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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환빈 Jan 31. 2024

해제| 목차 -『팔레스타인, 100년 분쟁의 원인』

이제 본문에 들어가기에 앞서 책의 전체 목차 간략하게 훑어봅시다.


책은 총 5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각각의 장은 저마다의 주제를 가지고 있고 글의 전개방식이 조금씩 다릅니다. 1장은 여행기 형식이고, 2장은 종교적 역사를, 3-5장은 각각 유대인, 영국, 아랍인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그 시대의 이야기를 생동감 있게 살려내기 위해, 그리고 또 객관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직접인용을 많이 했습니다. 예를 들어,  3장은 유대인의 일기나 편지, 언론 보도를, 4장은 영국 정부의 서를 빈번하게 인용합니다.


1장 : 팔레스타인을 걸어서 종단하다. _15

2장 : 종교는 분쟁의 원인이 아니다. _95

3장 : 팔레스타인을 발견한 유럽의 시온주의자 _253

4장 : 영국, 분쟁의 무대를 연출하다. _411

5장 : 우리가 외면하는 테러리즘의 불편한 진실 _581


각 장의 핵심을 요약해서 줄거리를 써보자면 이렇습니다.


팔레스타인에서 100년 전에 시작된 분쟁이 오늘날까지 계속되는 것은 이스라엘의 식민주의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인들의 고향을 뺏아서 건국되었고, 1967년 이후로는 서안과 가자지구에서 토지와 물 등의 천연자원을 약탈하고, 주민들의 자유와 인권을 억압하고 있다. (1장)


팔레스타인은 4천 년의 역사 동안 팔레스타인인들의 땅이었다. 성경의 묘사와는 달리 유대인들은 그중 작은 일부로서 어울려 살았다. 또한, 유대인들은 팔레스타인에서만 살았던 것이 아니라 유럽이나 중동 등지에 넓게 거주했고, 이는 기원후 1세기에 로마의 박해 이후로 더욱 두드러졌다. 7세기에는 무슬림이 팔레스타인을 지배해 20세기 초까지 대부분의 기간을 통치한다. 이때 유대인들은 기독교 유럽이나 다른 이슬람 지역에서보다 팔레스타인에서 안전한 삶을 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팔레스타인에 사는 유대 인구는 많지 않았는데, 메시아(구세주)가 오기 전에는 팔레스타인으로 집단이주해서는 안 된다는 유대교의 가르침 때문이었다. (2장)


그런데 유럽에서 세속주의와 민족주의가 대두하면서 분쟁의 씨앗이 자라나게 된다. 1880년대에 세속적인 유대 민족주의자들은 기독교 유럽의 박해로부터 안전을 보장해 줄 민족 국가를 팔레스타인에 세우길 원했다. 이곳에 사는 수많은 토착민들은 단순히 불순물로써 제거 대상으로 여겨졌다. 시온주의자들(=민족주의자)은 앞에서는 비정치적인 '유대 민족의 고향'을 팔레스타인에 건설하겠다고 천명하면서, 뒤에서는 아랍인들의 땅을 소작농을 자꾸 추방시켰다. 그러나 속도는 기대보다 매우 느렸다. 유대인들의 지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절대다수의 유대인들은 유대 국가를 원치 않았다. 그들에게 고향은 조상들이 자고 나란 유럽 땅이었다. 다수의 유대교 랍비들은 팔레스타인으로의 이주를 금하는 교리를 지키라고 소리 높였다. (3장)


1914년에 1차 대전이 시작되면서 상황은 급변한다. 영국은 오스만 제국의 아랍인들에게 독립을 약속하며 반란을 일으키도록 꼬여 냈으나 팔레스타인을 직접 통치하고 싶었다. 그래서 전쟁이 끝난 후 시온주의자들을 앞잡이로 내세워 팔레스타인 통치에 대한 유럽 국가들의 지지를 얻어냈다. 팔레스타인의 아랍인들은 독립을 요구했으나, 영국은 '유대 민족의 고향'을 건설해야 한다는 이유를 들며 거부했다. 그러자 자연히 아랍인들의 분노는 유대인을 향했고 민족 간 분쟁으로 발전하게 된다. (4장)


1930년대 중반에 들어 이주가 급격히 늘어나 유대 인구가 어느새 30%에 달하자 아랍인들은 최후의 수단으로 무장투쟁을 선택한다. 그러나 식민제국인 영국의 압도적인 힘 앞에 무참히 수천 명이 학살당한다. 2차 대전이 끝나고 미국과 소련은 유대 국가를 만들기로 지지했고, 1947년에 유엔총회는 이를 수락했다. 이듬해 시온주의자들은 아랍인들을 학살하고 추방해 팔레스타인 땅의 유대화 작업에 돌입했고, 뒤늦게 이를 막으려고 아랍 국가들이 지원군을 보냈으나 패배한다. 이후 서안과 가자지구를 제외한 모든 팔레스타인 땅에서 이스라엘이 건국되고, 1967년에는 서안과 가자마저 정복당한다. 이때부터 지금까지 이스라엘은 식민 지배를 계속하며 토지와 물, 자원을 약탈하고 경제를 종속시키고 무역을 제한하고, 이동과 표현의 자유 등 주민들의 인권을 억압하며 탄압하고 있다. (5장)


1장을 제외하면 이야기는 고대부터 현대까지 시간순으로 전개됩니다. 그러나 각각의 장이 그 자체로 서론-본론-결론의 구성을 갖추었기 때문에 차례대로 읽지 않고 원하는 장부터 읽어도 크게 무리는 없습니다. 물론, 역사서의 특성상 차례대로 읽을 때 정확한 이해가 가능합니다.


그럼 이제 각 장의 목차를 살짝만 더 들여다볼까요? 제1장의 목차는 다음과 같습니다.


1장 : 팔레스타인을 걸어서 종단하다. _15

1. 상상 너머를 걷다. _25

2. 역사의 무게 _41

3. 평화가 없는 평화협상 _56

마치며 : 새로운 여정을 향해 _77


팔레스타인에 온 지 1년 채 되지 않았던 2013년 여름에 서안지구를 종단하는 도보여행을 한 적이 있습니다. 1장은 그때의 이야기를 들려드리며 '팔레스타인의 현재'에 대해서 알리는 걸 목표로 합니다. 이스라엘이 어떻게 팔레스타인인들을 식민 수탈하고 있고, 면책특권을 누리는 유대인 테러리스트들의 테러 등에 대해서 배우게 되고, 그런 일상 속에서도 팔레스타인인들이 평범한 삶을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100여 개의 유엔과 시민단체 보고서를 토대로 작성하였습니다.


2장 : 종교는 분쟁의 원인이 아니다. _95

1. 유대인만의 팔레스타인은 없었다. _100

2. 유대인을 구원한 이스마엘 왕국 _125

3. 이슬람의 폭력성이 분쟁을 일으켰다? _156

마치며 : 선입견을 걷어내고 진실을 마주할 때 _219


2장은 팔레스타인의 종교적 역사를 다룹니다. 세간의 인식과는 달리 종교는 분쟁의 원인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일깨우는 내용인데, 기원전 고대의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3천 년 간의 역사를 살펴봅니다. 고고학이나 유전학 등등 중간중간에 어려운 내용이 튀어나오고, 수많은 유대인 박해 사례를 열거하기 때문에 독해 난이도가 조금 높습니다.


'팔레스타인 분쟁에 대해서 쓴 글' 중에서 종교적 역사를 제대로 다룬 책은 국내에 없고 해외에서도 매우 드뭅니다. 말씀드렸다시피 종교는 분쟁의 원인이 아니었기 때문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비록 지루하고 어렵더라도 글의 가치가 높고, 무엇보다도 잘못된 상식을 처참하게 부수는 신박한 내용들이 다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아랍 유대인이 가장 흥미로웠습니다. 하나만으로도 권을 쓰고 싶었을 만큼 대단히 생각할 거리가 많은 주제입니다. 그다음으로는 중세 유대인들이 남긴 고문서 독해를 꼽고 싶네요. 소위 카이로 게니자라고 불리는 이 고문서들은 반 세기 전부터 활발하게 연구가 되고 있는데, 국내에는 여지껏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듯합니다.


단순히 팔레스타인만이 아니라 중동의 역사와 사회 전반에 대해서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2장도 재밌으시겠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이 많을 거라 짐작합니다. 2장이 읽기 버거우시다면 건너뛰고 3장부터 읽으셔도 됩니다. 오스만 제국의 실상이나 아랍 유대인 등 몇 가지 주제를 제외하면 이후의 내용 파악에 큰 어려움은 없습니다.


3장 : 팔레스타인을 발견한 유럽의 시온주의자 _253

1. 팔레스타인에 내던져진 유럽의 문제 _259

2. 시온과 유대 문제의 관계 _295

3. 시온주의에 평화는 없었다. _334

마치며 : 시온주의의 두 얼굴 _375


3장부터가 진정한 분쟁의 원인을 분석하는 내용입니다. 3장은 유대인들이 어떤 이유에서 유대 국가를 건설하려 했는지, 그리고 주위의 반응은 어떠했는지, 아랍인에 대해서는 어떤 의도를 가지고 있었는지 등을 유대인의 기록으로 살펴봅니다.


제가 가장 잘 썼다고 생각하고 또 좋아하는 파트입니다. 시기적으로는 1880년대부터 1914년에 해당하는데, 거의 대부분의 팔레스타인 서적은 시기에 소홀합니다. 국내에서 실종된 급이고, 해외에서도 몇몇 전문 서적을 제외하곤 간결하게 다루고 넘어갑니다. 그렇지만 아랍인에 대한 유대인들의 전략이 이 시기에 결정되었기 때문에 자세히 살펴볼 가치가 무궁합니다.


유대인들이 남긴 문헌을 직접 연구해서 쓴 부분이 많아서 학술적으로도 가치가 높습니다. 이렇게 직접 연구하다 보니 친이스라엘 학자들이 역사를 왜곡해 기술한 것도 여러 개 발견했고요. 그중 글자를 고쳐쓰기까지 한 사례는 3장 결론에 소개했습니다. 이걸 보시면 왜 이스라엘의 유대인들은 자신들의 문제를 인지하지 못하는지를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4장 : 영국, 분쟁의 무대를 연출하다. _411

1. 분쟁은 어떻게 시작되었나? _416

2. 외로운 투쟁의 시작 _460

3. 실패로 끝난 영국의 실험 _496

마치며 : 배우만 남고 프로듀서는 사라지다. _547


4장은 2장 다음으로 어려운 파트입니다. 시작부터 후세인-맥마흔 서신협상에 대 분석하는 등 1차 사료를 직접 연구한 내용을 중심으로 사건을 서술하기 때문에 독해가 쉽지 않으실 겁니다. 그렇지만 1차 사료를 생으로 보여주는 게 많기 때문에 시대상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고, 역사가들이 '보여주는 역사'에서 탈피할 수 있어 큰 도움이 될 겁니다.


1914년부터 1930년까지의 역사를 다루며, 하이라이트는 영국 정부가 팔레스타인에서의 분쟁의 원인을 조사하기 위해 파견한 위원회의 보고서에 있습니다. 이 기간 동안 현지에 파견돼 조사한 3개의 위원회는 분쟁의 원인을 영국 정부나 시온주의자(=유대 민족주의자)에게서 찾았고, 결코 아랍인을 탓하지 않았습니다. 어째서일까요? 위원회가 직접 쓴 보고서를 가지고 그 답을 들려드립니다.


5장 : 우리가 외면하는 테러리즘의 불편한 진실 _581

1. 무기를 들어야만 했던 이유 _588

2. 잘못은 유럽이 하고 책임은 아랍이 지다. _630

3. 분쟁이 계속되는 이유 _683

마치며 : 선택하지 않은 선택 _723


5장의 1-2절은 1948년 이스라엘 건국까지의 역사이고, 3절은 건국 이후부터 현재까지의 개괄적 역사입니다. 아랍인들의 무장투쟁/테러의 정당성 여부를 묻는 게 주제입니다. 3절은 대체로 흥미롭습니다. 난민 생활이나 식민 지배의 현실을 묘사한 증언들은 우리 선조들의 일제강점기를 떠올리게 하지요. 나중에 이 부분에 대해서만 별도로 한 권의 책을 쓸 계획입니다.


국내에 출간된 다른 서적들이 딱 이 시기만을 다루기 때문에 이미 알고 계시는 내용들도 있을 겁니다. 그렇지만 참고문헌의 규모와 종류가 다르기 때문에, 이 책에서만 독자적으로 다룬 소주제들도 많습니다.


예를 들어, 영국과 이스라엘의 고문 사례가 있습니다. 가장 쓰기 싫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필요한 내용이라 힘겹게 썼습니다. 국내에 나온 팔레스타인 서적은 1권(홍미정, 팔레스타인 현대사)을 제외하고 죄다 교양서적이고 흥미본연으로 작성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중요한 주제를 다루지 않았더군요.


목차 설명은 여기까지입니다. 책을 읽기 전에 흥미를 돋우면서, 또 전반적인 그림을 그려드리려고 적었는데 도움이 되었는지 잘 모르겠네요. 어쨌든 이제 다음 주부터 드디어 본문 분석에 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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