나 와드드드득... 이런 소리였다. 그러더니 아침은 활짝 갰다. 얼른 아침을 먹고 시내로 나간다. 빙하트레킹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안내소로!
어제는 아주 가까이에서 빙하를 볼 수 있는 폭스빙하까지 다녀왔고, 오늘은 프란츠조셉 빙하 트래킹이나 헬리콥터로 빙하에 내리는 헬리하이크 스노랜딩 이런 걸 할 수 있을까 기대하며.
그러나 오늘은 날씨관계로 모든 투어가 취소됐다며 안내하는 젊은이가 우리보고 안됐단다. 아마도 내일이나 모레는 가능할지도 모른다고, 아마도 우리는 내일은 떠나야 한다고 하니까, 그러면 언포천이라고 정말 아쉬워하는 얼굴이다.
카페에 가서 커피 한잔 하며 어찌할까 궁리하고 있는데 날이 완전 화창해진다. 이러면 가능하지 않을까? 다시 가보니 한 팀이 막 떠나는 거다. 어디 가는 거임? 하니 '그래셔스 밸리 워킹'인데 2시 30분 거가 또 있단다. 정말? 이게 웬일이라니.... 드디어 빙하 위에 오르는구나!
2시까지 오라고 해서, 우리는 동네에 있는 ‘테라스워킹’ 길도 걷고 오고, 프란츠죠셉 빙하 옆길 ‘웜배트 호수’까지 1시간 반 정도 걸리는 트레킹 코스도 워밍업으로 다녀오다. 햇살 아래 아름다운 호숫가에서 간식으로 싸간 점심도 훌륭했고.
다행이다. 거기라도 다녀와서.
시간 맞춰 안내소로 가보니, '그래셔스 밸리 워킹'은 그저께 우리가 했던 '로브로이빙하 트레킹'같이 빙하까지 가이드와 함께 걷는 트레킹이란다. 날씨 때문에 다 취소되고 오늘은 요 빙하계곡 트레킹만 남았다는 얘기였다. 이런... 굳이 가이드와 같이 길을 걸어갈 이유는 없다.
그레이마우스 홀팍에 6시 도착, 자전거 타고 시내나 한번 돌자.
너무 저렴한 가격에 빌린 낡은 자전거여서 그런가, 시내 가는 길을 한참 거꾸로 갔다 땡볕에 다시 돌아가서 그런가, 시내 도착하니 힘이 좌악 빠진다. 바에 들어가서 시원한 맥주로 하루를 달래자.
그런데 남섬의 에일맥주 '스파이츠'맥주 맛이라니!
뉴질랜드는 맥주도 이렇게 기가 막히구나!
홀팍은 바닷가에 맞서 있다. 파도소리, 바람소리, 그리고 이 시간 비까지 내린다. 밖은 온전히 자연의 거한 소리다. 내일 험하다는 아서스패스를 넘어야 하는데...
아서스패스
동서를 가르는 아서스패스라는 길은 시속 20km로 달리는 아주 꼬불거리고 험한 산길이라 한다. 여행 중 가장 난해한 코스가 아닌가 싶다.
뉴질랜드 남섬의 길들은 상당히 꼬불거린다. 산길 꼬불거리는 것은 커다란 캠퍼밴을 운전하는 데 신경이 쓰인다.
그러나 출발, 금요일 cbs라디오에 신청한 곡과 사연이 오늘 소개되다. 한국에서는 한 번도 듣지 못한 새벽 4시의 프로그램. 마침 새벽 예배 가는 길에 노래를 들었다는 분이 소식을 전해온다. 이런 인연이... 기분 좋은 운이 닿는 하루.
가는 길에 들른 길 몇 곳.
숨겨진 비경이라고 안내된 트루만 트레킹길. 약 20분 숲길로 걸으면 곧 바다로 이어지는 확 트인 길이 나온다. 뉴질랜드에는 이런 아기자기하고 예쁜 길이 참 많다.
팬케잌 록
국립공원 안에 있는 유명한 관광지이며 우리 제주도의 주상절리 같은 곳인데 아주 근사하다.
거친 파도에 쓸린 바위들이 마치 팬케익 몇 개를 겹쳐놓은 모양으로 넓게 펼쳐져 있다. 외돌개처럼 할망 하르방 같이 생긴 바위들도 있다. 아, 감탄이 절로 나온다. 오늘은 또 이런 것이 나를 놀라게 하는구나....
여기서 끝이 아니다. blow hole!
이건 완전 새로운 놀이이다. 바다와 바위와 인간이 함께 하는 놀이.
바다가 저~기서부터 파도를 크게 몰아온다. 바위는 그것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면서 일단 기적을 '뿌앙' 울리더니 증기를 뿜어낸다. 잠시 후 바위의 모든 구멍에서 '크아' 하는 소리와 함께 엄청난 물보라를 뿌려댄다. 물보라 이후엔 바로 무지개를 확 펼친다. 이 순서가 계속 반복되는 것이다.
얼마나 장관을 이루는지 볼 때마다 사람들이 모두 한 목소리로 '우와' 저절로 함성을 지르는데, 이것이 마치 자연과 인간이 서로 주거니 받거니 흥겨운 놀이를 하는 것 같다. 처음 보는 이 신기하고 환상적인 놀이에 난 완전 넋이 나갔다. 한참을 그러고 놀았다. 무료로. 이 나라는 모든 국립공원이 무료이다. 좋겠다.
비가 계속 온다. 국지적 호우란다. 그러나 운전하기에 생각보다 험하지 않다. 그 나름 분위기도 있다. 즐기며 갈 수 있다. 비 내리는 아서스패스역에서 컵라면을 먹다. 고급진 노숙인 같다.
드디어 긴 길을 건너 도시 크라이스트처치로 들어오다. 처음 캠퍼밴을 받은 곳, 고향에 온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