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화가 가속화되면서 문화적 차이를 이해하고 관리하는 능력이 개인과 조직의 성공에 핵심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네덜란드의 사회심리학자 헤르트 홉스테드(Greet Hofstede)가 제시한 문화차원이론은 국가 간 문화 차이를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이해하는 데 중요한 틀을 제공한다. 이 이론은 조직 문화와 개인의 행동 양식을 분석하는 데도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홉스테드 연구는 조직 행위론 연구 결과물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미국의 시각만이 아닌, 각 나라의 입장에서 시대적 배경을 고려하여 정립하는 연구의 필요성을 시사한다. 국제 경영개발원이 발표하는 '국가경쟁력 순위'와 병행하여 살펴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 실제로 홉스테드도 이와 같은 방법으로 연구 결과를 폭넓게 해석하고 있다. 대학교는 학생들이 지식과 기술을 습득하는 동시에,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동료들과 상호작용을 하는 중요한 공간이다. 특히 한국외국어대학교(이하 한국외대)라는 특수한 상황에 이 이론을 적용해 보면, 학업과 사회생활의 다양한 측면을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다.
한국외대 학생들의 문화적 특성
홉스테드의 문화차원이론은 다섯 가지 차원으로 문화를 분석한다. 권력거리, 개인주의 대 집단주의, 남성성 대 여성성, 불확실성 회피, 장기지향성 대 단기지향성이다. 이 이론을 한국외대 문화에 적용해 보면 다음과 같은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첫째, 상대적으로 긴 권력거리를 보인다. 한국외대는 교수와 학생 사이의 위계질서가 뚜렷하며, 학생들은 교수의 권위에 도전하기보다는 존중하고 따르는 경향이 있다. 수업 중 질문이나 토론이 활발하지 않고, 교수의 의견을 절대적으로 받아들이는 문화가 있다. 둘째, 과거의 한국 대학은 집단주의적 성향이 강했다. 개인의 성취보다 소속 집단(학과, 동아리 등)의 이익과 조화를 중시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한국외대에서는 '우리 과'의 성과보다 개인의 성과를 더 자랑스러워하는 모습을 빈번히 볼 수 있다. 이렇듯 개인주의적 특성이 강화되고 있다. 셋째,남성성과 여성성이 혼재되어 있다. 경쟁과 성취를 중시하는 남성적 가치와 관계 형성과 삶의 질을 중시하는 여성적 가치가 공존한다. 학점과 스펙 경쟁이 치열하지만, 동아리 활동이나 봉사 활동을 통한 관계 형성도 중요시된다. 넷째, 높은 불확실성 회피 성향을 보인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인해 안정적인 직장을 선호하고, 정해진 길을 따르려는 경향이 있다. 이는 공무원 시험 준비나 대기업 취업을 위한 스펙 쌓기 열풍으로 나타난다. 다섯째,장기지향적 성향이 강하다. 학생들은 현재의 즐거움보다 미래를 위한 준비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다. 방학 중에도 인턴십, 어학연수, 자격증 취득 등 미래를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한국 대학 문화의 다원적 이해
홉스테드의 문화차원이론은 한국 대학 문화의 특성을 이해하는 데 유용한 틀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한국 대학생들의 행동 패턴과 가치관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긴 권력거리로 인한 수동적인 학습 태도, 개인주의의 확대와 불확실성 회피로 인한 안정 지향적 진로 선택 등을 설명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이론을 적용할 때는 주의가 필요하다. 문화는 시간에 따라 변화하므로, 현재 한국 대학 문화가 과거의 분석과 다를 수 있다. 예를 들어,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인한 온라인 학습의 확대는 전통적인 권력거리를 줄이고 있으며, 글로벌 경쟁 심화로 인해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해지는 추세다. 또한, 성평등 의식의 확산으로 남성성과 여성성의 균형이 변하고 있다. 한편, 모든 한국 대학생이 똑같은 문화적 특성을 보이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개인적 차이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글로벌화로 인해 문화 간 경계가 흐려지고 있어 순수한 '한국적' 특성만을 논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한국외대의 새로운 도전
홉스테드의 문화차원이론을 활용하여 한국외대 학생들을 효과적으로 교육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 첫 번째는 권력거리에 대한 이해와 조정이다. 한국의 긴 권력거리 문화를 반영하여교수와 학생 간의 위계질서를 존중하되, 학생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표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매 학기 정기적인 간담회를 개최하여 학생들이 교수진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최근 한국외대 총학생회는 정기총회를 통해 학생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표현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주었다. 이러한 간담회에서는 학생들이 학습 과정에서의 어려움이나 개선사항을 자유롭게 이야기하도록 참여를 유도하고, 교수들은 학생들의 의견에 대해 적극적으로 피드백을 제공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두 번째는 개인주의와 집단주의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그룹 프로젝트와 팀워크를 강조하는 활동을 강화하기이다. 한국외대 세르비아크로아티아학과에서는 팀플 수업이 매우 드물다. 그렇기에 학기마다 다양한 종류의 팀 기반 프로젝트를 도입하여 학생들이 협력하여 문제를 해결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학생들은 프로젝트 진행 중에 주기적인 팀 미팅을 하여 각자의 역할과 기여도를 점검하고, 팀원 간의 피드백을 교환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더불어, 팀워크를 강조한 워크숍을 개최하여 효과적인 협업 방법과 의사소통 기술을 배우도록 함으로써, 학생들이 서로의 성과를 인정하고 집단적 성취를 경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활동은 학생들이 단순히 개인의 성취에 그치지 않고, 팀의 목표를 위해 함께 노력하는 경험을 통해 협력의 중요성을 깨닫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마무리
홉스테드의 문화차원이론은 한국 대학 문화의 특성을 체계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이 이론은 대학교가 문화적 다양성을 인정하고 존중하며, 글로벌 사회에서 더 나은 소통과 협력을 이루기 위한 프로세스를 만들어 가야 함을 시사한다. 또한 대학교는 변화하는 시대적 맥락과 개인의 다양성까지 고려해야 한다. 한국외국어대학교는 국가문화에 기반한 개인의 성격 및 가치관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대학 교육 방식, 학생 상담 및 진로 지도, 글로벌 인재 양성 등에 있어 더 효과적인 문제해결 방식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문화적 차이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국제 교류 프로그램이나 외국인 유학생 지원 정책 등을 더욱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자기 행동과 가치관에 대해 더 깊은 통찰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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