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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하는 풍선

냉이꽃 당신

순례하는 풍선


우재(愚齋) 박종익


금방이라도

손톱 화살을 따라

일차원 속으로 사라질 것만 같은

풍선이 허공에서 숨을 쉰다


불안한 안은

바깥과 멀어질 것을 알면서도

운명을 맞잡은 손

결코 놓지 않겠다며

흩어진 경계를 힘껏 당긴다


달콤한 첫키스의 궤적

마지막 숨결을 따라

우주로 순례를 떠난다


무기력할수록

손끝을 조이는 시공의 힘

삼차원의 바람을 관통하며

중력을 거스르는 순간

풍선은 공기를 가르며

수직으로 솟아

사차원으로 항해를 시작한다


무사할까

아니면 추락을 대비해야 할까


속이 꽉 찼다는 건

단단한 심장이

사랑으로 부풀었다는 증거


사랑의 종착역은

우주의 과녁이 될 수 없다

오직 내 안에서

조용히 빛나며


우주의 바람 속에서도

흩어지지 않고

조용히 순례를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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