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 이후 우리의 일상에 많은 변화가 생겼는데, 그중 하나는 사회 전반에서 물리적 통제에 대한 자율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학교는 더 이상 야간 자율학습으로 밤늦게까지 학생들을 붙잡아 두지 않고, 기업에는 원격 작업 모델을 적용한 하이브리드 근무 방식이 자리 잡았다. 이제는 외부 환경에 의해 통제되기보다 개인이 주도적으로 스스로 계획하고 결정하는 시대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MZ세대들 사이에선 ‘갓생’이 새로운 라이프스타일로 떠오르고 있다.
갓생은 신을 의미하는 ‘갓(God)’과 인생을 뜻하는 ‘생(生)’의 합성어로 타의 모범이 되는 부지런한 삶을 표현하는 신조어이다. 이러한 갓생 문화는 일상의 성취감으로 무기력한 자신을 일으키며 마음의 안정을 가져다준다. 대학내일 20대 연구소가 지난해 MZ세대 9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77.2%가 ‘매일 실천하려고 노력하는 루틴이 있다’고 답했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실천 중이다.
이처럼 갓생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유행하기 시작했는데 이는 높아진 사람들의 불안감과 관련 있다. 코로나 시기에 정부가 실시한 사회적 거리 두기 및 봉쇄 조치 때문에 개인의사회 고립이 발생함에 따라 사람들은 일상적 활동과 루틴에 의도치 않은 변화를 맞이하게 되었다. 많은 사람이 집에서 근무하거나 교육을 받게 되었고, 실외 및 여가 활동이 제한되어 실내 생활이 많아졌다.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외부 환경에 대한 무기력감과 혼자 지내는 나태함 속에서 불안감이 증가한 것이다. 즉, 의미 없는 소비, 가치 없는 만남, 공허한 시간을 싫어하는 MZ세대의 가치관과 시대적 불안감이 만나 갓생이 부상할 수 있었다.
나 또한 군대 전역 이후 복학 전까지 사회적 거리 두기 때문에 외부로 나갈 일이 거의 없어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졌고 대부분의 시간을 무기력하게 보냈다. 그러다 문득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더 나은 나 자신이 되기 위해 자발적으로 계획을 세우고 시간을 알차게 쓰려고 노력했다. 이처럼 코로나 통제로 인한 갑작스러운 일상의 변화는 사람들의 나태함과 불안감을 초래했지만, 코로나 시국이 길어 짐에 따라 후기로 갈수록 오히려 사람들을 더 자발적으로 활동하게 했다.
팬데믹 시대, 사람들이 보인 이러한 행동 특성은 맥그리거(McGreger)의 XY 이론에서 그 시사점을 찾아볼 수 있다. 맥그리거는 동기부여의 관점에서 인간의 특성을 X 이론과 Y 이론으로 분류하였다. X 이론은 인간이 선천적으로 일하는 것을 싫어하고, 야망이 없고, 도전적이지 못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목표를 달성하게 하기 위해서는 통제, 강압, 처벌이 필요하다고 가정한다.
반면 Y 이론은 X 이론에 상반된 가정으로서, 인간은 자기 주도적이고 일하는 것을 좋아하기에 자발적으로 일하고 스스로 목표 달성을 위해 노력하는 존재라고 말한다.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행동하며 목표를 달성하려고 노력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에 따르면, 코로나 시기에 사회적 거리 두기와 봉쇄 조치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져서 처음에는 나태함과 무기력만이 존재하였지만, 사람들이 이를 극복하려는 욕구로 인해 갓생이 등장하게 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Y 이론에는 ‘인간이 조직 목표에 기여하기 위하여 자기 통제와 자기 지시를 행한다’는 사회적 윤리 및 공익과 관련된 내용이 있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는 전염병의 확산을 막기 위해 사회적 거리 두기, 마스크 착용, 손 씻기, 재택수업 및 재택근무와 같은 예방 조치가 강조되었다. 이러한 조처는 우리 자신을 보호할 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까지 보호한다.
이렇게 다른 사람들에게 코로나바이러스가 전파될 수 있는 상황을 제거하는 활동들은 결과적으로 전염병 확산 예방에 동참한 도덕적 사회 행동이라고 볼 수 있다. 코로나 시대를 거치며, 인간에게는 자신뿐 아니라 타인의 안전을 고려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려는 욕구가 동기부여로 작용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사례를 통해 현시대에는 X론 적 관점보다 Y론 적 관점이 더 적합하다고 볼 수 있다. 맥그리거 또한 X 이론을 전통적이고 낡은 가치관이라고 주장했다.
인간은 자발적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라는 존재이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발생한 개인행동 변화는 사회적 연대의 중요성을 사람들이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우리 모두가 사회적 거리 두기 및 예방 조치를 통해 공익을 증진하려는 의지를 보여주었고, 함께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갓생의 시작이 맥그리거의 Y 이론으로 전부 설명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남들보다 뒤처지면 안 된다는 불안감 때문에 생겨난 문화일지도 모른다. 2016년 세계일보와 취업 포털 잡코리아가 직장인 1,28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10명 중 9명이 자기 계발에 대한 강박증을 지닌 것으로 나타났다. 자기 계발에 대한 강박증을 앓고 있는 직장인들의 불안감이 갓생 문화의 열풍으로 이어진 것일 수 있다는 점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