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유수한 대기업들은 인사고과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지만, 인사평가 제도는 항상 논란의 여지가 많다. 인사평가 결과가 상여금 같은 긍정적 보상뿐 아니라 해고나 징계 등을 정당화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SK하이닉스의 저성과자 성과향상 프로그램(Performance Improvement Program) 제도에 대한 논란이 뜨거웠다. 여기서 말하는 저성과자란 ‘근무 성적이나 능력이, 상당한 기간 동안, 일반적으로 기대되는 최소한의 정도에 미치지 못하고, 향후에도 개선될 가능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근로자’이다.
PIP는 SK하이닉스뿐 아니라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국민은행 등 다수의 기업에서 사용하고 있는 교육 프로그램이다. 성과를 내지 못하거나 근무태도 불량 등 인사평가 점수가 낮은 근로자들의 역량을 강화해 기업의 성과향상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목적으로 실시된다. 보통 과장급 이상의 장기근속자를 대상으로 진행되는데, 교육 과정에서 절반 이상의 노동자가 퇴사하거나 교육을 마친 후 오히려 현장에 적응하지 못해 해고되는 등의 폐해가 보고된다. 또한 저성과자의 임금 동결 또는 삭감, 성과급 제한 등의 조처가 문제시되기도 한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81조는 부당노동행위(이하 부노행위)에 관한 조항이다. 인사고과 관련 징계 또는 해고는 종종 부노행위 분쟁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예를 들어, 인사고과를 둘러싼 불이익 취급이 부노행위에 해당하는지에 대해 집단 간 동일한 근로자 집단인지, 인사고과에 있어서 양 집단 사이에 통계적 격차가 있는지, 조합원이라는 이유로 불이익을 주려는 사용자의 부노행위 의사의 존재를 추정할 만한 객관적 사정이 있는지, 인사고과에서의 그러한 차별이 없었다면 차등 대우가 없게 되는지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SK하이닉스 노조는 해당 회사의 PIP제도가 근로자들의 역량 강화를 위한 것이 아니라 사실은 저성과자를 퇴출하기 위한 제도이기 때문에 부노행위에 해당된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서울동부법원은 PIP제도가 영업성과 제고를 위한 개인 역량 강화 목적으로 도입되었으며, 교육 내용이 일반적 역량향상 및 개별 직무교육으로 이루어져 있고, 참가 인원 중 약 23%가 보통 이상 등급을 받는 것을 보아 제도의 본질이 근로자 퇴출 프로그램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이로 인한 임금 조정에 대해서도 급여규칙에 따른 적법한 시행이었다는 점, 성과상여금은 실적에 따라 종업원을 동기부여하기 위한 사용자의 재량적 권한이며, 이러한 재량권의 행사가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행사되었다는 점을 고려하여 SK하이닉스의 PIP는 적법하다고 판결하였다. 반면 국민은행은 업무와 관련없는 사회봉사 활동이 인사평가 기준의 50%를 차지한 부분이 문제시 되어 PIP 대상자 종업원을 해고한 행위에 대해 위법 판결을 받았다.
PIP 이슈의 가장 큰 문제점은 불분명한 평가 기준으로 인한 신뢰성 상실이다. PIP에 있어 가장 일반적인 갈등의 계기가 본인이 대상자가 된 것에 대한 의문이라고 한다. 이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는 공정하고도 체계적인 평가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PIP가 정당하게 운영되려면 먼저, 명확한 기준을 바탕으로 공정한 평가가 선행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MBO와 BARS 방식의 인사평가를 통해 근로자들이 성과를 높이는 과정과 결과가 동시에 관리될 수 있어야 한다.
인사평가 방식 중 행동평가법은 평가대상이 되는 종업원들의 행동 중 성공적인 업무수행에 필요한 구체적인 행동을 선별하여 이에 대해 평가를 실시하는 것이다. 이 방법은 인적 특성 평가 시에 평가자 지각의 주관성에 따른 오류를 일정 부분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이용될 수 있다. 예를 들어, 행동기준 평정척도법(Behaviorally Anchored Rating Scale)은 성과평가의 대상이 되는 다양한 업무 관련 행동의 집합을 구성하여 이러한 행동을 기술하는 자세한 설명을 제공한다. 특히 바람직한 업무 행동을 명확히 정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주어진 행동기술에 근거하여 관리자들은 평가대상 종업원들이 각 행동 영역에 대해 나타내는 업무행동의 수준을 평가하게 된다.
BARS는 명확한 행동 기준에 따른 평가가 가능하고, 평가에 따른 구체적인 피드백을 제공할 수 있으며, 평가의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평가 도구로서의 신뢰성, 수용성 및 구체성이 높은 편에 속한다. 그러나 측정 지표를 개발하는데 과다한 비용이 발생할 수 있고, 직무 및 조직 변화에 대한 신속한 대응이 어렵다. 또한제시된 측정 지표 외에 피평가자의 다른 장단점을 고려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BARS가 효과적인 인사평가 도구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목표관리기법(Management by Objectives)과의 병행이 필요하다.
MBO의 가장 핵심이 되는 가치는 종업원의 적극적 참여에 있다. 성과목표 설정 과정에 업무수행자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면 설정된 목표에 대한 그들의 감정적 애착을 형성할 수 있다. BARS가 과정 지향적이라면, MBO는 결과 지향적이기 때문에 두 평가법이 상호보완적인 형태로 인사평가의 유효성을 높일 수 있다. 전략과 연계되고, 신뢰성, 타당성, 구체성이 높은 인사평가 방식은 조직 구성원들에게 효과적으로 수용될 수 있다. 평가대상이 되는 종업원들이 자신들에게 적용된 평가 방법이 적절하다고 여기고 인정하는 정도가 높을 때 종업원들의 저항이 낮아지고 업무 수행에 대한 동기부여 수준이 높아질 수 있다.
김민서. (2023). 한국외국어대학교. 융합인재학과.
박민승. (2023). 한국외국어대학교. 경영학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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