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병동 한가운데서, 나를 간호하기 시작했다”
품에 안아버린 어항 속 비단잉어 한 마리
햇살 좋은 숲길 끝, 돌로 만든 작은 어항.
뚜껑을 열자 반짝이는 비단잉어 두 마리가
물결을 가르며 헤엄쳤다.
나는 그중 한 마리를 조심스레 꺼내 가슴에 꼭 안았다.
스물네 살, 크리스마스이브에 꾼 꿈.
그때는 몰랐다. 그 꿈이 내 인생의 예고편이었음을.
얼마 후, 나는 아이처럼 울며 엄마가 되었다.
두려움과 혼란 속에서도 낙태 수술대에서 몸을 일으켜
“하지 않겠습니다”라고 말하던 그 순간,
나는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누군가를 위해 단단해지는 법을 배웠다.
이 책은 그때 시작된 기록이다.
배부른 5월의 신부였던 나,
종갓집 맏며느리로 버티던 나,
새벽 고속도로를 달려 딸의 초경을 함께해 준 나,
탈의실에서 몰래 수유를 하고 다시 병동으로 뛰어가던 간호사인 나,
슬리퍼 한 짝만 신고 응급실로 뛰던 엄마,
시장 한복판에서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목소리를
낸 여자,
그리고 이혼 이후에도 엄마라는 이름 하나로
살아낸 사람.
한때 나는 사랑을 미움으로 오해했고,
고마움을 뒤늦게 이해했으며,
부재와 존재 사이에서 수없이 흔들렸다.
그러나 시간이 알려준 것은 단순했다.
눈물은 약함의 다른 이름이 아니라,
사랑의 또 다른 이름이라는 것.
비단잉어는 두 마리였다.
내 품에 안긴 두 생명, 지민과 깡.
그리고 때로는 아이들보다 더 어두운 강물 위에서
나를 건너게 해 준 이름들 — 엄마, 아빠, 나의 언니들
내가 간직한 작은 장면들, 김밥 한 접시,
작은 돌멩이, 미역국의 뜨거운 김,
밤길의 편지 한 장과 자장가 한 구절.
그 모든 사소함이 모여, 한 사람의 생을 밀어 올렸다.
나는 여전히 간호사이고,
어쩌다 춤을 배우고 가르치는 사람이며,
강아지에게 이름을 붙이고,
바늘 끝으로 조용한 위로를 꿰매는 사람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오늘도 아이들의 엄마다.
이 책을 펼치는 당신에게
나는 삶이 종종 우리를 울게 할지라도
결국 그 눈물은 사랑으로 돌아온다는 이야기를 건넨다.
오래전 어항 속 비단잉어 한 마리를 품었던 그날처럼,
오늘 우리는 각자의 물결 속에서
다시 품고, 다시 건너고, 다시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