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화(魚火) 3부
‘물고기가 고통을 느낄까?’, ‘물고기에도 영혼이 있을까?’하는 의문을 가진다면 그것은 우둔한 질문일 것이다. 살아 있는 생명체라면 고통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또한 영혼을 가지고 있는 것도 당연할 것이다. 다만 그 사실을 잊고 살 뿐이다.
물고기는 꼬리로 지느러미로 소통한다. 계절에 따라 수천 킬로를 나침판 없이 이동해서 태어난 곳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것은 그들만의 몸말이 있기 때문이다. 물속을 자유롭게 유영할 때는 우아하게 움직이는 몸에서 나오는 지느러미와 꼬리의 절제된 움직임으로 한가하게 여가를 즐긴다. 동료들이 낚시 바늘이나 그물에 걸려 고통스러워 할 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감을 느낄 때는 울분의 불빛을 뿜어내기도 한다.
섬사람들은 신성하다고 여기는 자연물에 소원을 빌고 의지한다. 어머니는 돌담 울타리를 단단히 감싸고 있는 담쟁이덩굴 뿌리에 정안수를 떠놓고 비손했다. 새벽마다 정성들여 비손하는 것은 물고기를 잡으러 나간 아버지의 무사귀환을 비는 일이었겠지만 물고기의 희생에 감사하는 마음도 있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