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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빛 May 13. 2024

#4 물결 너머의 기억

소설 연재

진우의 인기는 학교 안팎에서 나날이 높아지고 있었다. 화려한 외모와 매력적인 미소는 학교 복도를 밝히는 햇살과도 같았다. 그 모든 것이 한순간에 그림자로 바뀔 줄은 아무도 몰랐다.


복도의 끝, 낡은 사물함 사이. 두 남학생이 수군거리며 음모를 꾸미고 있다. 그들의 눈빛은 진우를 향해 있었다. 속삭이는 목소리는 음흉했다.


"진우 그 새끼 요즘 너무 거만해진 거 같아. 그 애한테 교훈을 좀 줘야겠어. 너무 별나게 굴지 못하게 말이야." 

"그래, 나한테 놀라게 해 줄 완벽한 계획이 있어. 녀석에게 아주 좋은 교훈이 될 거야." (비열한 미소)


진우를 괴롭히기로 작당한 못된 학생 두 명은 복도 한쪽 끝에 큰 물통을 몰래 설치했다. 그것은 진우가 지나갈 때 물이 쏟아져 내려 그를 놀라게 할 괴롭힘의 도구였다.


다음 날, 진우는 평소와 같이 책가방을 메고 학교에 도착했다. 웃음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밝고, 친구들과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며 걸었다. 햇살이 비추는 진우의 얼굴은 눈부신 아름다움 그 자체였다. 그러나 그의 발걸음이 복도 끝으로 다다를 무렵, 남학생 두 명이 접근해 진우를 장난스럽게 이야기로 끌어들였다.


"진우야, 너한테 꼭 보여줄 게 있어. 이거 진짜 놀랄 거야." 

"뭐야? 뭔데.. 보여줘 봐."


그 순간, 물통이 뒤집히며 차가운 물이 진우의 머리와 옷 위로 쏟아졌다. 물이 쏟아질 때, 진우의 눈앞에 갑자기 조선시대의 장면들이 희미하게 스쳐 지나갔다. 잠시 동안, 그는 전생의 연인, 민준의 얼굴을 또렷이 떠올렸다. 민준의 눈빛, 그의 손길, 그리고 그들이 나눴던 약속들이 모두 뇌리를 스쳤다. 곧 정신이 돌아온 진우.


"이게 지금 뭐 하는 거야!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


진우는 물에 젖은 채로 서 있었고, 주변 학생들은 그를 바라보며 웃고 있었다. 그 순간, 현수가 그의 곁으로 다가왔다. 그의 눈에는 진심 어린 걱정이 가득했다.


"진우야, 괜찮아? 여기서 뭐 하고 있었어? 왜 이렇게 젖어 있는 거야?" 

(울먹이며) "나도 모르겠어, 현수야... 나는 그냥 여기 왔을 뿐인데... 갑자기 이런 일이..."


현수는 즉시 진우의 팔을 붙잡고 그를 안정시켰다. 그들은 조용한 도서관으로 향했고, 안전하고 따뜻한 곳에서 마주 앉았다. 그러나 현수의 마음 한구석에는 분노가 끓어올랐다. 도서관을 떠나기 전, 현수는 진우를 괴롭힌 남학생들을 찾아갔다. 진우는 현수의 큰 어깨 뒤로, 떨리는 가슴을 애써 진정시키며 숨어서 지켜본다.


"이게 무슨 짓이냐? 왜 진우한테 이런 짓을 한 거야?" 


"그냥 장난이었어, 별거 아니야." 


"장난? 너희가 무슨 권리로 진우를 괴롭히는 거야? 다시는 이런 짓 하지 마. 다음부터는 나한테 처맞아 죽을 줄 알아."


남학생들은 현수의 단호한 태도에 놀라서 아무 말도 못 하고 고개를 숙였다.


"현수야, 네가 없었다면 나 정말 큰일 날 뻔했어. 너무 놀랐어. 고마워, 항상 내 편이어서." 

"걱정 마, 진우야. 나는 언제나 네 편이야. 우리 이런 일에 휘말리지 않게 조심하자. 나와 함께라면 뭐든 이겨낼 수 있어."


현수가 가방에서 손수건을 꺼내, 진우의 헝클어진 머리를 닦아준다. 여기저기 물투성이가 된 진우 옷의 물기를 털어준다. 


그 순간은 진우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 사건을 통해 자신의 진정한 친구가 누구인지, 그리고 어떤 시련도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이 곁에 있다면 견딜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현수와의 관계는 이 사건을 계기로 더욱 깊어졌고, 그들의 우정은 더욱 견고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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