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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빛 May 19. 2024

#5 과거를 인정하고 현재를 산다

소설 연재

늦은 오후, 학교 복도는 어딘가 쓸쓸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벽에는 하루 동안 학생들이 남긴 낙서와 포스터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고, 창문 너머로 들어오는 햇빛은 길게 뻗어 있었다. 학생들이 거의 다 떠난 학교는 적막함 속에 잠겨 있었다. 진우는 수업을 마치고 혼자서 천천히 복도를 걸어가고 있었다. 마음속은 민혁의 협박에 대한 두려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

"진우야, 네 과거를 내가 전부 다 알게 되었어. 네가 예전에 어떤 사람이었는지."

진우는 서늘한 민혁의 말에 순간적으로 멈칫했다. 그가 과거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는지 알 수 없었지만, 이 상황을 즐기고 있다는 것은 분명했다. 민혁은 조롱 섞인 미소를 지으며 진우에게 다가왔다.

"민혁아, 그게 무슨 소리야? 내 과거가 무슨 상관이야?"

민혁은 진우를 향해 천천히 걸어가며 조용히 말했다. 그들의 목소리는 텅 빈 복도에서 울려 퍼졌다.

"네 과거를 모두에게 밝히면, 네 인기는 한순간에 무너질 거야. 네가 얼마나 가증스러운 사람이었는지 모두에게 알려줄까?"

민혁은 진우의 어깨를 가볍게 부딪히고는 유유히 사라졌다. 진우는 그 자리에 서서 당황한 채로 있었다. 마음속에는 두려움과 분노가 뒤섞여 있었다. 하지만 진우는 자신의 과거와 정면으로 맞서기로 결심했다.

체육관은 고요하고 넓었다. 벽에는 오래된 체육 도구들이 늘어서 있었고, 바닥에는 매트와 장비들이 정리되어 있었다. 진우는 체육관 한가운데 서서 벽에 걸린 큰 거울을 바라보았다. 거울 속의 자신을 보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눈빛은 결의에 차 있었고,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용기가 솟아오르고 있었다.

 - 넌 나야, 과거의 나. 네가 겪었던 모든 거, 그 모든 아픔과 좌절. 하지만 이제 나는 너를 떠나보내려고 해. 나는 더 이상 그 고통에 얽매이지 않을 거야.

깊은숨을 들이쉬며 자신의 반영과 마주했다. 손이 떨렸지만, 마음속에는 단단한 결심이 자리 잡고 있었다.

- 이제 나는 새로운 길을 걸을 거야. 나는 더 강해졌고, 더 나은 내일을 향해 나아갈 준비가 됐어.

진우는 거울 속 자신의 눈빛을 마주 보며 결연한 의지를 다졌다. 체육관은 여전히 고요했지만, 그 고요 속에서 진우의 결심은 더욱 빛났다.

다음날, 민혁은 학교에서 진우를 공개적으로 도발했다. 진우의 과거 사진과 이야기를 들고 나와 학생들 앞에서 폭로하기 시작했다. 복도에는 많은 학생들이 모여 있었고, 그들의 시선은 모두 민혁과 진우에게로 향해 있었다.

"여러분, 진우가 과거에 어떤 사람이었는지 알고 싶지 않나요? 보세요, 이 사진들을..."

민혁이 사진을 펼쳐 보이자, 학생들 사이에서 웅성거림이 일었다. 진우는 순간적으로 당황했지만, 곧 자신감을 되찾고 민혁에게 차분하지만 단호하게 맞섰다. 깊은숨을 들이쉬고 천천히 말을 꺼냈다.

"민혁아, 네가 무엇을 알고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아. 네가 말하는 그 과거의 나, 그 사람은 이제 여기 없어. 나는 과거의 실수에서 배웠고, 그것이 오늘날의 나를 만들었어."

민혁이 조롱하듯 말하려 하자, 진우는 더욱 강하게 말했다.

"내 과거를 가지고 나를 판단하려는 거라면, 그게 바로 네가 나보다 못한 이유야. 나는 내 실수를 인정하고, 그것들을 교훈으로 삼아 성장했어. 하지만 넌 여전히 남을 비난하며 스스로를 위로하고 있지. 진정한 성장은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그것을 극복하는 데서 온다고."

진우의 이 말은 복도에 있던 다른 학생들에게도 큰 울림을 주었다. 그의 단호함과 진정성 있는 말은 그를 둘러싼 학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 대립은 학교 전체에 파장을 일으켰다. 진우는 자신의 과거를 인정하고, 그것을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학생들의 존경을 얻었다.

그 순간, 현수가 나타났다. 현수는 수군대는 학생들을 째려보며 진우의 손을 잡았다. 그들은 함께 걸어가며 대화를 나누었다.

"진우야, 네가 어떻게 그렇게 담대하게 말할 수 있었어? 정말 대단해."


"현수야, 네가 항상 내 곁에 있어줘서 할 수 있었어. 네가 나를 믿어줘서, 나도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어."

그들이 걸어가던 중, 진우가 발을 헛디뎌 넘어지고 말았다. 현수는 빠르게 반응해 진우를 부드럽게 안아주었다. 그 순간, 조선시대의 기억이 둘 사이에 스쳐 지나갔다. 과거의 연인, 민준과 서우가 서로를 꼭 안고 있는 모습이 희미하게 떠올랐다.

진우와 현수는 잠시 동안 멈춰 서서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들의 눈빛 속에는 서로를 향한 깊은 감정이 깃들어 있었다.

"현수야... 나 너랑 있으면 가슴이 왜 아프지...?"

현수는 진우를 바라보며 눈빛에 사랑과 공감을 담아 답했다.

"너와 함께라면 나도 그래... 우리의 과거든 현재든, 너와 함께하는 모든 순간이 소중해."

두 사람은 서로를 꼭 안고, 복도를 걸어 나가며 서로의 가슴에 깃든 아픔과 사랑을 공유했다. 창문 너머로 들어오는 햇빛이 그들의 모습을 비추며, 복도는 따뜻한 빛으로 가득 찼다. 둘은 그렇게 서로의 온기를 느끼며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갔다.


진우와 현수는 조용히 복도를 걸어가다가, 교실 한쪽에 있는 오래된 책장 앞에서 멈춰섰다. 그곳에는 몇몇 낡은 책들이 놓여 있었다. 현수는 무심코 한 권의 책을 꺼냈다.


"이 책... 뭔가 이상해."


진우가 현수에게 다가와 책을 바라보았다. 책의 표지에는 알 수 없는 문양과 함께, 조선시대의 옛글씨가 쓰여 있었다. 진우는 그 책을 펼쳤고, 순간 강렬한 빛이 그들을 감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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