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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미정 Aug 09. 2024

4.마음을 달게 하는 엿(아르코창작기금 선정작)

 “언니 졸려.”

 무연이 단아의 치마폭에 얼굴을 묻었다. 단아가 무연의 등을 가만히 쓸어내리자 곧 나직이 코고는 소리가 들렸다. 

 “추운데 자면 고뿔 걸려.”

 단아가 무연에게 말했지만 무연은 말이 없었다. 아침부터 먹은 게 없어 속이 비어 더 기운이 없는 것 같았다. 단아는 안 되겠다 싶어 엿이 담긴 보자기를 쌌다. 그때 타박타박 발소리가 들렸다.

 “너는 엿을 만든다는 아이가 아니냐?”

 지난번 공터에서 해금을 연주하던 악공이었다.

 “아저씨!”

 “이렇게 추운 곳에서 엿을 팔고 있니? 누가 엿을 산다고”
  “이제 들어가려고요.”

 단아가 무연을 깨웠다. 무연이 힘없이 눈을 떴다.

 “언니, 배고파”

 무연이 힘없이 말했다.

 “집에 가자.”

 단아가 무연의 손을 잡아 일으켰다. 엿이 든 보자기를 옆구리에 끼우고 무연의 손을 단단히 잡았다. 그러자 아저씨가 단아를 불러 세웠다.

 “혼자 국밥을 먹자니 심심한데 나랑 국밥 한 그릇 하지 않겠니?”
  “죄송하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어요.”

 단아가 정중히 거절했다.

 “저는 국밥이 먹고 싶어요.”

 무연이 눈치 없이 끼어들었다.

 “내가 국밥 한 그릇 대접하지 지난 번 내 연주를 재미나게 들어 준 보답으로”

 아저씨가 가볍게 미소지었다. 그러자 무연이 아저씨의 손을 잡고 말했다.

 “정말요? 정말 먹고 싶어요. 아침부터 아무것도 못 먹었어요.”

 무연의 말에 단아의 얼굴이 붉게 변했다.

 “이런 그럼 어서 가자 이러다 길에서 얼겠다.”

아저씨는 무연의 손을 잡고 앞장서 갔다. 단아도 마지못해 두 사람의 뒤를 따라갔다. 아저씨는 주막에 들어가 따뜻한 방을 달라고 한 다음 국밥 세 그릇을 주문했다.

 “아저씨 집은 어디세요?”
  배부르게 국밥을 먹고 나니 아저씨가 궁금해졌다.

 “나는 떠돌이다. 한때는 궁궐에서 악기를 연주했지.”

 “궁궐에서요? 그런데 지금은 왜 떠돌이가 되셨어요?”

 “쫓겨났다.”
  “쫓겨났다고요?”

 “나보다 더 연주를 잘하는 사람들이 들어오면 살아남기 어렵지.”

 아저씨의 말에 단아도 긴장이 풀려 개성떡집 문 앞에서 보기 좋게 문전박대 당한 일을 이야기 했다.

 “저런,”

 아저씨가 안타깝게 바라보았다.

 “그래 이제 어떻게 할거니?”
  “엿을 만들어서 시장에 내다 팔려고요.”

 “시장에는 이미 엿장수 아이들로 가득한데 큰 일이구나.”

 무연은 따뜻한 방에서 이미 잠들어 있었다.

 “오늘 이 방은 내가 돈을 지불했다. 그러니 자고 내일 아침에나 나가면 된다. 나는 건넌 방에서 잠시 쪽잠을 자고 내일 아침 일찍 이웃마을에 가야 한다. 공연을 해 주기로 했거든.”

 아저씨가 짐을 들고 일어났다.

 “아저씨 폐를 끼쳐 죄송해요.”

 단아가 얼른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

 “네 처지가 나와 비슷하여 마음이 쓰여 그런다. 다른 뜻은 없다. 그럼 쉬려무나.”

 아저씨가 나가자 단아는 긴장이 풀린 탓인지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아침까지 개운하게 잠을 자고 나니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 그때 주모가 상을 차려 들고왔다.

 “새벽에 너희와 함께 온 분이 돈을 주고 갔다. 너희들 아침밥 값도 내고 갔어.”
  주모가 은화가 든 주머니를 단아에게 주었다. 단아는 주머니를 받았다. 한동안 걱정없이 지낼 수 있는 큰돈이었다. 단아는 아저씨가 고마워서 왈칵 눈물을 쏟았다.

 “언니 왜 그래?”
  무연이 밥을 뜨다 말고 물었다.

 “아니야. 아무것도.”

 단아는 남한테 의지할 수 밖에 없는 자신의 처지가 슬펐다. 그리고 아저씨를 만나면 은혜를 꼭 갚아야겠다고 다짐했다.

 이후 엿을 팔 길이 막막해진 단아는 무작정 마을을 돌기 시작했다. 시장에서 엿을 팔 수 없다면 발품을 팔아서라도 엿을 팔아야 했다. 다행히 힘들게 일을 마친 사람들이 달콤한 엿을 찾아서 힘들지 않게 엿을 팔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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