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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층소화 0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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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사임당 Dec 22. 2023

공동주택 층간소음 결과서

9개월 만에 받은 결과서

이번달에 결과서를 받았습니다. 전에 받았는데 더 큰일이 있어 한 주 밀렸네요. 지난주에 공저한 에세이가 책으로 나와서 그것부터 자랑하느라고요.


제가 슈퍼 근무를 시작할 즈음이었어요. 2월에 신청을 했습니다. 그게 11월 말 즈음 윗집에 방문상담하였다는 연락으로 마무리되었으니 9개월도 넘어 결과를 주네요. 지레 포기하길 바라거나 적당히 이사를 가든 칼부림이 나서 자력 구제가 되었길 바라는 게 아닌가 싶을 만큼의 시간이었습니다. 이 정도면 유명무실, 하는 척밖에 못하는 게 아닐까 싶었어요. 필요할 때는 도움을 주지 않고 사후 통보 한 번으로 끝나니까요. 게다가 결과도 알고 싶으면 결과서를 서면으로 신청하여야 했습니다.


처음 보는 사이트에 들어가 몇 번째에 있는 서류를 다운로드하십시오. 그 서류를 작성하여 메일을 보내세요. 그리고 1~2주 정도 지나서 결과서를 메일로 받았습니다. 그때 담당자가 확인을 하여보라는 전화를 주더군요. 더 필요한 것이 있으면 연락 다시 달라고도 했고요. 목소리가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 여렸습니다. 감정이 격해져 있는 사람들을 상대하는 민원업무이다 보니 하루하루가 살얼음 같지 않을까 추측하였습니다. 고통을 호소하는 쪽에도 억울함을 강조하는 쪽에도 눈치를 보게 되는 업무가 아닐까 하고요.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러는게 아닐까 되돌아 보게 되었습니다. 좀 가라앉길 바라는 '워워'하는 몸짓, 손짓 대신 느린 업무 처리를.


 층간소음 때문에 이웃사이센터에 중재요청을 했지요. 아시겠지만 본인이 겪는 일이 아니라서 소음을 겪는 입장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모릅니다. 꼭 소음 유발자가 나쁜 인간이라서는 아닌 겁니다. 겪어보지 않아 모르는 게 맞습니다. 제가 매일 체감하다 보니 아파트의 허술함이 꼭 순살아파트가 아니라도 별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내가 불편한 게 아니지만 배려차원에서든 눈치를 보는 거여서든 그리 해야 하는 거더라고요. 큰 딸이 친구네에 갔을 때예요. 식구들이 이렇게 얘기를 하더랍니다. "나는 뒤꿈치 들고 못 걸어. 불편해. 그렇게 못 살아" 그러면서 모두가 맨발로 쿵쿵 거리며 걷더랍니다. 이건 또 다른 이기심이죠. 알면서 하는 행동이니까요. 남의 불편은 아랑곳하지 않고 본인 불편에 민감한 이런 사람은 우리 윗집 좀 만나봐야.. 아이고 죄송합니다. 유치한 복수의 대사는 넣어놓고..


뭐 우리나라보다 아파트 밀집도나 아파트 생활자가 덜 한 외국은 어떤지 검색을 해 본 적이 있습니다. '총도 갖고 사는 미국에는 층간 소음이 없나?' 궁금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사람 사는 곳 별 거 없다>였습니다. 목재로 지어진 집이 많아 소리가 우리나라 아파트보다 더 많이 난다는 것도 같았습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총기 사용이 허용되니 직접 대면은 절대 금물 정도의 규칙 같은 게 있는 정도였습니다. 관리인에게, 주인에게 민원을 넣고 메일을 보내고 하는 식으로 해결하려고 하더군요.

그러면서도 항상 남을 신경 써주는 사람들은 있었습니다. 시끄럽지도 않은데 혹시 우리 집에서 소음 같은 게 나는지 묻는 친절한 사람들. 얘기나 무엇이든 나누며 이웃 정을 느끼는 얘기도 접하다 보니 나라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의 문제.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에 달린 것도 같습니다. 나라가 달라도 '케바케'다. 이렇게요.


관리실이든 부동산이든 소음에 시달리는 사람들 누굴 만나도 '이런 소음 유발자는 평생 만나기 힘든 경우다' 라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이사를 가려고 부동산에 물어보면서 아파트가 무섭다는 얘기를 했을 때 모두가 해주던 얘기였어요. 이상한 사람도 많고 이기적인 사람도 많지만 적당히 타협이 되는데 이렇게까지 끝 간 데 없이 제 멋대로인 부류가 드물다는 거였죠. 관리실에서도 유명한 집이었습니다. 밖에서도 눈에 띈다나요. 아무 곳에나 침을 뱉고 담배꽁초를 던지며 손자에게 고함치는 할머니를 보았다면서요. 세상에서 제가 가장 힘든 층간소음 피해자다라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누구나 고통은 힘듭니다. 경중이 있다고 보지 않고요. 저도 조금 양보했어야 맞습니다. 첫 단추가 잘 못 끼워진 정도가 아니라 윗 단추와 마지막 단추를 끝까지 채운 상태 같아요.


지금은 괜찮습니다. 지금만 같았다면 윗집 아이도 제가 봐 주며 중국 할머니 놀라가라고 등 떨밀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지금 남은건 트라우마입니다. 이렇게 무시무시한 말 쓰기 싫어 지금까지 한 번도 쓰지 않았지만 이 단어가 먼저 떠오르긴 합니다. 귀에서 피가 난 것도 아니고 집이 흔들린 나머지 벽에 부딪혀 기절 후 병원에 실려간 적도 없으니 외상은 당한적이 없는데. 외상 후에 스트레스가 아닌데 말입니다. 다른 말을 찾아보겠습니다. 하고자 하는 말씀은 생활 소음에도 아직 제 마음은 제 컨디션에 따라 상태가 많이 안 좋거나 그냥 그렇거나 한다는 겁니다. 4년. 기네요. 하지만 앞으로 10년을 더 같이 살게 될지 평생을 같이 살지(어우 끔찍해)모릅니다. 내년에 아이가 학교를 가면 하루 종일 집에서 뛰는것도 없어지겠죠 뭐. 아니면 학교 적응 스트레스로 더 심해지려나. 아이고 끔찍한 상상한다. '휙휙' 잠시 머리를 대통령 운동(보통 도리도리라고 하더군요)하여 보았습니다. 머리 비우는데 도움이 된다는거 같아서요.


결과서를 한 번 올려봅니다. 방문하여 슬리퍼와 가구패드를 선물로 주었다고 적혀있어서 알았네요. 제 남편이 강조 한 것도 슬리퍼와 매트였으니 그것도 설명을 하였으리라 추측합니다. 여하튼 포기하지 않고 좌절하지 않고 남편이 모든 방법을 강구하여주었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온것이 아닌가 합니다. 지금은 낮에만 뛰니까요. 그것도 내년이면 나아지겠지 위로도 가능한 정도로요. 다행입니다. 이렇게 마무리 할수 있어서요. 감사합니다. 제 남편에게요. 스트레스 잘 이겨낸 제 아이들에게도요.



다음주는 제가 윗집 사람을 만나서 연기를 한 이야기 해 드리겠습니다. 흥미 없을 이야기 읽어주셔서 참으로 감사합니다.

남편이 정신이 없었는지 시작 후 4년을 2년으로 불러주고 참 소극적으로 얘기했네요. 적힌걸 보니요.
슬리퍼와 가구패드를 줬다고 적혀있습니다. 저희도 직접 소통보다 관리실 통하라 적혀있고요. 소음이 다른 층일수도 있다는 건 저도 그렇게 생각했지만 윗집이 자기 집이라고 인정을 했기에

이견이 없어졌습니다.희안한 부분에서 의견 합치입니다.

제가 보낸 메일 신청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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