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환빈 Mar 10. 2024

2분상식| 오스만 제국? 현지에서 안 쓰는 표현이에요.

오스만 제국은 다들 들어보신 이름이지요? 중고등학교 교과서에서부터 나오니까요. 그런데 오스만 제국이 사실 현지에서는 쓰지 않는 사문화된 용어라는 걸 아시나요?


오스만이란 명칭은 1299년경에 나라를 건국한 오스만 가지(Osman Gazi)의 이름에서 유래가 되었습니다. 그에겐 성(family name)이 따로 없었습니다. 가지는 "뛰어난 전사" 혹은 "성스러운 전사"에게 주어지는 호칭이었고요. 그래서 국민들은 그의 이름(first name)을 따서 국명을 “위대한 오스만 국가”라고 불렀습니다. 줄여서 "오스만 국가" 또는 "위대한 국가"라고도 불렀고요.


어랏. 그럼 결국 오스만 제국이 맞는 거 아니야?라는 생각이 드실 텐데요. 세월이 흐르면서, 특히 19세기 말이나 20세기 초에 들어서 국민들은 더 이상 '오스만 국가'라고 부르지 않고 오스만르(Osmanlı)라고 부르게 됩니다. 정확한 연유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오스만러로 표기했으나, 로진님께서 '르'로 발음한다고 가르쳐주셔서 수정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제가 추측하기로는 오스만이라고만 말하면 초대 술탄의 이름을 부르는 게 되니 매번 '(위대한) 오스만 국가'라고 불러야 했고, 이게 불편하니 '오스만르'라는 변용된 짧은 형태를 선호하게 된 게 아닌가 합니다.


이건 실제로 제가 겪은 문제입니다. 책에서 오스만 제국을 자꾸 쓰는 게 칸 낭비라서 오스만이라고 줄여서 썼는데, 이러면 사람 이름이 돼 버리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조사해 봤더니 튀르키예어로는 오스만르라고 부른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때문에 영어는 국명과 이름을 구분합니다. 영어로는 Osman(오스만)이 Ottoman(오토만)으로 변형된 형태로 전해져 나라 이름은 오토만으로 부르게 되었지만, 사람 이름과 왕실 명칭은 오스만으로 구분해서 쓰는 방식이 정착되었습니다.


오토만 제국은 간혹 우리나라 역사책에서도 볼 수 있는 표현입니다. 그렇지만 나라이름을 현지어로 하는 게 좋다는 인식이 있어서 오스만을 쓰는 게 대세인데.... 실상은 이게 현지어도 아니고 이름/왕실하고 구분이 안 되니 고집할 필요가 없습니다.


따라서

1. 현지어 원칙에 따라 국가명을 오스만르로 쓰든지,

2. 아니면 국제공용어를 따라 오토만을 국가명으로, 사람/왕실은 오스만으로 구분해서 표기해야 합니다.


제 책에서는 처음에 오토만으로 표기했습니다. 이런 설명도 적었고요. 그런데 책 분량이 점점 길어지게 되자 어쩔 수 없이 덜 중요한 부분을 지워야 했고 그때 이 설명도 삭제했습니다. 그리고 눈물을 흘리며 오토만을 오스만으로 일괄 변경했습니다.


열심히 연구했지만 책에 쓰지는 못했던 한. 오늘 풀었네요.


아참. 한 가지 중요한 상식을 더하자면, 오토만은 무슬림 국가 중에서 타 종교에 가장 관대한 국가로 유명해요. 특히 유대인에게 그러했고요. 팔레스타인을 포함해 거의 모든 아랍 지역은 오랫동안 오토만지배를 받았지만, 19-20세기 초에 기독교 유럽 국가들에 정복당합니다. 이때부터 서구권에 대한 무슬림들의 반감이 급격히 커지고 오늘날 우리에게 익숙한 형태의 무슬림 테러리즘이 시작됩니다.



이전 01화 2분상식| 중동전쟁? 그런 말 아무도 안 써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