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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층소화 0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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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사임당 Dec 15. 2023

층간소음의 나비효과

집 나간 주부의 뭐라도 츄라이

2주 동안이나 '이제 연제를 끝낸다'는 글을 썼네요.



그럼에도 다시 발행할 글을 쓰려합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몰랐네요. 불행 중 다행은 저만 모르는 건 아닐지 모르겠다는 겁니다. 박나비작가님의 글에서 커닝을 하여보니 10회를 채워야 된다는 것 같았습니다. 그렇다면 이번 연제를 삭제하지 않는 이상 4회를 더 써야 한다는 결론입니다. 죄송합니다. 이번 회차를 제외하고 3번만 더 억지로 끌고 가 보겠습니다. 삭제는 너무 가혹하고 그렇다고 이렇게 놔 버리는 것도 무책임하니 브런치 운영 정책에 맞는 <연제 브런치 10회> 끝내야겠습니다. 층간소음 7회 성급하게 출발합니다.




오늘, 발행일 기준 어제 12월 14일 출간기념회를 하였습니다. 책에 사인했고요. 꽃도 받았습니다. 사진 찍으시는 분들에 둘러싸여 박수도 받았네요. 네. 저 책 냈습니다. 저 작가여요. 혼자  일기 쓰는 작가 말고 출간작가요. 책을 만들기 위해 작업에 돌입하였다고 할 때까지만 해도 설마, 그럴 리가, 에이 무슨 짓이야, 그러지 마 종이 낭비여~ 어허 아니래도~했습니다.

아이코. 죄송합니다. 제가 쓴 부분만요. 다른 작가님들은 훌륭했습니다. 그럼요. 그럼요.

이쯤에서 눈치채셨죠? 공저한 책입니다. 그런데요. 너무 소중한 책이라 시중에 살 수도 없을 겁니다. 안 팔아요. 그럼에도 ISBN 찍힌, 국립중앙도서관에 들어간 책이라니요. 감개무량하네요. 브런치가 준 작가 타이틀도 감히 입 밖에 못 내는데 책까지 나왔다니 출세했습니다.


그렇다면 제가 출세를 하게 된 계기. 층간 소음의 나비 효과에 대한 수다 떨게요. 오래 걸리지 않아요. 렇지만 장담하건대 건너뛰셔도 좋습니다.



지난번 글에도 썼습니다만 저는 집순이입니다. 겁쟁이입니다. 태생이 그런지도 모르죠. '나는 집순이다' 글을 쓰던 게 있어요. 그 글을 쓰다 알게 된 것도 있지요. 그래서 서둘러 글을 덮었습니다. 꺼낼만한 얘기는 아니라는 판단에서요. 부끄러운 얘기냐, 끔찍하냐 뭔데? 범죄이긴 합니다. 나쁜 짓을 했지요. 그렇지만 제가 아닙니다. 그 고통은 제가 안고 살았겠지만 제가 행한 일은 아니니까요. 언젠간 읽어주어야만 하는 제 <어린아이> 이야기였습니다. 그럴만한 일이 있었구나 하고 넘기셔도 됩니다. (불편하고 불쾌할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또 어두웠던 이야기를 써야 하는데 남 얘긴 척하고 가볍게 쓸게요. 제가 집을 나가지 않는 여러 이유 중 가장 강력한 이유가 되어주었기 때문에 살짝 짚어야 흐름이 매끄럽겠습니다. 국민학교 다닐 때예요. 집 밖만 나가면 또래들이 우글 거리던 아이 많던 시절. 친구 찾아 놀러 나간 제게 콜라를 사주겠다며 군인 아저씨가 접근했어요. 약수터를 좀 가야 하는데 길을 알려달라는 거였죠. 구멍가게 영업에 성공했다는 기쁨이 들었어요. 먹지도 않을 콜라요.  그때부터였던 거 같아요  무의식 저 깊은 곳에 넣어둔 사건이었는데 며칠 전 불현듯 깨달았어요. 그게 상처였고 트라우마를 남겼단 걸요. 그 후로 집 밖을 나가지 않았던 거 같아요. 그 사실 안 후 어린 저를 또 한 번 알게 되었어요. 묻으면 사라질 거라 생각한 일들많았단 걸요. 읽어줘야 할 '아이'이구나.  힘들었겠구나. 힘들었겠구나. 힘들었을 아이가 공감되어 눈물이 터졌지만 그 아이를 이해하는 데 도움도 되었답니다. 그렇게 저는 또 한 번 어른이 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흐름상 필요하긴 하지만 이런 얘기까지 하는 게 맞나 싶네요.

비가 오기 때문에 쓰겠습니다. 비 때문에 감성적이 되어 판단이 흐렸었다고요. 안타까운 이야기지만 브런치에서만 치료받을 수 있습니다. 층간 소음 연제는 제 상처를, 아픔을 극복하는 치료기이니까요.  이후로 집을 나가지 않았습니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생활해야 하니 평소처럼 학교를 다녔습니다. 그저 말 수가 더 줄었고 학교 이외에는 나다니질 않았었다는 걸 지금에서야 깨닫게 되었지만요. 부끄럽지 않습니다. 작가님들께 불쾌감을 주었을까 그것만이 걱정일 뿐입니다. 집 밖을 혼자 나가면 설명되지 않는 감정 때문에 약속이 없으면 못 나갔어요. 도대체 이런 느낌은 왜 무엇 때문에 드는 것인지 저조차 궁금했었는데 이 나이 먹어서야 알게 된 겁니다. 처음 브런치를 할 때는 몰랐습니다. 최근 글을 쓰다 제게 듣게 된 겁니다. 그러고 나니 다행히 이젠 혼자도 나갈 수 있습니다. 갑자기요. 산책도 가끔 나가고 '가 보겠습니다' 사진 찍으려 차로 가야 하는 곳도 나섭니다. 무서운 브런치입니다.  감사한 글쓰기입니다. 게다가 빈약하다 생각한 제 영혼이 강할지도 모른다는 현자타임도 가졌습니다.)


4년 전부터 시작된 소음에 집 불편한 곳이 되었습니다. 그저 내 집에서 조용히 편안히 있고싶은 소박한 희망이  헛된 꿈이 되어버렸죠. 층간 소음은 소음만이지는 않으니까요. 울림, 진동이 주는 심장 전달 충격은 생각보다 타격이 큽니다. 귀가 조금 시끄럽고 부정기적 간섭으로 아무렇게나 의지와 다르게 집중력이 흐트러진다는 게 다는 아니더라고요. 몸을 자꾸 누가 칩니다. 흔듭니다. 모르는 사람이 원하지 않는 시간에 건드리는 폭행 같은 거더라고요. 가구들이 흔들리고 어느 시간도 오롯이 나 혼자만의 것이 될 수 없었습니다. 어느 날은 새벽 4시에 어떤 날은 새벽 3시까지 심계항진을 시킵니다. 아이가 시험공부를 하든 명상을 하든 안중에 없습니다. 그런 무차별. 준비할 수 없는 자연재해처럼 불가항력으로 다가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힘이 들었습니다. 견디기 어려웠습니다. 어떻게든 없애려 피하려 했지만 지진처럼 예고도 예상도 할 수 없어 온몸으로 견디어 내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제겐 고통스러웠다.


4년입니다. 오늘이 윗 집이 이사를 온 지 4년째 되는 날일 겁니다. 결혼기념일도 기억 못 하는 제가 기억하는 그런 날이지요. 각인을 시켜준 타인에게 새로운 경험을 하게 해 준 사람들에게 어떤 감정을 가져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도망을 가기 시작했습니다. 집을 나간다는 게 제게 얼마나 힘이 드는지도 모르고 집에서만 이러고 있는 제가 싫었습니다. 친구를 부르고 누굴 만나러 가고 무엇이든 정신을 바깥으로 돌릴 만 한걸 해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다리가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잘 되지 않더군요. 2년째, 3년째 결국은 쫓기듯 나가게 되었습니다. 모르는 타인이 밀어준 덕입니다. 집에서는 숨이 쉬어지지 않으니 나갈 궁리를 하였습니다.


제가 하고 싶던 일입니다. 그림을 그리고 국은 글을 쓰고 싶었을 겁니다. 하지만 차일피일 미루었지요. '애들 조금 더 키우자, 돈 든다'는 핑계로요. 등 떠밀려 나가게 되었습니다. 매일 나갈 정기적인 일을 찾게 되었습니다. 한 달 15,000원짜리 면사무소 캘리 수업을. 무료 도서관 어반스케치를. 공짜 도서관 글쓰기니 하는 잠깐 집 안으로 이끄는 제 의식을 흐트러뜨릴 무엇이든요. 새로운 사람들 만나기도 싫었어요. 혼자 덩그러니 놓인 느낌이  싫어 잘 가지 않던 곳들이니까요. 하지만 가기 시작했습니다.


언젠간 했을 겁니다. 죽기 전에 그림 그려야겠다고, 글을 써야겠다 생각하며 그저 살았을 겁니다. 하루 이틀 늦어졌겠지만 언젠간 하고 있을 테지요. 다만 지금도 아니고 내년도 아닐지 모릅니다. 층간소음은 저를 집에서 쫓아내었습니다. 그래서 하게 되었습니다. 행복한 그림과 글쓰기를. 멋진 브런치에 더 진 작가님들과 한 멍석 위에서 놀 수 있게 되었습니다. 미워하던 타인에게 결코 고맙다 말할 수는 없지만 인생 참 우연스럽습니다.


조금 전 딸이 친구들과 놀겠다며 집을 비우라고 했습니다. (오늘 방학했습니다)예전같으면 차에서 대기했을겁니다. 언제 집에 갈수있냐 보채면서요. 지금요? 지난번 소개해 드린 찻집에 앉아있습니다. '이늘'이라는 곳입니다. 한 번은 와봐야지..한 곳에 한 번 왔습니다. 층간소음의 나비효과를 즐기고 있습니다.

인생은 우연의 연속입니다. 그렇다고 무계획으로 살수만은 없지만 앞날을 알 수 없기에 오히려 살아가게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힘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대문사진은 어제 보틀북스에서 산 고흐책입니다.  색을 보는 고흐를 좀 훔쳐보려고요.


좋은 풍경 함께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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