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화(魚火) 2부
어화는 물고기 몸에 붙어 있는 인(燐)이 밤바다에서 불빛을 낸다. 생명체의 필수 원소 중 하나인 이물질은 질소의 한 종류로 동물의 뼈나 물속에 있어 어두운 곳에서 빛을 낸다. 불빛의 밝기에 따라 물고기의 종류가 다르다. 밤에 움직임이 거의 없는 숭어나 농어의 불빛은 장작불이 타고난 후 재가 마지막 남은 불씨를 감싸 안아 꺼질 듯 말 듯 희미하다.
섬어부들은 물고기를 대하는 마음이 순박하다. 그물에 걸려 올라오는 물고기를 보면 그들은“어이 고맙네!, 잘 살겠네!”라는 말을 했다. 뱃사람들이 만선으로 덩실덩실 춤을 추는 것도 물고기에게 감사하다는 마음이 담겨있을 것이다. 살아 있는 생명체를 잡아야 하는 어부의 마음이 좋을 리 있겠는가. 돈을 사서 가족들을 먹여 살리려고 부득이 그래야 하니 고맙다는 말을 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물을 선택할 때도 잡을 대상을 생각하고 그물코를 선택한다. 도다리나 가오리를 잡는 그물코는 어른 손의 한 뼘 정도가 되고, 볼락이나 게르치, 감성돔이나 쏨뱅이를 잡는 그물코는 그것의 절반이 된다. 그물을 만드는 재료 역시 옛날과 지금이 다르다. 전에는 면으로 만들어져 촉감이 부드러웠다. 물고기의 몸을 감싼 그물은 한 겨울 밤 어머니가 손수 만들어 덮어준 솜이불처럼 따뜻하게 느꼈을 것이다. 고통 또한 덜 했을 것이다. 차갑고 질긴 합성 재료로 만들어진 그물은 한 번 걸리면 살 속으로 파고들어 단숨에 온몸을 옥죄어 질식시킨다. 살이 찢겨나가는 고통을 인간만이 느낄까. 그물이 잔인한 어구인 것은 사실이지만 잡아당겨도 끊어지지 않는 나일론 그물은 인간미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