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에 날이 맑았으니 별이 많이 떴을 거다.
여기 별 관측하는 곳이 있고 투어가 있다는데, 우리는 낭만 1도 없이 그냥 잔다.
"나는 별자리를 몰라유~"
잠을 자다 깨다 한다. 등짝이 시리다. 우리에게 캠핑은 이제 어울리지 않는 건가? 했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차 뒷문이 열려있었다. 거기서 찬바람이 솔솔 들어왔나 보다. 이런... 한편으론 다행이다.
어제 남은 밥을 누룽지로 끓여 따끈하게 잘 먹었다. 설거지도 끝내고, 짐 잘 챙겨 넣고 떠날 준비 끝.
그런데 헉, 화장실에 물이 넘치고 있다. 볼일 보지도 않았는데 웬일인가. 당황 당황. 쓰레받기로 물 퍼내고 난리부르스를 친 후 알았다. 세면대의 물이 넘치는 것, 그래서 차로 빼내지는 못하고 화장실 바닥으로 넘치고 있는 것. 십년감수했다. 덕분에 모든 폐수 처리나 호수 사용하는 것을 다 끝냈다. 대부분의 캠퍼밴들은 철수했다. 우리의 캠퍼밴, 첫날 신고식을 확실히 하다.
이른 아침부터 호수 주변을 달리는 사람들이 있다. 여행객인지, 주민들인지 모른다. 건강한 그림이다.
푸카키 호수를 지나온다. 그 광활하고 아름다운 호수 주변에 아무것도 없다. 그냥 호수만 있다. 이것이 놀랍다. 이 여름 성수기라고 호수 주변에 사람이 바글거리지 않는다. 이 풍경을 배경으로 가게, 모텔, 아파트, 장사...... 이런 것이 호수를 둘러싸지 않았다. 그냥 멀리 내내 보이는 산들과 함께 호수가 그냥 있다. 전혀 개발하지 않았다. 그대로 그대로... 올 수 있는 누구나 와서 그냥 보세요.... 이러는 것 같다. 부럽다.
푸카키 호수의 빛은 형언하기 어렵다. 너무 아름답다. 이 나라에는 빙하에서 흘러나온 물이 호수를 이루고 바다처럼 크고 아름다운 호수가 여기저기 펼쳐있다.
오늘은 종일 마운트쿡산이 배경이다. 3700m대 고지이며 여기서 제일 높은 산이다.
에베레스트를 처음 등정한 힐러리 경이 에베레스트 오르기 전 여기서 연습을 했단다.
후버벨리 트레킹!
마운트쿡산을 보며 약 1시간 30분 정도 걷는 트레킹이다.
걷는 내내 햇살이 쏟아지며 저기 산은 눈 덮여 빛나는 정상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주변의 만년설산, 그 사이로 잿빛 빙하물이 흐른다. 길은 아름답고 순하다. 아기자기 잔잔하다. 깔끔하다. 길을 보호하려는 듯 데크길이 길게 놓여 있다. 평화롭고 평화롭다.
마운트쿡이 바로 앞에 보이는 최종지점에 오다. 커피를 마시며 산을 바라보다. 정말 티베트에서 보았던 '초모랑마', 에베레스트와 닮았다. 그래서 여기서 등정 연습을 했구나. 멋지다 마운트쿡!
그 앞으로 흐르는 계곡과 너른 호수에는 이따만한 얼음덩어리가 떠내려와있다. 빙하가 녹고 있는 게다.
내려오는 길에 그 물에 발을 담다. 2초를 담지 못한다. 가슴까지 찬 기운이 뻗쳐 아려온다.
바위에 앉아 산을 보다. 이 세상이 아닌 것 같다. 황홀하다.
홀팍에 와서는 또 소박한 천국의 식사를 지어먹다. 와인 한잔과.
커피를 하며, 이렇게 하루를 정리한다. 행복해도 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