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경제놀이
우리 집 경제놀이
이건 제가 할 거예요!
아들 어린이집 가방을 챙기기 전 물었어요. '엄마가 물통 챙겨줄까?' 말이 끝나기도 전에 손을 번쩍 들더니 "내가 할 거야!" 하며 달려옵니다.
'잠자리 정리 엄마가 대신할까?' 하니, "내가 내가. 내가 할 거야! 하지 마세요! 내가 할 거니깐" 화장실에서 달려오더니 손사래 치며 스스로 하겠다고 합니다.
장난감을 가지고 논 후에 정리 바구니에 모조리 담습니다. 잠들기 전 양치질을 누구보다도 빠르게 합니다. 잠옷도 스스로 갈아입습니다. 바지 앞뒤만 알려달라네요.
단 한 가지만 바꿨을 뿐인데, 이게 다 무슨 일이람? 싶은 일들이 연일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어요. 이렇게까지 빠른 습득과 움직임은 처음이라 신기하고 어리둥절인 상태랍니다. 물론 그전에도 아이의 습관들이기를 하기 위해 아침저녁 루틴을 시도해 보고 도전해 본 경험은 있었어요. 알겠다며 잘 따라오고 하기는 해도 엄청나게 신이 나서 하는 모양새는 아니었거든요. 그런데 이번은 다릅니다. 그것도 굉장히 엄청나게요.
"엄마표 경제놀이"를 시작했답니다. 첫 시작은 우리 집만의 화폐를 만들어보기로 했어요. '블록'이라 이름하여 화폐단위를 만들고 블록을 벌 수 있는 구조를 집안에서 만드는 거죠. 블록이라는 화폐는 아이가 즐겨보는 넘버블럭스에서 아이디어를 가져왔고요.
블록 모으는 방법들과 블록 쓰임에 대해서도 구상을 했지요. 모은 블록으로 좋아하는 과자를 사 먹을 수도 있고 더 많이 모으면 100블록을 사용해서 피자 배달을 시킬 수도 있고요. 본인이 해야 할 일을 다른 이가 도와 줄경우엔 마이너스 페널티도 도입했네요. 그리고 입출금이 가능한 (엄마표) 개인통장을 하나씩 만들어줬답니다. 아이만 하는 건 아니고, 엄마도 아빠도 가족 모두 참여하고 있지요.
'오늘은 가족회의가 있습니다!' 하고 미리 말을 해 둔 후, 저녁에 거실 테이블에 모여서 <블록 모으기>에 대한 취지와 내용 설명 그리고 화폐개념을 말해주니 곧잘 이해를 하더라고요. 어려운 말이나 잘 모르겠는 것은 회의인만큼 발언하는 사람의 이야기 듣기를 최대한 기다렸다가 손을 높이 들고 질문을 하기도 하고요. 그러더니 마지막엔 제안도 한 가지 하네요.
"장난감은 1000블록으로 살 수 있게 합시다!"라고요.
장난감이라니 했지만 뭐 기쁜 마음으로 그래, 그러자 하고 블록으로 살 수 있는 물건 목록에 추가했답니다. 앞으로의 하루하루가 기대되는 우리 집이지 말입니다.
'세금내는 아이들'이라는 어린이 경제책을 흥미롭게 본 적이 있었는데요. 내용인즉슨 아이들이 금융지식 그리고 경제교육을 보다 쉽고 재미있게 익히도록 하기 위한, 부산의 한 초등학교 교사의 학급 프로젝트였어요. 너무 인상 깊어서 집에서도 할 수 있다면 좋겠다 생각을 했고요. 고심 끝에 일곱 살 아이도 참여할 수 있는 우리 집만의 화폐를 만들게 되었답니다. 아이가 있는 가정은 꼭 한번 해 보시길 추천드려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