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와 용기, 그리고 내면의 강인함

[사기열전 인상여 편]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와 비상한 지혜 겸비한 인물, 인상여(생몰미상)는 혼잡한 전국시대에 강국인 진나라에 맞서, 상대적인 약국인 조나라를 지켜낸 인물로서 외교가이며, 정치가이었습니다. 인상여의 출생은 잘 알려져 있지 않았으며, 좋은 배경을 가진 것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그는 조나라 환관의 우두머리인 무현의 사인으로 있었습니다.

인상여 <출처 : Baidubaike>

환관 무현을 구한 인상여

한때, 환관 무현은 조나라 왕에게 죄를 짓고 연나라로 달아나려고 하였으나, 인상여가 말렸습니다. 인상여는 왜 연나라로 도망가려 하는지 물었습니다. 그는 일전에 조나라왕과 함께 연나라 왕을 만났을 때, 연나라 왕이 몰래 친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는 사연을 알려주었습니다. 그러자, 인상여는 그것은 조나라가 연나라보다 강하고, 당신이 조나라 왕에게 총애를 받는 사유로 인해 친구로 사귀자고 한 것이며, 만약 이대로 연나라로 도망치게 된다면, 연나라는 조나라가 두려워 당신을 잡아서 다시 돌려보낼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므로, 지금 왕께 죄인임을 드러내고, 처벌을 받겠다고 얘기하면, 혹시나 용서받을 수 도 있을 것이라 얘기하자, 무현은 인상여의 계책대로 했고, 왕으로 부터 용서를 받았습니다.

完璧歸趙(완벽귀조), 보물을 온전하게 보존해서 돌아오다.

조나라의 혜문왕 때, 당시 천하의 보물로 알려진 화씨벽을 얻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 소문은 당시 위세가 막강했던 진나라 소왕의 귀까지 전달되고, 진나라 왕은 성 15개와 화씨벽을 바꾸자고 제안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사실 보물 만을 얻기 위한 진나라 왕의 계책으로, 화씨벽을 진나라로 가져오더라도 조나라에 성을 주지 않을 것이고, 화씨벽을 안 가져온다면 이를 빌미로 조나라를 공격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조나라의 조정은 이 문제를 갖고 뜨겁게 논의를 했으나, 마땅한 대책을 내놓지 못했습니다. 이때 환관 무현이 이 문제를 해결할 인물로 인상여를 추천합니다.

왕은 인상여를 불러 이 문제를 논의했습니다. 인상여는 화씨벽을 진나라에 주었으나, 성을 내어주지 않는다면 이는 진나라에 잘못이 있고, 화씨벽 자체를 주지 않으면 잘못이 조나라에 있으니, 잘못을 진나라 쪽에 있게 하는 것이 상책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자신이 진나라에 사신으로 가 성을 받아 오든지, 화씨벽을 가져오겠다고 하자, 왕은 화씨벽을 인상여에 맡깁니다.

인상여는 화씨벽을 갖고 진나라에 도착했고, 진나라왕은 그를 맞이하고 화씨벽을 본 후, 신하들과 돌려보며 매우 기뻐합니다. 인상여가 보니, 진나라는 성을 내어줄 생각이 전혀 없음을 파악하자, 화씨벽에 작은 흠이 있는 것을 알려주겠다며, 잠깐 돌려달라고 합니다. 화씨벽을 건네받은 인상여는 기둥에 화씨벽을 내려칠 듯한 자세로, 불같이 화를 내며,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을 지적하면서, 기둥에 화씨벽을 부서뜨리고, 자신도 자결을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진나라 왕이 서둘러 사과를 하고, 신하들을 통해 약속한 성을 내어주는 척합니다. 그러자 인상여는 화씨벽은 천하의 보물이니, 왕이 5일간 몸과 마음을 깨끗이 하고, 최고의 예를 갖춘다면 화씨벽을 바치겠다고 하니, 왕이 마지못해 동의합니다.

인상여는 왕이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것을 알고, 같이 온 사람에게 화씨벽을 숨겨 먼저 조나라로 돌려보냅니다. 진나라 왕이 5일간 재계를 한 후 예를 갖추어 인상여를 만나고자 하자, 인상여가 사실을 털어놓고 죽음을 청합니다. 진나라 왕과 신하들은 황당한 상황 속에서 인상여를 죽여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지만, 왕은 인상여를 죽이면, 진나라와 조나라의 관계만 나빠질 것을 염려하며, 인상여를 극진히 대접한 후 조나라로 돌려보냅니다. 인상여가 돌아오자, 조나라 왕은 그를 크게 높이게 되고, 결국은 진나라가 성을 내어주지 않았으므로, 화씨벽도 내주지 않게 됩니다.

澠池會盟(민지회맹), 민지에서 만나다. 

이후에 조나라는 진나라와 전쟁으로 많은 병사를 잃게 되었습니다. 진나라는 우호를 핑계로 조나라 왕에게 남쪽 민지라는 곳에서 만나자고 합니다. 화씨벽때와 같이 조나라 조정에서는 회의가 있었고, 염파와 인상여가 왕이 가지 않으면 조나라가 비겁하다는 소리를 들을 것이라고 하며, 만날 필요가 있다고 말합니다. 결국 조나라 왕은 인상여와 함께 민지로 출발하게 되었고, 염파는 국경지역에서 왕의 일행과 헤어질 때, 민지에서 왕이 30일 이내로 돌아오지 못한다면 나라를 위해 태자를 왕으로 삼을 것을 요청하였고, 왕은 허락을 합니다. 왕과 인상여는 목숨을 건 여행을 시작한 것입니다.

민지에서 조나라왕은 진나라왕을 만나게 되었고, 연회가 열렸습니다. 흥에 겨운 진나라 왕이 조나라 왕에게 거문고 실력이 뛰어나니 연주를 요청했고, 조나라 왕이 거문고를 연주하자, 진나라 사관은 아래와 같이 글을 적어 내려갔습니다. '진나라 왕이 조나라 왕에게 거문고를 연주토록 했다.' 그러자, 인상여가 진나라 왕 앞에 나서, 진나라 왕에게 옹기로 만든 악기 '분부'를 내밀며 연주토록 요청합니다. 진나라 왕이 화를 내면서 거절하자, 인상여는 더욱 다가가서 말합니다. '신과 왕 사이는 다섯 걸음도 못되며, 신의 목의 피를 뿌려서라도 요청할 것입니다.' 놀란 진나라의 신하들이 인상여를 해하려 하였으나, 인상여가 눈을 부릅뜨고, 꾸짖자 모두 한발 물러갔습니다. 진나라 왕은 마지못해 분부를 한 번 두드리자, 인상여는 조나라 사관에게 말합니다. '진나라 왕이 조나라 왕을 위해 분부를 연주했다.'

진나라 신하들이 말했습니다. '조나라의 성 열다섯 개를 바쳐 진나라 왕의 장수를 축복해 주십시오.' 그러자 인상여가 말했습니다. '진나라 수도 함양을 바쳐서 조나라 왕의 장수를 축복해 주십시오.' 결국 이렇게 조나라는 인상여로 인해 나라의 체면을 세웠고 왕과 인상여는 무사히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刎頸之交(문경지교), 서로 죽음을 함께 할 수 있는 막역한 사이

민지회맹 이후 조나라 왕은 인상여의 공로를 크게 치하하며, 그 당시 가장 유명한 장군인 염파 이상의 벼슬을 부여합니다. 염파는 인상여의 벼슬에 대해 자신은 전장을 누비며 목숨을 걸고 싸워 공을 세웠는데, 미천한 인상여는 입만 가지고 자신보다 지위가 높은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하며, 인상여를 만나기만 하면 혼내줄 것이라고 주위에 말하고 다녔습니다. 이에 인상여는 염파와 마주치지 않으려 했고, 염파가 있는 곳에 가지 않았으며, 멀리서 염파가 보이기라도 하면 숨어버린 곤 했습니다. 마침내, 인상여를 따르던 사람들이 모두 이 사실에 부끄러워하며, 겁 많은 인상여를 따를 수 없다고 인상여에게 말하고, 모두 떠나겠다고 했습니다. 인상여가 그들에게 물었습니다. '염파 장군과 진나라 왕 가운데 더 무서운 사람은 누구인가?' 그들이 답했습니다. '염파 장군은 진나라 왕에 비할 수 없습니다.' 인상여가 말했습니다. 진나라의 왕조차 두려워하지 않는 자신이 염파를 두려워하겠는가? 진나라가 조나라를 감히 치지 못하는 이유는 염파와 자신이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하며, 이러한 이유로 자신은 자신보다 나라를 먼저 생각하기 때문에 염파를 피한다고 하였습니다.

이 말은 다른 사람들로부터 전해 들은 염파는 웃옷을 벗고 채찍을 들고선, 인상여에게 용서를 구하고, 서로 화해하고 죽음까지 같이하기로 한 벗이 되었습니다. 조나라는 염파와 인상여, 그리고 또 한 명의 뛰어난 인물 조사로 인해 강대국인 진나라와 주변국과의 전쟁에 승리하고 조나라를 무사히 지킬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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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여는 외교에서 명분이 중요함을 강조했습니다. 가장 큰 조직형태인 국가 간에 업무처리는 이익도 중요하지만, 명분을 먼저 생각해야 함을 알려줍니다. 또한, 충신들의 나라를 위한 희생과 단결은 강대국의 힘을 뛰어넘을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조나라의 충신, 인상여는 나라를 위해 죽음도 마다하지 않는 용기와 따르는 사람들 조차 창피할 정도로 자신을 낮출 수 있는 내면의 강인함을 가졌습니다.

사마천은 인상여에 대해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非死者難也, 處死者難, (죽는 것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죽음에 대처하는 것이 어렵다.) 죽는다는 것은 사실 모든 사람들이 죽게 되어 있기 때문에 어려운 일이 아닌 것입니다. 그러나, 자신이 목숨을 과감히 내어 놓고 당당하게 자신의 뜻을 펼친다는 것이 어려운 일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