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동네에서 강남까지
Episode 23.
결혼으로 가는 관문 상견례 : 자기 PR의 시간 - 1
네가 상견례의 단계까지 왔다면 가치관이 맞는 상대와 이해 가능한 결혼 준비 과정까지 나름 성공적으로 거쳤을 거라고 생각해. 엄청 대단한 과정을 치른 거지. 그리고 이제 어려운 관문은 상견례 하나만 남아있어. 이걸 무사히 치르면 웬만해서는 결혼까지 무탈하게 갈 수 있을 확률이 높아.
거의 다 왔으니 긴장 풀지 말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언니가 얘기하지 않아도 당연히 예의 있고 성실한 어른의 모습으로 부모님과 너를 포함한 모든 참석자들이 현장에서 서로를 감복시키려고 최선을 다할 거라 믿어. 특별한 문제없이 상견례를 한다는 전제 하에 언니가 해줄 수 있는 조언은 나의 경험담을 토대로 한 마음가짐이야. 이건 나와 비슷한 상황에 처해있는 친구들에게만 해당될 것 같아. 아닌 친구들은 언니의 경험담을 참고만 하면 좋을 것 같네.
지금 남편인 복숭아 동자는 주로 친할머니 손에 자랐어. 그래서 부모님께서 결혼 과정에 크게 간섭하시지 않으셨지. 동자를 모범적이고 따뜻한 어른으로 길러주신 할머니께도 감사하지만 장남의 결혼에 훈수두지 않으시고 자율적으로 할 수 있게 기회를 주신 부모님께도 지금 생각하면 너무 감사드려.
우리에게 원하는 대로 필요한 예산에 맞게 진행할 수 있는 완전한 권한이 있었거든. 준비 과정에서 부모님의 손은 빌리지 않은 채 우리끼리 둘이서만 준비할 수 있었어. 그리고 당시 돈이 없던 나에게는 너무나 감사하게도 시부모님께서는 예단을 바라지 않으셨고 그 비용을 우리가 필요한 곳에 쓰라고 말씀까지 해 주셨어.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 같아. 분명 주변 지인들이 호화롭게 결혼하는 걸 보셨을 텐데 시부모님께서는 나의 사정을 이해해 주시며 새로운 출발에 보태 쓰라고 이야기해 주시더라고.
또 성공적인 준비를 위해 생각해야 하는 것이 있는데 양가 부모님들이 처음 마주하는 상견례 당일의 상황이야. 현장 상황과 대화의 흐름 등을 생각해서 성공적인 사회생활을 하신 시부모님과 어느 정도 말도 통하면서 유익한 대화를 나누실 수 있게 하려면 적극적으로 사회생활을 안 한지 꽤 된 우리 아빠보다는 당시에도 사회생활을 하고 계시던 고모를 섭외하는 게 좋을 것 같았어. 노후도 불안정하고 모아놓은 돈도 없어서 아빠는 결혼에 도움을 줄 수가 없는데 아무리 사전에 알고 있다고 해도 상견례 당일 대화까지 흥미롭지 않으면 아무래도 사돈에 대한 실망이 크실 것 같았어. 그래서 가족 중에 사회적으로 가장 안정적인 커리어를 갖고 있는 고모로 엄마 자리를 대신했지.
상대의 부모님은 나에 대해 학력과 직업 등 사전 정보를 듣고 여기까지 왔기 때문에 어느 정도 나와 주변 상황을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를 하고 오신 거야. 어느 정도 시뮬레이션을 통해 상견례 당일의 상황을 준비했다면 이제부터는 기죽어하기보다는 상대보다 부족한 면을 인정하고 메꾸기 위해 노력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생각해.
그래서 나도 스스로 자신감을 보이기 위해 노력했고 나의 배경 중 현재 자신 있게 내보일 수 있는 요소가 무엇인지 고민했지. 네가 결혼하는 거지 부모가 결혼하는 게 아니니까 배경은 부수적인 요소이지만 너를 더 자신 있게 만들어 주는 요소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활용해. 이거는 과대 포장이라기보다는 노력이라고 생각해. 누구나 자식의 관해서는 더 좋은 것을 해주고 싶고 좋은 모습을 보고 싶어 하기 때문에 그들의 자녀와 결혼할 너에게 네가 가지고 있는 최선의 것을 잘 보여줄 의무가 있어.
또 앞서 이야기했지만 상견례 자리까지 왔다는 것은 부모의 입장에서 ‘완벽하게 후보자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직접 가서 보겠다’라는 어느 정도의 허락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상대측이 부족한 면이 있다면 그것도 감수하겠다는 생각도 가지고 온다고.
시댁이 타협 가능하고 양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경제력이 부족한 상대 집안을 봤을 때 형평성에도 불구하고 결혼에 대해 조금 더 지원하겠다고 말할 것이지 딱 봐도 없어 보이는 집을 상대로 예단을 내놓으라고 하진 않을 거야. 만약 그런 소리가 나오면 과감히 결혼을 접어도 미래를 위해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해. 앞으로의 갑질과 횡포가 눈에 그려지니까. 말 그대로, 너의 결혼 이외의 것이 과정에서 더 이슈가 된다면 그건 무언가 잘못되고 있다는 시그널일 수 있어.
그리고 네가 상대에 비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면을 효과적으로 커버할 수 있는 그분들의 평가 우선순위를 살펴봐. 나의 경우는 아버님은 법조계, 어머님은 교육에 종사하고 계셔서 사람의 바름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셨는데 비록 안정적인 상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나의 부모님이 학력이 높고 전체적인 집안 구성원들이 학력이 높은 점을 높이 사셨어.
최소한 부모님의 어린 시절 가치관을 확립하는 시기에 주변 환경이나 학교 등 인생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어느 정도 정제된 사람들이었을 것이고 그들의 성취하는 모습, 노력하는 모습 등 성실하게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해내는 모습을 보면서 자랐을 것이기 때문에 그런 부모님이 키운 나 역시 괜찮은 가치관을 갖은 사람일 것이라고 믿음을 가지셨대.
인성이란 타고나는 부분도 많지만 성장하면서 가다듬어지는 것이거든. 학력이란 그 사람의 교육 수준을 나타내기도 하지만 인성의 가다듬어짐의 정도를 보여주기도 해. 특히, 과거같이 일정 수준의 교육 수준이 보편화되지 않았던 시대에서는 후천적 가다듬어 짐의 차이가 그렇지 않았던 사람들에 비해서 더 컸겠지.
다음 Episode에서도 언니의 상견례 이야기를 계속해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