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 있었던 대성당, 참 예뻤겠다 싶은 대성당인데 2011년 지진으로 심하게 붕괴되었고 현재도 복구 중이다. 그때 뉴질랜드에서 지진이 난 것을 뉴스를 통해 보았었지. 크라이스트처치 도시의 많은 건물들이 복구 중이고 여기저기 공사 중이다. 왠지 뉴질랜드와 어울리지 않은 풍경들이란 생각인데, 당시 처참한 지진의 규모를 알 수 있겠다.
오늘은 향유고래를 보러 카이코우라로 가는 날이다. 이 고래 구경이 아니었다면 어제 그레이스마우스에서 바로 넬슨으로 이동했을 것이나, 고래를 보기 위해 일부러 멀리 왔다.
카이코우라홀팍은 고래를 보러 떠나는 배가 출항하는 곳에서 아주 가까운, 개구멍으로 나가면 바로 앞에 바다가 펼쳐진 곳에 있다. 이 바다가 옥색이다. 3시 30분에 출항하는 배를 예약해 놨다. 바람이 강하게 부는 것 같으나 출발이 가능하단다. 이런저런 안내 비디오를 보고 드디어 출항한다. 배는 심하게 출렁인다. 이미 뱃멀미 약도 먹었다.
안내원이 오늘 고래를 보지 못하면 비용의 80%를 돌려준다며, 그러나 출항하면 90%는 본다고 장담한다. 평균 두 마리 정도는 본단다. 사람들 눈은 또 기대에 부푼 듯하다. 우리도 물론.
저기 검은 물체가 나타난다. 길이가 20미터나 된다는 이따만한 고래가 물 위로 등을 보이며 어슬렁어슬렁 향유하고 있다. 물도 뿜어대고 숨도 고르고 아무 근심 없이 평화롭게 자기 세상을 노닐고 있는 듯하다. 이제 곧 잠수할 거라고 집중하라고 안내원이 알린다. 그 순간, 웅장한 몸이 용트림하는 것 같더니 순식간에 꼬랑지가 물 위로 꼿꼿이 떠오른다.
망망대해 넓은 바다 한가운데서 하늘을 향해 솟아있는 꼬랑지의 모습이라니!
와우! 사람들의 탄성의 터진다. 바다 위에 남겨진 고래 꼬리! 바로 이 모습을 보러 이 투어에 참여하는 것이다. 정말 멋지고 신비스럽다. 고래는 서서히 바다 밑으로 사라진다.
심해로 들어간 고래는 40분은 잠수한다고 한다. 40분이라니... 고래가 그래서 고래구나.
오늘 우리는 세 마리의 고래가 노니는 것을 보았다. 마지막 고래가 가장 컸다.
돌고래도 보았지. 이 녀석들이 또한 장관이다. 그들은 떼를 지어 배를 따라오며 재롱을 부린다. 뒤집어지고 엎어지고 솟구쳐 오르더니 다시 물속으로 들어간다. 눈앞에서 나타났다 사라지는 이런 광경을 보니 커다란 고래도 그렇고 작은 고래도 그렇고 이게 지금 일어나고 있는 건지 TV를 보고 있는 건지 헷갈린다.
앨버트로스! 이름만 듣던, 그 이름 전설 같은 새도 보았다.
이 새에 대하여 막 설명을 하고 있는데 전혀 몬알아듣다. 하여 내게는 그냥 귀하고 멋진 새!
약 2시간 반 바다 위를 떠돌다 돌아온다. 상상의 세계에 다녀온 기분이다. 이 투어의 주인은 마오리족이라 하니 더 좋은 느낌이 드는 이 느낌.
떡볶이로 저녁을 먹고 맥주도 한잔 하다. 아 곤하다. 갈수록 저녁에 곤함이 빨리 온다.
아침에 카이코우라 항구로 해서 베이까지 가다. 썰물에 바위 위에서 잠을 자고 있는 물개인지 바다사자인지를 보다. 난 왜 얘네들이 구별이 안될까. 저들도 나와 그를 구별 안 하지 않을까? 얼마나 늘어지게 귀엽게 자고 있는지..... 사진도 찍어주고 설설 기어가서 최대한 가까이에서 함께 화면 안에 넣기도 하고.
베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전망대까지 하이킹한다. 우리나라 우도 같고 우도의 둘레길 닮은 길인데 멋있다.
오늘은 넬슨 쪽으로 간다. 남섬이 며칠 남지 않았다. 이 여행도...
카이코우라를 벗어나서 바닷가에 차를 세운다. 그가 전복을 잡겠단다. 주머니칼을 들고 바지를 걷고 바닷가로 들어간다. 조심해! 어찌어찌 헤매는 것 같더니 커다란 전복 세 개를 흔들어 대며 나온다. 얼굴은 그렇게 뿌듯하고 흐뭇하고 세상을 얻은 듯이 자랑스러울 수가 없다. 조금 작은 거 한 개를 놓아준다. 얼마큼의 크기 이하는 잡으면 벌금 때려맞는다고 거기 경고문이 붙어 있다. 그래야쥐...아깝지만...
오는 길에 트럭에서 랍스터를 팔고 있다. 30불짜리 반쪽을 사가지고 온다.
그리고 와인의 도시, 브렌하임( 브레넘?) 와이너리에 들른다.
이 와이너리가 가지고 있는 포도밭은 크기가 장난이 아니다. 태양이 듬뿍 내리쬐는 이 지방의 풍요로운 밭. 와인이 참 맛있겠구나. 이런저런 와인을 시음, 세 번째에 가서야 입맛에 맞는 와인 '피노누아'! 두 병을 산다. 하나에 20불, 어서 숙소로 가서 병을 따고 싶다.
넬슨에 들어서는데 도시가 참 깨끗하다. 집들도 어찌 그리 예쁜지요. 우리는 내일 일정을 위해 가능하면 북쪽으로 올라온다. 널찍한 모투에카 홀팍으로.
잠시 이런 대화를 나누다. 우리는 왜 같이 하는 친구가 없을까. 친구부부랑 같이 다니면 이 포도주를 한 번에 다 먹을 수 있을 텐데, 이게 가장 아쉽다 그치? 식구들과도 함께 하지 못해 참 아쉽고 미안하다. 앞으로 형제들을 위한 여행을 계획해 보자... 이렇게 얘기하는데 어라~ 와인 한 병이 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