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브런치북 벗어라!! 06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원 이치운 Aug 14. 2023

어화

어화(魚火) 2

     

   어화는 물고기 몸에 붙어 있는 인(燐)이 밤바다에서 불빛을 낸다. 생명체의 필수 원소 중 하나인 이물질은 질소의 한 종류로 동물의 뼈나 물속에 있어 어두운 곳에서 빛을 낸다. 불빛의 밝기에 따라 물고기의 종류가 다르다. 밤에 움직임이 거의 없는 숭어나 농어의 불빛은 장작불이 타고난 후 재가 마지막 남은 불씨를 감싸 안아 꺼질 듯 말 듯 희미하다. 

   섬어부들은 물고기를 대하는 마음이 순박하다. 그물에 걸려 올라오는 물고기를 보면 그들은“어이 고맙네!, 잘 살겠네!”라는 말을 했다. 뱃사람들이 만선으로 덩실덩실 춤을 추는 것도 물고기에게 감사하다는 마음이 담겨있을 것이다. 살아 있는 생명체를 잡아야 하는 어부의 마음이 좋을 리 있겠는가. 돈을 사서 가족들을 먹여 살리려고 부득이 그래야 하니 고맙다는 말을 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물을 선택할 때도 잡을 대상을 생각하고 그물코를 선택한다. 도다리나 가오리를 잡는 그물코는 어른 손의 한 뼘 정도가 되고, 볼락이나 게르치, 감성돔이나 쏨뱅이를 잡는 그물코는 그것의 절반이 된다. 그물을 만드는 재료 역시 옛날과 지금이 다르다. 전에는 면으로 만들어져 촉감이 부드러웠다. 물고기의 몸을 감싼 그물은 한 겨울 밤 어머니가 손수 만들어 덮어준 솜이불처럼 따뜻하게 느꼈을 것이다. 고통 또한 덜 했을 것이다. 차갑고 질긴 합성 재료로 만들어진 그물은 한 번 걸리면 살 속으로 파고들어 단숨에 온몸을 옥죄어 질식시킨다. 살이 찢겨나가는 고통을 인간만이 느낄까. 그물이 잔인한 어구인 것은 사실이지만 잡아당겨도 끊어지지 않는 나일론 그물은 인간미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다.

이전 05화 어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