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동네에서 강남까지
Episode 24.
결혼으로 가는 관문 상견례 : 자기 PR의 시간 - 2
Episode 23에 이어 이번 Episode에서도 결혼으로 가는 중요한 관문인 상견례에 대해 이야기할 거야. 이 언니의 경험담이기 때문에 모두에게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아두고 너에게 도움이 될 부분만 참고하면 좋을 것 같아.
앞서서도 이야기했지만 시부모님은 학력을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분이라 그에 맞춰 언니는 아빠의 고학력을 내세웠어. 어릴 때 얼마나 공부를 잘했고 수재였는지 칭찬했지. 대화에는 대세와 흐름이라는 것이 있어서 현장에서 원하는 방향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내야 그 주제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거든.
어쨌든 네가 어필할 필요가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너를 긍정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주제로 이끌어 나가야 해. 만약 거기서 경제적으로 불안한 아빠의 얘기만 계속했다면 우울한 분위기에 나의 단점만 부각됐을 거고 대화가 끝난 후 참여자들의 머릿속에는 우울했던 상견례 당시의 분위기와 아빠가 얼마나 경제적으로 불안한가만 남겠지.
너의 의지와 선택으로 그 자리에 갔다는 것을 잊지 말고 너를 가족으로서 확인하려고 오신 상대 부모님을 믿음직스러운 너의 모습으로 설득해. 양쪽 다 수십 년을 공들여 키운 남부럽지 않다고 생각하는 자녀를 너와 혹은 너의 상대와 공유하는 거야.
예전에 법륜스님이 고부갈등을 겪는 며느리에게 시어머니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조언하며 말했어. 늙은 여자가 공들여 키워놓은 내 남자를 어떤 젊은 여자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와서 뺏어가는 형태여서 시어머니들이 질투하는 경우가 많다고. 물론 모범적인 이야기는 아니지.
하지만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하고 이해할 필요는 있다고. 한마디로, 상견례에 나가는 너는 ‘내가 뭐가 부족해서 머리 수그리며 상대 부모를 대해야 하지?!’라는 생각으로 뻣뻣하게 임할 것이 아니라 상대 부모님이 ‘나’라는 사람에게 자신들의 소중한 자녀를 맡길 수 있도록 성심성의껏 설득해야 한다고. 무엇보다 믿음직스럽게 내 자식이 너와 결혼하면 밥은 먹고살겠구나! 지금보다 행복하게 살겠구나! 하는 생각을 상대 부모님께 만들어 드려야 해!
현실적인 이야기들은 결혼 준비 과정에서 어느 정도 오갔을 것이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 너의 장점, 네가 왜 믿음직스러운지, 그들의 자녀가 너와 함께 했을 때 어떤 좋은 미래를 맞이할 수 있는지 말씀드려. 물론, 상견례 자리에서 예단과 예물에 대해 이야기가 오갈 수도 있어.
오히려 예물, 예단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았다면 현장에서 얼굴 보면서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의견을 확실히 물어 답변을 받는 게 좋아. 안 그러면 흐지부지 지나가다 한쪽은 하기로 한 줄 알고 반대는 안 해도 되는 줄 알게 되며 서로 오해가 생길 수 있어든. 그렇게 가다 보면 나중에 ‘저 집이 우리를 우습게 봐서 예단을 안 했다’는 둥 갈등이 시작되는 거지. 각자 생각하는 가치의 크기가 달라 상대가 가치에 대해 합당한 대가를 치르지 않았다고 생각하면 앙금이 생기는 것 같아. 누구나 손해 보는 것은 싫어하거든.
또다시 한번 이야기하지만 부정적인 이야기는 피하고 굳이 알 필요 없는 이야기도 피하도록 해. 부모님에게까지 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는 이야기면 모를까 당사자들끼리 처리할 수 있고 처리하기로 서로 간에 협의를 했다면 부모님한테까지 걱정을 끼칠 필요 없지.
보통의 부모님들은 인생 경험이 풍부하셔서 쌓여있는 정보가 많거든. 그 정보들을 기반으로 상상의 나래를 펼치시면 문제만 악화시킬 수 있으니 미주알고주알 모든 것을 알려드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 말 그대로 너를 공식적으로 알아가는 단계에서 오신 거잖아. 아직 너에 대한 믿음과 확신이 없는데 거기서 부정적인 이야기를 하면 말했듯이 상상의 나래를 펼치신다니까. 그러다가 그분들 머릿속에 너에 대해 안 좋은 이미지만 생성될 수 있어.
엄청나게 여우 같고 스마트하게 어른들을 다룰 수 있다고 자신하면 모를까 아니라면 정말 예의를 갖춰 어려운 사람을 대하듯이 대해. 지나치게 친근하고 귀여울려고 하다가 실수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 회사 대표님 대하듯이 깍듯하게 좋은 모습만 보여도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