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알아갑니다
어제 저녁 일입니다.
테니스 치기에 너무나도 좋은 계절이 왔습니다. 엄마 아빠는 신나게 저녁테니스를 치고 있고, 아직 꼬꼬마 테린이인 아들은 두어 시간을 대기실에서 홀로 놉니다. 운동장에서 모래놀이도 하고, 좋아하는 프링글리스에 유튜브도 허락되는 시간이지요. 그럼에도 혼자인지라 심심함은 서너 번 문득문득 찾아오나 봅니다. 미안한 마음이 늘어갑니다.
테니스 나도 할래! 하는 아들. 비어있는 코트에서 기쁜 맘으로 연습도 잠시 해 봅니다. 10분이나 했을까, 클럽분들의 경기가 있기에 멈추고 나오자 하니 웁니다. 설움이 폭발한 듯 엉엉.... 웁니다. 엄마 마음이 얼마나 아리던지요. 어른들 운동한다고 아이를 '방치' 한 것 같아서요. 단단히 삐졌는지 말을 걸어도 팔짱 끼고 고개를 휙 돌리네요. 어른들 앞에서 그런 모습을 보이는 아들이 예의 없어 보여 혼을 내고 말았습니다.
순간. 후회와 미안함이 밀려옵니다. 그러려는 건 아니었는데. 아이마음 이해 못 한 건 아니었는데 타인의 시선에 신경을 쓴 나머지 화를 냈네요...
운동이 끝나가는 20분 전, 마지막 시합에 들어가는 것은 패스하고 아직도 삐쳐있는 아이를 데리고 코트 밖으로 나왔습니다. 아이에게 상황설명과 조금 전 미안함을 사과의 말로 전해봅니다. 다음엔 30분 일찍 와서 엄마랑 같이 공치자 말하니 '그럼 손가락!' 하더니 새끼손가락 걸고 손바닥 도장도 세차게 찍는 아이입니다. 그러더니 한마디 합니다.
"엄마, 나 배고픈데 소시지하나만 사줄래? 배가 너무 고파."
귀엽디 귀여운 아들의 모습에 그깟 소시지 10개는 못 사주겠습니까. 편의점까지 뛰어가는 1학년 아들의 뒷모습이 사랑스럽기 그지없는 저녁이지 말입니다.
"조심해. 그러다 넘어질라."
"에이 설마. 내가 넘어지겠어?! 얼른 와 엄마! 어? 엄마! 내일이 화이트데이래. 내가 엄마 사탕 사줄게."
"용돈 가져왔어?"
"아니. 엄마 카드 나 좀 줘볼래? 내가 큰 걸로 사줄게. 원하는 거 한번 골라봐, 예쁜 엄마!"
땀나게 운동을 하고 난 뒤라서 인지 아니면 아들의 한마디에 기분이 더없이 좋아져서 인지, 차가운 봄바람이 무척이나 상쾌하게 느껴집니다. 따뜻한 아들의 손을 잡고 아빠가 있는 곳으로 웃으며 걸아가는 우리 둘. 이런 게 바로 행복인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