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화(魚火) 4부
물고기의 죽음이 낭비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그들의 죽음이 인간을 먹이고 바다를 살찌게 한다. 부드럽고 탐스런 물고기 몸에 의존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생명체가 있을까. 물고기의 죽음이 사람에게는 밥상이 되고 자연의 생물체에게는 목숨 줄이 된다.
물고기들은 희생만을 강요하는 인간에게 관심을 받지 못하는 생물에 불과하지만 촘촘하게 그물 짜듯 엉켜 공생의 의미를 깨닫게 해준다. 물고기는 죽음을 언제든 맞이할 수 있다는 초연함을 알처럼 품고 다닌다. 고래심줄 같이 끈질긴 생명의 사슬을 지켜왔다.
어화는 자신을 태워 어둠을 밝혀내는 촛불처럼 이타적이고, 스승의 은혜를 갚기 위해 불전에 헌신하려고 자신의 몸을 바친 등신불처럼 지구의 생명체들에게 아낌없이 몸을 내어놓는다. 심해에서 떠오르는 모래알처럼 작은 불빛이 하나하나 모여 또 다른 탄생과 공생에 기여한다. 그 불빛은 날카롭지도 고독하지도 죽음의 냄새도 나지도 않는다. 넉넉하게 만물을 품어 안는 상생의 빛인 셈이다.
어화가 켜진다. 우련한 눈빛들. 주검이 하나 둘 그물에 걸려든다. 해초들은 물고기들의 혼을 달래주느라 머리를 풀어 살풀이를 한다. 철썩거리는 파도는 장송곡을 부른다. 검은바다는 하얀 파도로 수의를 만들어 입고 어화의 마지막 길을 배웅한다. 그 불빛은 소멸과 생성의 끝없는 순환 고리를 엮어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