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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빛 Apr 29. 2024

#1 첫 번째 삶의 끝

소설 연재


고등학교의 복도는 항상 그랬듯 수많은 학생들의 대화로 왁자지껄했다. 그러나 진우에게는 그 소음 속에서도 무시와 조롱만큼은 뚜렷이 들을 수 있었다. 듣고 싶지 않아도 그 파괴적인 주파수는 두 귓가에 자석처럼 엉겨 붙었다.


“진우, 저 새끼 얼굴만 보면 항상 기분이 엿같아. 정말이지.”


진우는 눈을 내리뜨며 그들의 차가운 시선을 피했다. 그의 얼굴은 평범하지 않았다. 주근깨와 여드름이 가득했고, 불규칙한 피부색은 자신감을 잃기 충분했다.


힘겨운 학교 수업이 끝나고, 진우는 여느 때처럼 집으로 혼자 걸어갔다. 그 발걸음은 무거웠고, 얼굴은 고개를 떨어트린 채였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아늑함을 느낄 새도 없이, 어머니의 따가운 눈총이 또 한 번 그를 향했다.


“진우야! 대체 어째서 네 얼굴은 점점 더 나빠지는 거 같니? 제발 미용실에 가서 피부 관리 좀 받아봐.”


친엄마가 정녕 맞나 싶게 모진 말을 거침없이 내뱉는 사람. 그게 진우의 엄마였다. 진우는 아무런 대답 없이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방에 들어서자마자 힘없이 침대 옆에 기대어 웅크린 진우. 두 눈가엔 슬픈 비가 범람할 듯이 흘러넘쳤다.


밤이 깊어감에 따라, 진우의 마음속 절망 또한 더욱 커져만 갔다. 달빛이 비치는 진우의 방 안. 어둠 속 거울 앞에 서있다. 진우는 자신의 얼굴을 멍하니 바라보며 무표정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왜 나만 이런 거야...”


눈을 뜬 채 지새운 다음날 아침. 학교로 간 진우의 마음은 끝을 알 수 없는, 깊은 어둠에 휩싸여 있었다. 경비 아저씨 몰래 학교 옥상에 올라간 진우는 지옥 같은 삶을 마감하기로 결심했다.


“이제 다 끝이야...”


슬픔에 찬 마지막 숨소리를 내뱉었다. 진우의 가냘픈 몸은 눈부신 햇살의 허공을 가로지으며 땅을 향해 빠른 속도로 추락했다. 그렇게 진우의 '첫 번째 삶'은 검은 시간 속으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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