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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래꼬리 Sep 13. 2024

ending

안녕히

ending     

오늘은 오란비가 억수로 내립니다.  

창밖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내리더니 소강상태입니다.  

베란다 화분걸이에 빗방울이 매달렸다 떨어지는 것을 봅니다.

당신을 놓았다 생각하면서도 마음의 혼란함은 몸으로 드러나 알 수 없는 두드러기가 하나, 둘 생기더니 온몸으로 퍼졌습니다.

뉴스속보엔 비가 얼마나 많이 퍼부었는지 알리고 있지만 당신에겐 안부 연락조차 없습니다.

생각이란 것이 의문이 불신이 되고 불산이 확신이 되어 결국은 어떤 것이 진실인지도 모르고 원망하고 미워하는 마음만 가득 차게 됩니다.

당신의 눈을 보고 이야기를 하고, 당신의 손을 잡고 길을 걷고, 당신과 함께 있을 때.. 나는 당신에게 사랑을 받고 있음을 의심치 않습니다.

그러나 떨어져 있을 때 당신은 같은 사람인가 의심이 들정도로 낯설게 느껴집니다.

나는 확신이 있으면 기다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기다려왔습니다.

“ 마음은 있는데 상황이 안돼서 어찌할 수가 없다. 나도 이런 상황이 답답하다. “  

사람들이 들으면 바보 같다고 하겠지만 나는 당신의 말을 믿습니다.  

당신은 거짓말할 사람이 아니니까요.  내가 아는 한..

그 확신, 믿음을 유지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번뇌와 싸워야 했는지 아시나요?  이젠 평화롭고 싶습니다.

‘당신 없이 살 수 있을까요..  없이 산거와 뭐가 달라.. 있어봐야 괴롭기만 했잖아..’

당신이 있어 나는 성장했습니다.

나는 조금씩 변했습니다.  

이기적이고 직선적이던 나는 사람들을 칭찬하고, 배려하고 있었습니다. 어떤 옷도 소화가능한 몸매의 소유자가 되었고, 작가가 되었습니다.  나를 성장시킨 당신이 너무 고맙습니다.


말할까 말까 할 때는 안 하는 것이 좋다.

이 편지는 저만 보겠습니다.

읽을 때마다 고쳐야 할 곳이 보입니다.  한참 동안 수정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나는 이번생이 마지막 생이길 바랍니다.

불교의 윤회사상도, 니체의 영원회귀도 무한반복에서 그만 내리고 싶습니다.

그것은 너무 불공평하니까요.

당신과 다음생에 만난다면 또 이렇게 헤어져야 하니까요.

하지만 다른 생이 주어진다면 그때는 당신과 잘 맞는 사람으로 태어나고 싶습니다.     



                         

epillogue    

 

뜻밖의 메시지      

“노력하는 애인 해볼게”

“쉽지 않겠지만 자기도 인내를 좀 발휘해 줘”

“나도 노력할게”

“미안해”     

“사랑해 우리 큰 애기.. 그리고 고마워”     

나는 당신에게 진심으로 다가섰고, 최선을 다해 사랑을 주었습니다.  당신의 마음은 따뜻하지만 차가운 얼음상자 안에 갇혀 있는 것 같습니다. 나의 마음은 얼음상자에 가로막혀 당신에게 다가서지 못합니다. 계속해서 진심으로 다가선다면 언젠가 얼음상자를 깨고 당신의 따뜻한 마음에 닿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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