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장바구니
내 생일 선물은 쿠팡에서 생각하면 돼.
핼러윈데이 일주일여 전이였어요. 시월의 마지막날에 태어난 아들은 핼러윈 장식을 할라치면 생일 가렌도 같이 달아야 한다며 잊지 말아 달라 부탁을 합니다. 아침 옷 갈아입으면서 엄마, 하고 차분하게 부르더라고요. '엄마 내 생일선물 생각했어? 뭐야? 장난감? 아니면 책? 뭘로 할 거야?' 계속해 질문이 이어집니다. 그러더니만 '엄마 잘 모르겠으면 쿠팡 들어가 봐. 다 넣어뒀어, 쿠팡에서 생각하면 돼.'라고 친절하게 알려줍니다.
아이가 시야에서 벗어나자, 쿠팡 장바구니 안이 궁금해지더군요. 그런데 주르륵주르륵 스크롤을 내려도 내려도 끝이 없네요. 장난감 가게를 오픈할 생각을 갖고 있나 싶은.. 일곱 살 남자아이의 생각과 니즈가 넘치도록 담겨있습니다. 갑자기 궁금해져서 상품전체 클릭을 하고 합산 가격에 적힌 숫자를 보고 싶어 졌어요. 847만 9천 원입니다. 웃었고, 바로 어플을 닫았습니다.
마음 충분히 알겠기에, 일단은 그대로 장바구니에 담아 두었습니다.
매해 아이의 생일이 다가올 때면, 선물로 엄마가 사주고 싶은 것으로 사줄지 아니면, 아들이 갖고 싶다는 장난감을 골라야 할지 고민이 되곤 하는데요. 이번엔 더 생각 말고 쿠팡 앱 열고 아들이 골라둔 수많은 컬렉션 중에서 하나 골라봐야겠습니다.
심사숙고하며 며칠 동안이나 틈틈이 (엄마 몰래) 기분 좋게 담아두었을까. 그 상상 조금 더 즐기렴. 싶어서 이 삼일은 그대로 두려고 해요. 그런 뒤 모두 삭제해야겠지만요.
아이들의 스마트폰 작동 스킬은 엄마의 상상을 초월합니다. 옆에서 한 번 쓱 본 것인데도, 습득력이 훌륭하다 못해 놀라울 정도예요. 그래서 핸드폰의 결제 비밀번호는 이중 삼중으로 반드시 해 두어야만 한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