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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사임당 Jul 04. 2024

길 위에 서다

마지막 회는 나가는 글 되겠네요^^

전두엽까지 내리쬔다.


뜨거운 태양이 삼투압을 일으켜 물이 밖으로 흐르는 중이다. 면 티셔츠를 눌러 늑골을 지나는 땀을 닦는다.


길보다 사람이 많던 시대에 태어났다. 그때는 사람의 숫자를 따라가려는 의도였는지 골목이 나무처럼 무성했다. 여름을 맞이한 활엽수처럼 가지를 뻗어갔다. 집은 옆으로 늘어나는 것. 위로 갈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던 때였다. 땅과 집과 길이 서로 연결되어 있었고 그곳을 붉은 피처럼 움직이며 살아있게 하던, 사람이 많던 그런 시기였다. 각자가 자기 자리에 있어도 서로는 유기적 관계였다.


길은 오늘도 넓어진다. 구불구불 이어지던 길은 직선 길로 치환된다. 그 사이를 흐르던 많은 샛길은 무용하거나 사라졌다. 차가 지나기 좋아진 길은 어깨 부딪히며 걷던 골목과 길을 낡은 것으로, 가난의 상장으로 만든지도 모른다.


전화기를 든다. 카메라를 켠다.


가까운 동네, 학교 가는 아이들이 버스를 기다리는 곳에 있던 책방이 점포 정리한다는 소식이다. 도서관에서 그림 그리던 것들을 정리하고 온 참이다. 책방은 이미 물건이 많이 비어있어 뭐라도 사주려 한 계획은 실행하기 힘들었다. (내가 누굴 걱정할 처지도 아니지만….) 가게가 문을 닫을까. 그저 소설 나부랭이니, 순수문학보다 장사가 되는 아이들 교재 위주로 차림을 바꾸기 위한 전력일까? (같이 간 언니는 장사기 되는 책 위주로 가져다 놓으려는 계획 같다는 말했지만 옆에 있던 부동산중개소도 임대 안내가 붙은 걸 보니 그렇더라도 희망적으로 보이진 않았습니다)


미세요가 붙은 문을 밀고 밖으로 나온다. 오며 눈에 담았던 집으로 향한다. 커진 길을 따라 새로 들어선 빌라며 상가가 키 큰 나무처럼 해를 잡아먹어 버린 곳 그 사이, 집을 본 길이다. 마당이었던 곳에는 상가가 들어섰고 창고가 있던 곳은 다른 상가 마당이 되었다. 새로 집을 짓기는 힘들 거다. 집으로 들어가는 길이 없는, 맹지가 되었을 테지. 내 땅 네 땅 없이 서로를 위해 내어 주던 좁은 길이 사라졌다. 건축도 합법적으로 하기 어려운 땅, 집이었던 곳은 집으로 살 수 있는 방법만 없다. 버려진 채 그늘 속에 숨어있다.


내가 누굴 걱정할 처지는 아니지만 집이 살아있던 때가 그려진다. 2남 1녀를 낳고 농사를 짓고 아이들 대학을 보냈지. 농사짓던 땅을 야금야금 팔아 대를 키웠을….


아버지 이번에 장사를 하려고...

땅 정리한 돈이다

마지막입니다. 고맙습니다


무슨 이야기를 기억하고 있을까

무엇을 잃었을까

소임을 다 한 걸까


전화기를 꺼낸다. 누굴 걱정할 처지는 아니지만 누군가 자꾸 걱정된다. 집들이 말을 건다.


전화기를 꺼낸다. 누굴 걱정할 처지는 아니지만 자꾸 신경이 쓰인다. 집 앞에 멈추어 선다.


"당신의 과거를 훔쳐볼 영광을 주시겠어요?"


시간을 들여 바라본다.


"집을, 골목을 그려보려고요" 혼자 답을 한다.




그럼 일주일 그림 숙제 검사~~~~



하기 싫은날 억지로 한 티 나는 좀 부끄러운 그림


자려고 누웠다가 이거라도 그리고 자자....며 그린 발 그림

그리고 싶었던 동네 집인데 그리기 꽤 까다로웠습니다. 큰 머리에 모자 씌워놓은 것처럼 그려졌습니다. 들인 시간에 비해 결과가 신통찮은 그림


다음 수요일은 나가는 글로 마무리 할게요~~감사합니다. 읽어주셔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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