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
이 전에 작성하였던 나의 이성을 잃게 만든 이유 3과 4의 해결방법에 이어 적어보려고 한다.
3)은 알려준 대로 일처리를 하지 않았을 때, 4)는 지적해 준 부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치지 않아서 같은 결과(실수)가 자꾸 나올 때. 였는데
알려준 대로 일처리를 하지 않았을 때 화가 났던 이유는
'내가 알려준 대로 안 해?'여서 화가 났다기 보단 결국 그의 결과가 정답이 아니어서였다.
내가 하는 일 하는 방식이 항상 효율적이지는 않을 수도 있다. 무의식적으로 했던 업무를 다른 사람의 시선에서 봤을 때 고칠 점, 없애도 되는 과정이 있다면 피드백을 수용하는 편이다. 새로운 방법을 꾸준히 생각해 보고 실제로 진행해 봐서 더 나은 방법이 있다면 실천하는 것이 능률을 올린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분명 그 업무 과정에서 빼먹으면 안 되는 것들이 있다. 신입의 눈으로는 어떤 것이 필수적인 과정이고 어떤 것은 부수적인지 구별을 아직 못할 수도 있기 때문에 처음에 사수가 알려준 것이 가령 조금은 불필요한 과정이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왜 이렇게 비 효율적으로 하지?'라는 생각이 들더라도 일단은 그 과정을 전부 그대로 따라 해보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적응하고 어느 정도 원인-결과 모든 게 눈에 들어왔을 때쯤에 없애도 되는 것들을 한번 생각해보자.
그리고 내가 위에서 말한 그의 결과가 정답이 아니었던 것들의 실례 중 하나로는 우리는 업무 중에 화학약품을 쓰는 것들이 있는데 비수용성 물질(물에 녹지 않는)은 따로 폐기하는 곳에 버리고, 그걸 담았던 통을 세척할 때 유기용제로 먼저 충분히 헹궈 버리고 물로 씻어내야 하는데 그냥 바로 물로 헹궈내는 행위를 하는 것을 보고 기겁한 적 있다. 내가 희석해서 버리라고 했어도 뭔가 비효율적으로 한다고 생각해 자신의 방식으로 바로 해버려 잘못된 방식으로 폐기를 하고 있던 것이다.
처음에는 나도 감정적으로 "왜 내가 알려준 대로 처리를 안 하는 거예요?"라고 이야기하기도 하고, 그가 일 할 때마다 또 '내가 시킨 대로 안 하는 거 아니야?' 하면서 쌍심지를 켜기도 했다. 업무를 알려줄 때 나는 가장 편하고 능률이 좋은 방식으로 알려주었는데 직진으로만 가면 빠를 길을 이리저리 돌아오는 그를 보고 한숨을 쉴 때도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내가 느꼈던 건, 그가 정답으로만 오면 얼마든지 헤매게 두어야 된다는 것이었다.
예를 들면 밥 먹을 때는 수저를 쓰는 게 편하고, 고기를 썰어 먹을 때는 나이프를 쓰는 게 편해라고 이야기를 해줬지만 그는 밥 먹을 때 포크로 퍼먹을 수도 있고 고기를 젓가락으로 찢어서 먹을 수도 있다. 불편할 수도 있지만 결국 먹는 것 아닌가. 내가 지금만치 일을 처리할 수 있었던 것도 처음 일을 배우고 미숙한 채로 여러 실수를 해보고 조금 돌아가더라도 '내가 돌아왔구나 내 실수가 무엇이구나'를 인지하면서 성장해 나가는 것이다. 물론 옆에서 돌봐주는 것도 좋은 방법일 수도 있지만 그렇게 매번 해주다 보면 그들한테서 어떤 문제가 닥쳤을 때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지 생각하는 문제 해결 능력이 성장할 기회를 앗아가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생각했던 건 과정이 다를 뿐 나와 결과가 같으면 인정해 주자는 것이었다.
신입은 업무를 새롭게 하는 사람이다. 나와 당연히 같은 수 없다. 그 신입이 성장할 수 있을 때까지 힘들더라도 제대로 키워내는 것이 중요하다. 내 칼 퇴근을 위해서 그리고 그 사람의 뒤처리를 해주기 싫어서 그 사람의 몫을 나 몰라라 그냥 내가 하는 편해하면서 일 처리를 해버리면 오히려 뒤에 올 후폭풍들이 거세지는 것이다. 2-3년 차에도 신규처럼 업무를 하거나 더딘 것 외에도 1인분을 해내지 못하는 경우들이 더러 있을 수 있다.
개인의 능력이 거기까지밖에 안될 수도 있지만 내가 성장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는 것과는 다른 내용이다.
더 넓은 마음을 가지고, 나와 배우는 속도가 다르더라도 그는 그일 뿐 내가 스트레스받을 이유는 없다는 것 또한 항상 유념해야 한다.
그리고 업무를 하면서 잘못된 부분을 지적해 줬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같은 실수를 할 수도 있는 데 보통 사고는 후임이 치고 해결은 선임이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나는 해결할 때 옆에서 내가 얼마나 번거로운 일을 하는지 지켜보라고 했었다. 그리고 나는 병원에서 근무하면서 그런 실수들이 환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도 설명해 주었었다. 정말 큰 일인 경우에는 약물이 바뀔 수도 혹은 수술이 잘못될 수도 있다고도 설명해주고 나니 경각심을 좀 가지는 것 같았다. 직접 눈앞에서 도출되는 결과를 보여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었다.
이렇게 그를 조금 인정해 주고, 실수를 처리해 주고 처리하는 방법을 알려주다 보면 어느새 내 옆에 하나의 동료가 되어 있을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다 S급, A급처럼 일을 할 순 없다. 그렇지만 S급 A급이 아니더라도 분명 자신만의 장점도 있을 것이고 사람마다 다 잘하는 분야와 특성이 다르다. 자기만의 자리도 있고.
나는 내 일을 잘하면서 다른 사람의 이런 실수가 있을 때도 현명하게 대처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 목표이다.
위의 방법들로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다른 문제가 또 혹시 나에게 오더라도 나는 분명 또 지혜롭게 대응하려고 방법들을 찾아낼 것이다. 그럼 그걸 또 잊지 않으려고 브런치북에 적으러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