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라는 도시에서 도시로 이동하든지 어떤 곳으로 가든 주욱 뻗은 도로가 없다더니 정말 도로는 구불구불이다. 산길을 갈 때는 가슴이 조여 온다. 구불거리는 것도 모자라 산길을 깎아 만든 도로의 폭이 너무 좁다. 도로 밖은 바로 낭떠러지라는 것!
그런데도 공사만 없다면 속도는 모두 100으로 쓰여있다. 큰 짐을 지고 달리는 트럭이나 트레일러 같은 긴 차들도 우리보다 더 빨리 구불거리는 산길을 달린다. 운전자는 분명 뉴질랜드인일 것이다.
웬만하면 말다툼이 없는 우리임에도 뉴질랜드에서 이런 산길을 운전하며 달릴 때 몇 번의 감정 섞인 대화들이 오갔다.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는, 우리나라와 운전 방향이 반대인데다 둘다 처음 운전하는 커다란 차 캠퍼밴이라는 것이 신경쓰이는 것은 기본.
내가 운전하지 않고 조수석에 앉아 있을 때는 저 절벽 아래로 떨어질 것 같다. '자기 무서우니까 내쪽으로 더 붙이는 거 아냐?' 하는 생각에,
"오른쪽으로 더 붙여, 차 굴러떨어질 것 같단 말이야!"
그러면 그는 '최대한 오른쪽으로 붙어서 가는 거'라고 한다. 그러면서
"너는 말이라도 하지. 네가 운전할 때 난 무서워서 말도 못 하고 떨고 있었거든!"
이렇게 심장이 떨리는 길을 우리는 달렸단 말이다.
좋은 공기와 좋은 경관을 보며 '우리 너무 오래 살면 어쩌지' 이러다가, 이런 길을 달릴 때는 수명이 확 줄어들 것 같다. 쌤쌤이니까 제 명에 죽겠네....
그러나 대부분은 '이 나라는 안전하니까 이런 길도 놓았겠지?' 믿으며,
"운전하다 저 밑으로 굴러 떨어졌다는 뉴스는 없었지?" 이러고 다닌다.
아벨타즈만 국립공원은 매우 아름다운 타즈만 만과 태평양 바다로 둘러싸인 산이다.
트레킹 코스가 있고 물놀이하기도 좋고 카약을 타기에도 좋은 곳이라 하는데 오늘 남섬 북단 끝까지 갔다 와야 하는 긴 코스여서, 시간도 그렇고 운전도 그렇고 왕복 3시간 트레킹 코스를 선택한다.
길과 가까운 곳은 옥색으로 저 먼 곳은 완전 파란빛으로 빛으로 층층의 색을 내는 타즈만 해, 그 바다를 보며 산길과 바닷길을 걷는다. 바닷가에서 피크닉을 하거나 카약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그냥 물멍하며 누워서 편하게 쉬어도 되겠다. 그러나 역시 이 경치를 보며 산길을 걷는 게 좋겠다. 기가 막히게 평화롭고 아름다운 경관이다.
페어웰스핏으로 달린다. 역시 가는 길이 장난 아닌데 정말 운전솜씨도 기가 막히게 늘겠다. 캠퍼밴이 아니고 일반 사륜구동을 빌렸으면 드라이브도 즐겼을 수 있겠다. 우리는 뒤에 차가 오면 무조건 비켜준다. 우리보다 아무리 크고 무거운 차라도 다 비켜준다. 그러면 그 차는 씽씽 간다. 대단해....
파워웰스핏은 남섬의 끝이다. 지도를 보니 파란 바다 사이로 새의 흰 부리가 길게 뻗어있는 것 같다. 그 흰 부분이 모래일 것이다. 그래서 가보고 싶었다. 바다를 양쪽에 두고 한줄기 모래가 끝없이 이어져 있는 곳, 실제로 상상이 안 된다, 이런 그림은.
인적도 없고, 무슨 태곳적의 장소에 온 것 같다. 바다와 사막 같은 모래사장, 모래 둔덕....
걷는 내내 모래사장에서 두 사람 봤다. 멋지지만 몸이 지치다.
남극에 있는 물을 제외하고, 지구상에서 가장 깨끗한 샘물이 콸콸 흘러나오는 곳이 있단다!
‘와이코로 푸푸’ 샘물을 찾으러 간다. 와이파이가 길안내를 잘해준다. 어렵지 않게 찾아가다.
늦은 시각, 바닥에서 물이 샘솟는 것이 보인다. 63m 깊이의 샘물이라는데 그 밑이 맑게 다 보인다. 물을 물통에 담는다. 마신다. 생기가 솟는다. 여기는 지구가 아니라 다른 별인 것 같다. 페어웰 스핏을 걷다 지친 몸이 다시 살아난다. 이 물 떠가고 싶다....
넬슨으로 와서 하루 잤으면 했으나 시간이 너무 많이 갔다.
아벨타즈만공원의 맨 위에 있는 골든베이 홀팍에서 잔다. 아, 이런 배경, 바다가 펼쳐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