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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사임당 Jun 26. 2024

우울할 틈이 있는 삶

바랐나?

단톡방에 한 작가님이 올린 문장이다.


두 달에 한 번씩 글쓰기를 그만두고 싶은 마음과 부딪힌다. 내면에서 이루어지는 대화는 늘 똑같다. ‘어리석은 짓이야. 돈 한 푼도 벌지 못하면서 그럴싸한 경력도 쌓지 못하고 있잖아. 이제는 내 걱정을 해 주는 사람도 아무도 없어. 너무 외로워. 이런 게 싫어! 바보 같은 짓이야.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살고 싶어.’ 이런 생각은 그 자체로 고문이다.

 의심과 의혹은 고문이다. 우리가 무언가에 전적으로 매달려 심혈을 기울였다면, 그 일은 그것을 그만두어야 할 때가 언제인지도 우리에게 분명하게 알려 준다. 의심은 굽히지 않는 불굴의 정신을 끊임없이 시험하는 것이다.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나탈리 골드버드 저



아무 생각 없이 버릇처럼 글을 쓰고 이 닦듯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하지만, 이 문장 때문에 글 쓰기가 싫어졌다. 그래, 내가 뭐라고 글을 쓰는 거야. 돈이 나오기를 해. 돈 나올 가능성이 있기를 해. 살림을 뒷전으로, 애들에게 보낼 관심을 줄여가며 하는 글쓰기가 왜 때문에 필요한 거야? 그렇게도 재미있고 신나던 글쓰기가 실은 의미 없는 행위와 다름없다는 생각은 나를 힘들게 했다.



연습 삼아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연습 삼아 글을 쓰고 있습니다.

연습 삼아 출판사에 투고했습니다.


답장이 왔습니다.

기대하시는 거 아니죠?

잘하셨어요.

예상대로예요.


처음 보낸 곳은 "너무 유쾌하고 즐겁게 읽었습니다. 그런데 저희는 심각한 글, 개념 있는 책을 내고자 고민하는 출판사라 결이 맞지 않을 것 같습니다. 바이…."진짜 같이하게 된다면 좋겠다고 생각한 출판사였지만(그림책을 많이 낸 출판사) 퇴짜. 스트리트 파이터 출신 그림쟁이라 슬프다….로 결론 내렸습니다. 그림 실력 부족이 원인일 것입니다.


다음.

나름 색이 진한 작가들이 포진해 있는 출판사. 나는 연하다 못해 날아다니는데 될까? 이 출판사도 마음에 드니까 투고!

하루 이틀 사흘. 투고는 무슨, 따박 따박 돈 나오는 직장에 투신해야겠다. 일자리 지원센터나 기웃거리던 어느 날, 열하루가 지난 어제. 화요일 답장이 왔습니다, 띵동. 바로 읽어봤지요.


기대하시는 거 아니죠?

잘하셨어요.

예상대로예요.


인간미 넘치고 솔직하고 공감을 넘어 보편성까지 띠고 있네요(대단한 말씀에 가슴이 웅장~~~)

그런데…. 글이 정돈되지 않았고 일관성이 없어서 이대로라면 책으로는 불가능입니다. 그럼….

(불쌍한 글들 주인 잘못 만나서 중구난방이었구나….)

하지만 그런데,

글을 정돈해서 다시 보내신다면 검토하고 피드백해 주겠다는 말씀.


이건 맞는 것 같기도 아닌 것 같기도 혀

이건 맞는 것 같기도 아닌 것 같기도 혀

<같기도> 오랜만에 들어봅니다. 정겹고 즐겁고 눈물 나네요.


그래도 투고 두어 군데 했는데 두 군데나 답장이 왔고 두 곳 다 친절하고도 긴 답장을 보내줬으니 나 영 형편없지는 않나 봐. 자위하게 됩니다.

그래도 기운 빠지고 힘 빠지고 아무것도 하기 싫고 누워있고 싶긴 매한가지라 어제는 그림도 글도 패스했지 뭐예요. 좀 우울했어요, 오랜만에. 글 쓰는 인간으로 변신하고 나서 진짜 오랜만이에요.


오늘은 그림과 관련한 얘기를 도저히 할 수가 없는 관계로 지난주와 같이 또 연재와 하등 관계없는 글로 지면 낭비함을 양해, 더 이상 바랄 수가 없습니다. 그저 날 버리지 마. 정도 읍소하는 수밖에요.


실은 투고한 게 결과로 나오지 않아서 우울했던 게 아니라 나탈리 골드버그 글에 한 번 타격을 받았고요. 혼자 본 타로점 결과도 투고나 출판보다 제 기본 자질에 대한 의구심이 드는 패가 나와서요. <내가 좀 까불었구나. 경거망동했구나. 글 쓴다고 작가라 생각했나 보다> 마음이 힘들었지요. 상황이 아주 조금 우울하기 좋게 마련되어 있었다고 할까요?

 마음이 차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본 타로. 그걸 믿고 감정이 널뛰었어요. 인정합니다. 다시 정신 차릴게요.

돈 안 되는 글쓰기? 돈이 뭣이 중한... 건 맞는데…. 몰라. 투고가 뭣이 중한데. 출판이 뭣이 중한데. 글 쓰는 맛으로 사는 거지. 누구 인정이 필요하냐, 브런치 글 벗님들 깔깔 웃어주고 공감해 주면, 그게 인정이고 행복이지.


뭔가 억지 결론을 내면서 한 주 그림 숙제 검사 받아보렵니다.

(새로 시킨 종이가 언제 오려나…. 실력도 아직은 -미숙아!- 부족한데 수채화 종이까지 다이소급이라 색 표현도 안 되고 우울함에 한 스푼 미원을 뿌리네요. 우울함에 맛이 난다 맛이 나! 내일부터는 다시 용맹정진할게요. 누가 뭐래도. 내가 뭐래도. 할 일만 하는 거로. 글도 그림도 맞지요?)


우리 동네 예쁜 찻집. 일몰 맛집입니다. 진짜 끝내줘요~~~

나는 배우다 수업 가서 빠르게 스케치.

그림 그리기 싫은 날 대충 끼적거리며 하루를 채웁니다.

아래는 5분에 한 장씩 그리기 해 본 스케치. 수업 들으면서 딴짓한 거라 눈치 보며 빠르게~~ㅎㅎ

주인공인 빨간 대야를 중점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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